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저 멀리 봄바람 불어오는 소리 아스라이 들리는 듯 
당신만을 그리워하며 사랑에 목말라하던 그때
철쭉은 지천에 붉은 물감처럼 꽃을 피웠고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흰색 숲에서는
뻐꾸기 한 마리 아침부터 노래 불렀다.

누가 보고 싶어 저리도 애달프게 울어되는가!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노라고 
얼굴 붉게 물들며 수줍은 속삭임에 
기쁨이 파도처럼 온몸에 부서지고 있었다.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며 소리 없이 내리던 날 
당신은 다정한 목소리만 남기고 홀연히 흰 눈 속으로 떠났고
상처 난 가슴을 부여안고 밤새도록 신음의 고통에서 통곡했다.
마을 앞 흐르던 시냇물도 매말랐고
울창하고 아름답던 뒷산 단풍나무 숲도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신이 대답할 수 없었기에----
종잡을 수 없는 눈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무게도 빛깔도 흔적없이 당신은 진눈깨비 속으로 사라졌지만
좋은 곳으로 가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빌고 또 빌었다.
기막힌 슬픔이 폭포수처럼 심장 깊은 곳으로 쏟아졌다.
손에 잠시 얹혔던 하얀 골분[骨粉]은 눈바람 따라 먼지처럼 흩어져갔다.
기쁨도 슬픔도 없고 더위와 추위도 없는 곳으로

당신이 가는 곳 어디메인가!
함께 갈 사람 없는데 하얀 눈을 맞으며 영원의 세계로 혼자 가는구나.
가슴에 묻어둔 아픔은 미련 없이 버리고, 못다 한 사랑 훌훌 털어버려라.
한 줌의 가루로 눈바람 따라 가랑잎 위로 춤추며 흩어지니 
바다가 부르면 바다로 가고 산이 부르면 산으로 오라며 가네.

처음 가는 길이라 서툴지라도
“그리운 이여! 안녕! 잘 가거라.”
사무치게 그리워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아쉬움만 켜켜이 쌓이고
행여 내 몸 어딘가에 뼛가루 묻었을까 봐
장갑 낀 손으로 탁탁 털면서 주소 없는 슬픔이 먼지처럼 둥둥 떠다닌다.
뒷동산도 그대로이고 아침 안개도 그대로인데 
당신의 흔적만 사라졌구나!
애타게 그리우면 숲에서 부는 눈바람 되어 찾아오리.
보고 싶으면 가을철 들국화 향기 되어 찾아오리.


해석) 산골---죽은이의 뼈 가루를 산천에 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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