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들국화 향기 창문 너머 단풍나무 밑 지나더니
잎새마다 크레파스로 울긋불긋 색칠해놓았네.
바람이 불 때마다 한잎 두잎 춤추며 떨어져 간다.
멀리 냇가 하얀 억새꽃 무더기 위에 
아파트 화단의 줄지어 늘어선 코스모스 꽃 위에 
팔랑팔랑 춤추며 내려앉네.
불꽃 같은 사랑의 바람 타고 팔랑거리며 

가을이 되면 사랑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빨간 단풍잎 책갈피 속에 접어서 
사탕 같은 애절한 사연 밤 지새우며 꼬박꼬박 쌓는다.
받을 사람도 없는데---
어쩐지 마음 울컥해지고
노랑 은행잎 흩날리던 은행나무 밑에서 
기약 없이 당신의 기다림에 마음 지쳐 우울하던 그 날에

가로등 희미한 골목길 귀퉁이
보름달은 은하수 은빛 가루 천지에 쏟아내는데
수줍어 수줍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멀리 떠나간 당신을 그리워하다 붉은 단풍잎으로 물들었나.
가을바람에 깊은 사연 세세히 접어서 띄워 보낸다.
애절한 사연 메아리 되어 밤 깊은 등잔불 아래 전해다오.
그리움에 멍이 들어 뚫린 가슴에 찬 바람 불어온다고

눈빛만 마주쳐도 부끄러워하던
순진하던 그 맑은 사랑의 감정 폭풍처럼 휘몰아칠 때
수줍어 얼굴 붉히며 망설임에 애를 태우던 그 모습 보이는가?
귀뚜라미 소리 또르락 또르락 구슬프게 이어지고 
바람결에 단풍잎 한잎 두잎 떨어져 날리는 소리 
잠 못 이루는 가을밤이 깊어가는가 보다.

길고 긴 가을밤은 천지가 고요한데
바람결에 날 부르는 다정한 속삭임, 날 오라 손짓하네. 
당신의 목소리 아스라이 들리는 듯, 내 가슴 온몸을 떤다.
사방을 둘러봐도 짙은 검정색, 멀리 초롱 불빛들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날 부르던 다정한 목소리 낙엽 되어 어디로 떨어져 갔는가?
쓸쓸한 거리에 저만치 낙엽만 뒹구는데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의 추억, 슬픔의 회한으로 잊혀지고 
단풍잎 떨어진 발가벗은 나목에 그리움으로 남으리.


아! 가을밤은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다.
해석) 가을이 되니 젊은 시절의 순수하던 사랑의 감정을 편지형식으로 나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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