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로봇 기계 오작동 등으로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 산업현장은 물론 농가에서도 인공지능(AI)이나 산업용 로봇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안전장치 확충과 안전의식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고성에서도 한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산업로봇이 40대 노동자를 박스로 인식해 압착시켜 숨지게 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역시 산업용 기계로봇 센서의 오류를 살펴보던 중 일어난 사안이라 더 그러하다. 산업로봇 오인·오작동 사고는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2020년 7월에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동료의 오작동으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 3월에도 전북 군산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오작동으로 로봇 기계에 눌려 중상을 입었다. 2022년 4월에는 평택의 음료 생산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을 점검하던 중 신체가 끼여 숨졌다. 수년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자동차 공장에서 산업로봇이 오작동해 노동자가 사망한 적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산업용 로봇 가동대수는 30만대 이상이며, 90%이상이 제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으로 인한 재해발생 형태는 끼임(187건, 53%)이 가장 많았고, 부딪힘(121건, 34%)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중대재해 요인을 살펴보면, 에러 조치가 43.3%(13건)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낸다. 이런 에러의 상세 발생 원인으로 정해진 위치에 물품 안착 불량 및 이송 중 제품 낙하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용 로봇은 방호장치 무효화, 로봇 가동 중 작업 구역 진입 등으로 끼임, 부딪힘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 기계”라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위험요인으로▲로봇 방호장치 무효화로 인한 보호영역 출입 ▲비정형작업시 산업용 로봇 불시 가동으로 인한 위험 ▲산업용 로봇 작업반경 내 접근으로 인한 위험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출입문 연동장치 설치, 안전매트 또는 감응형 방호장치 설치 및 정상작동 유지, 비정형작업 시 로봇 기동스위치는 열쇠로 잠근 후 표지판 부착하여 타 근로자의 불시기동 방지, 산업용 로봇 셀에는 높이 1.8m 이상의 방책 설치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매뉴얼만 지키더라도 얼마든지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해 보다 증가추세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엄벌해 재해를 줄인다는 것이 법 도입 취지였지만, 별다른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셈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 대상이 2024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만큼 선제적 대비가 요구된다. 더욱이 추가로 적용될 중소기업의 77%는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안전관리 체계 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실제 산업재해는 환경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정작 해당 중소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거나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안전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재를 줄이는 데에는 사후처벌 강화보다 지켜야 할 안전보건 의무 기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런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평소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건설 위주 산업구조와 원·하청 이중구조 등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후진국형 안전사고의 재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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