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재잘거리던 아이들 웃음소리 엊그제 들리더니
어느덧 성장하여 당신 마음에 빈 둥지 남기고
자기들 살길 찾아 넓은 세상 훨훨 날아갔습니다.
해마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담장 밑에 개나리꽃 피우는데
모두 어디로 간 것이냐?
마음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불 꺼진 빈방에 깜깜한 적막이 숨죽이는데 
아이들의 체온이 아직도 꾸물꾸물 스며 나오고
떠들썩하던 목소리조차 들리는 듯합니다.
쓸쓸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가슴에 부서지는데
신발장에는 나와 아내의 낡은 신발 두 짝뿐입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스레트 지붕 월세방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어린 자녀들과 오순도순 모여 앉아 밥 먹고 
한 이부자리 밑에서 새우잠을 자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첫째는 단짝 만나더니 뒤돌아보지 않고 도시로 떠났고
꽃처럼 아름답던 여인 따라 자취 없이 사라졌습니다.
봄날이 수없이 흘러도 소식조차 없는데
어느 눈 내리는 외딴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었는지---
아들아! 행복하게 살거라.
빈방에는 액자 속의 젖먹이 사진만 빙그레 웃습니다.

둘째는 노총각 만나 풋사랑에 눈이 멀더니
머나먼 객지에 살림을 차렸는지
어느 바람 소리 요란한 낭떠러지 바위틈에 둥지를 틀었는지
집 나간 지 수년이 흘러도 소식조차 없습니다.
내 딸아 어디서 무얼 하니? 
빈방에는 딸아이 화장품 향기가 폴짝폴짝 뛰놉니다.
내 딸아! 행복하거라.

늙은이 둘만 남았습니다.
밥그릇 두 개 덩그러니 선반에 얹혀서 쳐다봅니다.
언젠가는 혼자가 되겠지요.
집안에 썰렁한 바람만 숨죽여 흐느끼는데
산과 들에 진달래꽃 피더니 봄조차 내게서 떠나갔습니다.
꽃이 피면 무엇하나요. 
아! 사랑하던 나의 자녀들은 봄바람 따라 모두 갔습니다.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고 아지랑이처럼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너희들 가는 곳 어디메이냐?
오늘도 절간 찾아 자녀의 행복 빌며 부처님께 연등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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