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택은 필수다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자주 ‘흰 코끼리’가 회자된다. ‘흰 코끼리’는 겉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돈만 많이 드는 실속 없는 ‘애물단지’를 뜻한다. ‘흰 코끼리’는 불교에서 대단히 귀중한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는 석가모니의 모친인 마야부인이 태몽으로 6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옆구리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흰 코끼리는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고 신성시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국가의 수호신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일반적인 코끼리도 신성하게 여겨진다. 
 그렇지만 고대 태국 왕들은 진귀한 ‘흰 코끼리’를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선물하면, 신하는 흰 코끼리를 돌보다 가산을 탕진해서 결국 파산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흰 코끼리가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각종 스포츠 경기장은 물론 도로와 사회기반시설 등 곳곳에 숨어있는 애물단지들은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며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고성군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러한 실태는 전국곳곳을 일컫는다. 그렇지만 고성군도 이러한 ‘흰 코끼리가 없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혈세만 낭비한 사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엄홍길전시관’이 대표적인 예다. 가령 1년에 한번씩 ‘거류산 등반축제’라는 명목으로서만 쓰여 질뿐 지역경제활성화나 다른 인센티브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몇몇 등산인들의 등정입구로만 쓰일 뿐이다.
 물론 이런 세금 낭비 사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잘못된 수요예측’, ‘선심성 공약’, ‘졸속 추진’, ‘검증시스템 부재’ 등으로 일관되어 있다.
 특히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또 지자체간의 과다한 유치경쟁으로 인한 지역 이기주의도 한몫을 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 쓸모없는 애물단지, 즉 흰 코끼리를 양산하고 있다.

 곧 민선 8기가 시작된다. 고성군도 작금의 시점에서 이런 사업들이 있는지 여부에 최대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흰 코끼리’ 라고 판단되면 과감한 선택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더 이상의 ‘흰 코끼리’ 양산은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프랑스는 이런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시민대표와 전문가, 국회의원, 판사 등 25명으로 구성된 CNDP(국가 공공토론위원회)를 운영한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귀중한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 시스템인 것이다.
 스웨덴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세금 낭비 방지는 물론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신뢰를 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위원회가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활성화 되진 않고 있다. 유사한 기관으로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있긴 하지만 지역민들의 전체의견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 유감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하고 있으나 참여도가 부족해 아쉽다.

 그렇긴 해도 향후 국책사업 추진 시 정치인, 관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한 결정이 흰 코끼리 예방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민선 8기에는 많은 이들로부터 공모를 통해 의견을 모은다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보다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가 공존하는 방법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할 때 비로소 정치인들은 무서워하고 ‘흰 코끼리’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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