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나이 드니 서럽네요.
당신이 바라볼 때 무슨 생각 드나요?
빨리빨리 대답 못 하고 옹고집만 부리는 
쓸모없는 노인으로 보이나요.
말귀 알아듣지 못하고 잔소리 늘어놓으며
엉뚱한 소리 다시 묻고 다시 묻는 바보로 보이나요.
가축처럼 하루 세끼 챙겨주지 않으면 투정 부리는
양말 제대로 찾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겠지요.

노인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지만 혼자 걸을 수 있다고요.
글씨 잘못 보지만 돋보기로 읽을 수 있다고요.
음식이 입가에 묻으니 바라보고 웃었죠.
휴지 한 움큼 지어주며 닦으라는 표정 마음 아팠어요.
공원 벤치에서 젊은 청춘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 아니라고요.
하루 세끼 축내는 삼식이 아니라고요.
하루라도 오래 살 거라고 건강식만 챙기고
낡은 자전거 타고 복잡한 거리로 눈치 없이 쏘다니는 사람 아니라고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청춘 시절 사랑 찾아 산과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고요.
설레는 가슴과 꿈같은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에 
이보다 더 좋은 세상 없다고 가슴 부풀었습니다.
양귀비처럼 꾸미고 황진이처럼 시를 읊어도 
얼굴에 분을 바르고 명품 몸차림해도 노인이라고요.

세월 덧없이 흘러가더라고요. 
가까운 이들 하나둘씩 떠나는 두려움에 오싹했습니다.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바보처럼 바라보는 잔인한 시선
몸은 늙어 병들고 망가져서 활기찬 모습 간 곳 없고
느리고 눈치 없는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봄이 오면 꽃구경 가고 싶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젊은 시절 돌아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며 춤추고 싶습니다.
반짝이는 선글라스에 쫄티 차려입고 재잘거리고 싶습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봅니다.
가까웠던 이들 멀어지는 서글픔 마음 아려옵니다.
젊음은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아! 당신의 청춘은 갔습니다.
봄의 푸른 들판에서 아지랑이처럼 그렇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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