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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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렇게 오래 살면서 한평생을 잠깐이라고 하나요.
나의 하루살이가 당신의 일백 년인데---
당신이 일백 년 살 때 나는 하루를 산답니다.
비록 하수구에서 태어났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삽니다.
비가 올 땐 풀잎 밑에 쉬고 햇볕이 나면 강변에 앉아
뜨거운 땡볕에 땀 줄줄 흘리며 시궁창 물 위를 날아요.
길거리나 난장에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웃음을 팔아요.
그래도 나는 부자입니다.

고성의 넓은 들은 나의 논밭이고
벽방산과 거류산은 나의 정원
철 따라 꽃 피고 뻐꾹새 노래한다.
철뚝 앞바다는 나의 작은 연못 
온갖 물고기 은빛 반짝이며 즐겁게 뛰노는구나.
푸른 하늘은 나의 텔레비전이며
흰 구름이 드라마 연속극.
마동호는 나의 거울
아침마다 거울 보며 생수 한 컵 마신다.
월세방 한 칸이 나의 궁궐이니 
길가는 사람은 시종이요 궁녀다. 
마트는 먹을거리 가득한 나의 냉장고
고성읍은 나의 장난감, 
매일 매일 아파트 짓기와 자동차 놀이한다.
얼마나 부자인가!

해질녁이면 송학천 강둑에서 날개짓 합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요.
아! 하루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네요.
밤이 오니 때 묻은 헌 옷 훨훨 벗어버리고 떠날 준비 해야겠습니다.
하루살이 한 마리 없어도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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