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NDH9977@daum.net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삽니다.
앞으로는 맑은 시냇물 흐르고
사시사철 온갖 물고기 하늘 향해 점프하며 오두방정 떱니다.
뒤로는 하늘에 닿을 듯 높은 바위산 웅장하고

내가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빈 집 거실에서 하루 종일 뜀박질하며 뒹굴기도 하다가
온갖 것 물어뜯으며 어질러놓고
심심하면 방에서 방으로 장애물달리기  
거울을 보며 혼자 미친 듯이 웃고 춤추며 노래 불러요.
“머---------엉멍멍! 머엉 멍멍멍! 깨깨-깽-깽-깽! 왈왈왈!”

주인 인척 깝죽 되는 젊은 부부는 내 하인인데요.
아침 일찍 깍듯하게 인사하며 사라졌다 오후 늦게 들어오죠.
꼬리를 살랑살랑 반갑게 아양 떨며
“야! 하루 종일 어디 쏘다녀? 깨깨깽! 깨깨깽!“
그래도 내가 좋아서 숨이 꼴깍 넘어가는 시늉 합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뽀뽀를 하고 껴안고 야단.
주인 잘 섬기는 이런 하인 세상에 없을걸요.
기분이 좋아 물구나무서서 오줌을 질금질금 싼답니다.

대소변까지 치워주고 계절마다 명품 옷도 입혀주고요.
아프면 병원도 자가용으로 태워주고, 가끔씩 드라이브도 하고
사우나에서 찜질 냉수 목욕도 시켜주며
맛있는 요리 명품 접시에 담아 차려준답니다.
가끔 헤어숍도 다니며 공원에 산책도 가죠.
요즘은 핫 펜티에 썬글라스 하고 다닙니다.

나는 사람보다 수준 높은 애완견.
성질나면 잇발을 드러내고 험악한 표정으로 짖습니다.
”으르릉, 깽깽깽! 으르릉, 깽깽깽!”
싫증 났다고 주인을 길가에 내다 버리는 하인들 많아요.
”개보다 못한 인간아!”
”제발 개 같은 인간 되어라. 깽깽깽! 깽깽깽!”
큰 목소리로 꾸짖지만 멍청한 인간들 그래도 좋답니다.
요즈음 집 집마다 개 짖는 소리 요란하게 들립니다.


해석)
사람보다 개가 존중받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애완견을 보살펴서 생명의 귀중함을 실현한다면, 애완견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는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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