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나의 아내여!
하늘 푸르고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저만치 가을이구나!
들녘에는 들국화 향기 지천에 손짓하네.
높은 하늘에 물오리 떼 날고 
나뭇잎은 붉고 노란 색깔로 변하는데
꽃처럼 아름답던 당신의 젊은 시절 모습 지금도 변함없구려. 
가랑잎처럼 구멍 숭숭 뚫린 삶이지만
식탁 앞에서만이라도 환한 얼굴 하며 
험난한 인생살이 위로의 이야기 나누자.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당신과 둘만 남은 허전한 식탁
빈 공간이 우리의 마음을 공허하게 할지라도 
밝은 표정으로 즐거웠던 옛일만 돌이키자.

가스레인지 위에는
당신의 정성이 가득한 김치찌개, 두부 된장국이
보글보글 소리 내며 끓지 않는가.
“맛있게 잘 먹을게.”
지난 일 파란만장한 상처 있을지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남은 인생 서로 불쌍히 여기며 따뜻하게 손잡아주면서
젊은 시절의 아름답던 그 미소로 돌아가자.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 힘겹지만
식탁 앞에서만이라도 도란도란 이야기 정겨운 얼굴 하자.
당신과 처음 만나서 가슴 설레던 
아름답던 청춘 시절은 꿈처럼 지나갔다. 
함께 고이 늙어가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가.
부질없는 걱정 내일로 미루고
힘없이 처진 어깨 굽어진 등 서로 기대자.

하늘이 맺어준 인연 어찌 마다하겠는가?
싫은 소리 미운 감정 멀리 떠나보내고
슬픈 웃음 짓지 말고 서로 위안이 되자.
주름진 얼굴, 늘어만 가는 하얀 머리카락 가는 세월 덧없구려.
대화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시간 번개처럼 지나간다.
지나간 날의 희노애락은 고달픈 인생살이.
상처 입고 마음 아픈 과거일지라도---
아직도 나쁜 감정 당신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가?
미움과 원망 보석처럼 껴안고 있는가?
흐르는 강물에 훠이훠이 던져버리자.


해석) 부부 사이는 걸망 메고 먼 길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길을 가다 힘들면 함께 쉬어서 가고, 강물을 만나면 함께 손잡고 건너며, 서로 등 토닥이고 서로 고마워하며 서로 위로하고 그런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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