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cacao.com

살아남으려고 
아침 일찍 두 눈 비비며 일터에 간다.
거울 바라보며 단정한 몸차림
귀향하는 나그네처럼 숨 가쁘게 달리지.
직장상사 몰상식한 빈정거림 아양 떨며 아부하고
갑질 직장차별 웃으면서 견딘다.

살아남으려고 
낯선 친구 사귀고 각종 모임 나간다.
마음에 없는 밝은 표정 습관처럼 꾸미며
힘센 권력 꾼의 허무맹랑한 주장 박수치고 
부패와 불의한 일에도 모른 척 눈 감는다.
살아남는다는 건 자신과의 비굴한 싸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인들---

살아남으려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돈 벌러 가는 거야.
자존심과 부끄러움 하수구 팽개치고
돈벌이 된다면 양심과 속임수 구분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병폐의 비참함에 적응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병원에 들락거리며 
“죽을병인가? 살 병인가?”
지옥과 천국, 숨 가쁘게 오르내린다.

살아남으려고 
땡볕에 콩밭을 맨다.
뜨거운 태양, 포도송이 땀방울 이마에 매달리네.
살아남는다는 게, 숨 가쁘고 목마르구나.
멀리 아련하게 콩 타작하는 소리 들리는데
살아남은 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상이 그리도 좋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가?

천국도 극락도 싫고 이 세상이 좋아
백 살 이백 살까지 오래오래 살 거야.
살아남는다는 건 죽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것.
그래도 때가 되면 흔적없이 가고 
푸르던 나뭇잎은 붉은 단풍으로 물든다.
겨우 살아남았는데 손에 남은 건 텅 빈 허공뿐.
아! 쪽빛 가을 하늘, 하얀 뭉게구름 떠간다. 
살아남은 자의 서글픈 웃음소리 천지에 울려 퍼지네.


해석) 삶의 목적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땡볕에 뒤집힌 체로 맨땅에서 허덕이는 한 마리 벌레처럼,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인생은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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