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강소농을 찾아서

 
 개천면 연화산 자락에 위치한 입구에는 은목서가 은은한 향기를 머금고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은목서와 작은 텃밭 그리고 옛날 시골 우물을 지나 걸어 들어가면 잘 지어진 한옥 마당에 푸른 잔디와 함께 장독들이 햇살을 머금으면서 줄지어 있고, 그 속에서 구수한 장들이 익어 간다. 개천면 좌연4길 149-6번지 좌이마을에 위치한 탁통렬, 김향숙 부부의 ‘개천된장’이다.
 한옥집 옆 체험장 구들장에는 메주가 익어가고, 그 옆 주방의 아궁이에는 예쁜 빛깔의 콩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익어 간다.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닌 찾아오는 분들이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에서 숨쉬고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창원에서 철재상을 운영했던 탁동렬, 김향숙 부부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2004년 귀농했다. 대책없이 귀농하고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던 탁사장 부부가 지금의 장류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김향숙씨의 친정엄마의 조언이 컸다.
 “시골에서 살고 있으니 김치나 된장은 직접 담가 먹어보라는 친정엄마 말씀에 된장을 담갔는데, 주위 분들이 모두들 맛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귀농 3년차인 2007년 장류사업을 시작한 탁사장 부부의 원칙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간수를 뺀 천일염과 3년 이상 숙성된 장류를 고집한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규모를 키울 법도 하지만, 부부의 손이 미칠 수 있는 물량 이상은 늘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어떠한 방부제나 화학물질도 첨가되지 않은 100%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해서 한정 수량으로 직접 제작, 판매하는 수제품이다. 부부는 한 해 동안 된장 2톤, 간장 500㎏을 생산했고 그 외에도 고추장, 청국장, 액젓 등을 생산, 판매해 연매출 1억을 달성했다.
 부부는 장류를 생산,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달 3~4회 정도의 체험활동도 연계 운영한다. 주로 음식에 관심 많은 주부들이 소규모로 방문하며,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다양한 장류와 장아찌 담기를 체험한다. 이렇게 찾은 고객들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현장 체험한 사진을 직접 카카오스토리나 블로그 등 SNS에 올리면서 고객주도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개천된장은 군에서 지원하는 농장 디자인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농장의 특징을 잘 살린 농장로고를 만들었다. 개천된장 하면 각인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탁사장이 직접 항아리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대고 묵으로 그림을 그려 지금의 항아리 모양 로고를 만들어냈다. 개천된장만의 이미지를 활용한 고급스러운 박스, 옹기 포장 등으로 고객들에게 전통장류의 고급화 이미지를 심어주고 그에 따른 홍보효과로 매출상승도 이뤘다.
 “정년이 따로 없는 장류 사업, 힘 닿는데 까지 하겠다”는 귀농 11년차 부부의 항아리속 장류는 오늘도 맛있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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