대구에서 따뜻한 남쪽을 찾아 경찰관이란 새싹을 틔운 나는 수험생 시절 뚜렷이 뇌리에 박힌 사건이 있다. 바로 대구 학교폭력 피해학생 자살 사건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려 견디다 못해 자살한 이 학생은 자살직전 엘리베이터에서 무언가 망설이는 듯 한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 꽃다운 나이, 청춘을 포기하고 독서실에 박혀 시간에 흐름도 모른 채 공부하는 나도 서러웠지만, 이런 나로도 이 세상에 존재 못할 이 아이의 인생이 너무나 가여웠다. 대체 어떤 두려움이 인생을 포기할 만큼 압도했는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어느 새 세간 사람들은 늘 있어왔던 일 인양 잊고들 지낸다. 그렇지만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가해학생 나아가 그들 부모 및 관계자만이 지고나갈 짐의 무게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만연해 있는 당연한 듯 한 부조리를 뿌리째 근절해야만 하는 것이 경찰관이고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국민이다. 두꺼운 책을 가방에 메고 자전거를 끌고 쓸쓸히 집을 향하던 그때의 나는 이 나라의 국민도 경찰관도 아닌 한 낯 방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가가 먼저 나서 4대악을 외치며 애써온 시간이 지난 오늘은,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거리의 청소년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잘 놀고 있는 아이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의심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관찰하더라도 알 수 있는 행색이 남루하거나 폭행흔적이 있는 아이들, 잘 어울리지 못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잡초같이 자라나는 무서운 생명력의 학교폭력이란 놈도 뿌리째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학교폭력 신고는 117정도만 알아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선방한 것이다.
고성시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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