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가난한 게 이렇게 무서운 줄 꿈에도 몰랐죠.
춥기고 하고요, 서럽고 배고프데요.
살림살이 넉넉한 사람은 수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죠.
발걸음은 힘이 빠지면서 어깨는 움츠려지더라구요.
바람마저 얼음처럼 차갑고 하늘은 날마다 검정색이었어요.
가난하니 꽃을 봐도 아름답지 않고요.
새해 아침 동쪽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도 반갑지 않고요.
복 많이 받으라는 말도 듣기 싫었어요.

마트에는 향기 나는 과일이 산처럼 쌓였는데요.
싱싱하고 달콤하며 엄청 맛있어 보였어요.
침 흘리며 구경하다가 컵라면 몇 개 사서 나왔어요.
가난한 주제에 돈이 있겠어요?
과일도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가난이 큰소리치며 주변을 맴돌더니
월세방 벽에서 냉기가 쏟아져 나왔어요.
북극의 얼음 바람이 미이라 냉동시키는 줄 알았죠.
사귀던 여인이 도망치듯 떠나데요.
“사랑이 밥 먹여 주나?” 하면서요.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어릴 때 한방에서 뛰놀던 친구 만났는데요. 
출세하더니 고향에서 만나도 모른 체 하더라구요.
“친구야! 오래간만이네? 네가 누군데?” 
멸시하는 그 눈빛, 아서라! 실망이었어요.

아파트 앞 지나니 경비원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치데요.
남루한 옷차림 말라비틀어진 흉물에 도적으로 보였는가 봐요. 
길 가던 개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따라 짖더라구요.
부릅뜬 눈으로 송곳니 드러내며 앙칼지게 짖었어요.
똥개도 가난한 사람 알아보나 봐요.
미안하기도 하고 몸서리치게 부끄러웠어요.

업신여기는듯한 눈빛이 사방에서 몰려오더라구요. 
오라는 사람 있을 리가 없고요, 갈 곳조차 없었어요.
가난에 허덕이다 월세방에서 숨을 멈추었어요.
무연고 사망자로 장례식장으로 실려갔어요.
가족과 친구도 천덕꾸러기 나를 모른다고 했나 봐요.
눈이 펄펄 내리던 날, 혼자 외롭게 저세상 떠났어요.
날씨마저 어두운데 수의도 없이 맨몸으로---
당신은 가난한 사람 되지 마세요!
정말이라구요.


해석) 가난은 비참하고 이것보다 무서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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