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점심으로 자장면 한 그릇 먹었더니 스르르 잠이 왔다.
젊은 시절은 꿈처럼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젊은 시절 퇴근하고 집으로 가면 
시래기 된장국에 김치 한 접시, 보리밥 상 차려놓고 
희미한 백열등 아래 어린 자녀들과 아내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오매불망 당신을 기다리며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 모습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남편이라고, 멀리 출장길 다녀오는 날이면 
어린 자식 손 잡고 
마을 앞 신작로까지 나와 기다리던 아내 모습.
해질녁 겨울 추위에 입감 호호 불며 
새파란 입술로 낡은 몸배 바지와 허름한 잠바 걸치고
동구 밖까지 나와서 나를 그토록 기다리던 
때 묻지 않은 아내의 눈망울 속에는 오직 못난 남편뿐
그때의 아내 모습이 이토록 아름답게 그리워지는 날이다.

돈 몇 푼 번다고, 가족 먹여 살린다는 핑계로 
걸핏하면 큰소리치던 모습 
두고두고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순진하던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어렸고
놀란 가슴에 토끼 눈 되어 팔에 매달리던 어린 자녀들
두고두고 후회된다.
그때로 갈 수만 있다면 
“여보! 돈 못 벌고 살림살이 쪼들리게 해서 미안해.”
“애들아! 아빠는 너희들 사랑한단다.”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까?

꽃처럼 아름답던 아내의 모습은 
주름살과 흰색 머리카락뿐이네. 
언제나 옛날로 돌아갈까? 
돌아갈 수 없구나.
오늘도 설거지하며 지나간 잘못을 깊게 참회한다.
아! 나는 어리석고 우둔한 자로다.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는 내 참회의 눈물이요.
세척제 거품은 나의 속죄의 땟물이다.
남은 인생 가족의 고마움에 대한 빚 갚음이 되리.

그 때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음식 먹고 그릇도 씻지 않고 뭐해요!?”
아내의 금속성 목소리 허겁지겁 잠결에 싱크대로 향했다.


해석) 꿈속에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보답하다가 아내의 목소리에 꿈에서 깨어나서 허둥되는 모습. 인생은 정답이 없다. 그렇게 아옹다옹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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