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경우에 따라 사람들은 겉으론 자신의 가난 자체가 남들에게 드러날까 봐 허세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겉으로만 요란하게 가난퇴치를 외져대는 사람들도 있다. 매우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 사회의 빈곤 퇴치는 진심으로 그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몫을 돌려주려는 마음이 그 시작이고 그 실천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소득의 균등분배란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불균등, 모든 사람들에게 가난탈출의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는 불평등일 때 그런 불평등이라면 좀 참아낼 수 있는 인내 또한 필요한 필수 덕목이 될 것이다. 산술적 또는 물리적 기준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균등 소득 분배란 전 국민적 공감 하에 이루어내어야 할 분배적 정의라는 말이다. 그 분배적 정의 속에는 정당한 권리, 공정성, 평등성 등을 말하며, 이유 있는 불균등분배 라는 전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일은 가진 자의 필수적 의무사항이어야 할 일이다. 못 가진 자 또한 언제까지나 신세타령에 빠져있을 일이 아님은 물론, 적어도 뻐기는 부자 이웃 때문에 자신이 더욱 초라해 보이는 인위적 빈곤감에는 절대로 빠지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천지는 영원하지만 인생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행히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즐겁게 살기를 원할 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헛되게 보내서도 안 된다는 두려움도 가져야 한다. 인생살이에서 무엇이고 줄여나간다면 점점 세속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교제를 줄이면 다툼이나 분쟁을 피할 수 있고, 말수를 줄일 때 비난을 덜 받을 수 있다. 이성에 치우치면 모가 나고 정(情)에 너무 기울면 많은 것을 잃기 쉽고, 의지(意志)에 기울면 경직되기 쉽다. 친절한 마음으로 한 일이 쓸데없는 참견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부주의하게 한 말이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또는 믿고 있던 상대방에게 배신당하거나 하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모두가 이런 고뇌로 싸여있고, 여기서 빠져 나오는 데는 한 발 물러섬 밖에는 약이 없다. 인정은 변하기 쉽고 처세의 길은 냉혹하지만 이런 험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고 길을 양보하고 쉽게 지날 수 있는 곳이라도 작은 이해관계에서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 발 물러서는 데에는 한 발 나아가기 위한 전제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급적 관대함을 으뜸으로 하는 편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쉽고, 남을 위해 꾀한 일이 결국 자신의 이익으로 되돌아 올 때가 많다는 말이다. 실패의 책임은 공유해야 하지만 성공의 보수는 남에게 양보해야 할 일인즉, 그것까지 공유하려고 하면 결국 서로에게서 미운 감정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 때에는 생색내듯 하거나 감사를 기대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물론 안 될 일이고, 남에게 이익을 줄 때에는 효과를 계산하거나 되받을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유해한 인간을 배제할 때에도 도망갈 길만은 남겨두어야 할 일이고,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상대가 잘 못 했을 때 무조건 야단치는 것 보다 상대방에게 약간의 이유를 인정해 주고 꾸짖는 방법이 설득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할 것이다. 남의 결점은 가급적 감싸 주어야 할 일이고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결점으로써 결점을 비난함과 같은 것으로 여기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완고한 사람에게는 참을성 있는 설득이 필요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자신의 완고함을 가지고 상대의 완고함을 꺾으려는 태도이니 해결이 될 일도 안 되는 쪽으로 이끌 뿐이다. 남을 질책할 때에도 너무 엄한 태도여서는 안 될 일이니, 상대방이 받아 들일만 한 한도를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할 일이라는 말이고, 남을 가르쳐서 인도할 때에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될 일이니, 상대방이 실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해야 할 일이다. 작은 과실은 책망해서도 안 될 일이고, 비밀을 폭로해서도 안 될 일이고 이전의 잘못은 모르는 일로 해야 할 일에 유의한다면 자신의 인격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남의 원망을 받을 일이 없어질 것이다. 처세함에 있어서 너무 결벽해서도 안 될 일이니, 더러움, 불결, 추악함도 마음속에 새겨둘 도량까지 갖출 필요가 있고, 인간관계에서 싫고 좋은 것을 지나치게 겉으로 나타내어서도 안 될 일이다. 어떤 형의 상대방도 받아들일 포용력을 기르라는 말이다. 너무 성급하게 사정이나 내용을 알려고 서두를 때 오히려 알기 어렵게 되는 수도 있다. 무리하게 독촉해서 상대방의 반감을 사기 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유리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위에 말한 것은 주로 상대방에 대한 관요에 대해서 이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자성적으로 엄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다. 자신을 멋대로 내버려 두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간으로서의 성장은 바랄 수 없다,

 심호흡을 해서 묵은 공기를 토하고 새 공기를 들이마시며, 곰처럼 거꾸로 나무에 매달리고, 새처럼 몸을 펴서 장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을 수련하지 않아도 행동이 고상하고, 인의가 없어도 몸을 닦으며, 도(道)에 길들이지 않고도 오래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도 잃은 것 하나 없고, 마음이 비어 끝이 없고, 모든 아름다움이 뒤따를 것이다. 지위가 너무 올라가면 함정이 기다리고 있고, 재능을 너무 발휘한다면 그 재능이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 훌륭한 행동 또한 정도를 지킴이 좋을 일이니, 지나치면 오히려 비난과 중상이 뒤따를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세심하게 배려를 하고 어떤 일에도 빈틈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친절하게 돌보지 않고 무슨 일에서나 담백한 태도를 잃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빈틈이 없어도 안 되고 지나치게 시원스러운 것도 안 된다. 균형 잡힌 태도를 관철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말이다. 이상을 높게 가져야 하지만 어디가지나 현실에 입각해야 할 일이고 생각이 주도면밀해야 할 일이지만 지엽말단의 하찮은 일에 구애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이 있고, 사려가 있으면서도 결단력이 있고,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남의 흠을 찾지 않으며, 순수하면서도 과격함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꿀(honey)을 쓰더라도 지나치게 달지 않게 할 것이고 소금을 쓰더라도 지나침이 없는 이상적인 모형이 될 것이다. 입에 맞는 모든 진미는 모두가 장(腸)을 상하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독약임을 잊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술을 곤드레만드레가 되도록 마셔서는 오히려 흥이 깨지고 약간 얼큰할 정도에 머물렀을 때가 최고이듯, 홀짝 핀 꽃 보다는 반 쯤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기쁨에 들떠 아무 일이나 떠맡아서도 안 될 일이고, 술에 취한 핑계로 분노를 폭발시켜서도 안 될 일이며, 사업의 순조로움에 방심하여 손을 지나치게 넓혀서도 안 될 일이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을 대충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런 균형감각과 중용을 중히 여기는 인생 태도에는 끝없는 맛이 있고 인생의 본질을 철저히 규명한 달인의 메아리가 있다. 인정(人情)은 험하고 인생길은 냉혹하니 참고 견디는 것을 지주(支柱)로 삼고 살아가지 않을 때 금세 덤불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다가 구덩이에 빠지기 쉬움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무턱대고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행복, 그리고 원대한 목표를 그 바탕에 두었을 때 관용, 인내, 균형감각 등이 늘 생명력을 발하면서 은은한 빛을 발산해 주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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