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NDH9977@daum.net

도시의 짙푸른 가로수 밑을
다양한 껍데기가 바쁘게 오고 간다.
화려한 꾸밈과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수많은 얼굴.
당신은 허수아비
가을 들판에서 참새만 쫓아라.
훠-이 훠-이
참새들이 웃으며 날개짓 퍼득인다.
누더기 옷에 낡은 보릿대 모자 눌러쓰고
매직으로 마구마구 휘갈겨져서 비뚤어진 입술과 부릅뜬 눈알

미소짓는 표정과 풍선 같은 달콤함은 사라지고
돌아서면 빈 껍데기만 보이네.
여태까지 유령과 대화를 했구나!
내 말은 소음이 되어 허공에 파도처럼 부서졌구나!

오색찬란한 것이 날 부르며 웃는다.
“넌 누구냐?”
“에이 녀석, 농담 그만해”
“넌 누구냐고?”
“야, 임마! 진짜 이럴거야? 내가 누군지 몰라?”
껍데기의 하소연은 허공에서 메아리친다.
수많은 언어의 조각들이 부딪치며 파열음을 쏟아내고 
그 목소리 내 심장 속으로 비수같이 파고든다.

비단옷 걸치고 살풀이춤을 추는 번화한 거리
주정뱅이 장단에 꼭두각시 춤을 춘다.
껍데기에 무수한 상처의 흔적들만 침전되고
광대들이 미친 듯이 흐느적거리는 거리로 썰물처럼 빨려든다.

당신은 알맹이가 있기나 하는 것인가?
본래부터 껍질로만 되어있었는지 모르겠다.


해석)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친절한 목소리와 미소와 표정과 아름다운 색깔로 꾸며진 포장지가 되었다. 포장지와 포장지와의 대화에서 알맹이는 만날 수 없는 것. 그러니 우리는 유령사회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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