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경찰서
순경 김 도 경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봄은 가고 여름이 올 것이며 그 경계가 희미해져버린 4계절은 뫼비우스의 띠마냥 계속해서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여기 또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폭력, 학교와 폭력이란 글자가 합쳐졌을 뿐인데 이 단어가 미치는 영향은 가히 역대 급이다.
 대구에서 따뜻한 남쪽을 찾아 경찰관이란 새싹을 틔운 나는 수험생 시절 뚜렷이 뇌리에 박힌 사건이 있다. 바로 대구 학교폭력 피해학생 자살 사건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려 견디다 못해 자살한 이 학생은 자살직전 엘리베이터에서 무언가 망설이는 듯 한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 꽃다운 나이, 청춘을 포기하고 독서실에 박혀 시간에 흐름도 모른 채 공부하는 나도 서러웠지만, 이런 나로도 이 세상에 존재 못할 이 아이의 인생이 너무나 가여웠다. 대체 어떤 두려움이 인생을 포기할 만큼 압도했는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어느 새 세간 사람들은 늘 있어왔던 일 인양 잊고들 지낸다. 그렇지만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가해학생 나아가 그들 부모 및 관계자만이 지고나갈 짐의 무게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만연해 있는 당연한 듯 한 부조리를 뿌리째 근절해야만 하는 것이 경찰관이고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국민이다. 두꺼운 책을 가방에 메고 자전거를 끌고 쓸쓸히 집을 향하던 그때의 나는 이 나라의 국민도 경찰관도 아닌 한 낯 방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가가 먼저 나서 4대악을 외치며 애써온 시간이 지난 오늘은,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거리의 청소년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잘 놀고 있는 아이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의심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관찰하더라도 알 수 있는 행색이 남루하거나 폭행흔적이 있는 아이들, 잘 어울리지 못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잡초같이 자라나는 무서운 생명력의 학교폭력이란 놈도 뿌리째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학교폭력 신고는 117정도만 알아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선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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