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남 덕 현
ndh9977@cacao.com

내 고향은 
강원도 산골 탄광촌[炭鑛村]
깊은 땅속 끝 동네.
검은 얼굴로 세상에 태어나 상처 난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더니
발가락에서 출발한 추운 바람 머리카락까지 오르내린다.

초승달과 별만 모여 사는 산동네.
골목길 돌고 돌아  
하늘도 없이 혼자 사는 젊은 여인 작은 방에서,
새벽같이 떠났다 밤늦게 돌아오는 그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사랑하던 남자 멀리 떠나고
가난을 운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외로운 여자. 
바람에 날려갈 듯한 개미허리 움켜쥐고 산다.

추위를 몸서리치도록 싫어하는 사랑스러운 그녀가,
밤마다 내 몸에 불을 지르면 나는 뜨거운 용광로가 된다.
길고 긴 겨울밤.
그녀의 몸을 뜨겁게 달구며 온몸을 불태우다 보면,
겨울밤이 짧기만 하구나!

내 몸을 불살라
당신의 추운 가슴이 따뜻해진다면 밤새도록 불타고 싶다.
타고 남은 하얀 재가 
버림받아,
길가는 사람마다 밟을지라도---

불덩이 같은 내 몸을 이부자리 속에 감추고 
오늘도  
그녀는 긴 치마자락 펄럭이며 새벽같이 어디론가 떠났다.


해석)
한 장의 검은 연탄은 비롯 볼품없이 못생겼지만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불살라가면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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