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원 법학박사
고성미래연구원장
(사)아시아교류협회장
(사)한국기업법무협회장

 옛날에는 지역의 인재가 사회의 큰 역할을 하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고등고시 등을 통하여 고위공무원이 되거나 사업을 통해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도였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일부 또는 대한민국이라는 범위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이 변했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자신의 모범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인의 영향력이 커졌고,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인은 모범적인 세계시민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이제는 우리가 하는 것과 가는 길이 세계사에 기록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지역에는 외국인들이 이웃이 되어 함께 지내고 있으며, 그래서 세계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일까? 한국인은 분명 한국의 어느 지역의 사람들이지만, 그 지역이 어디인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와있다. 이제 한국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되어 세상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서, 또 세계를 위해서 지역의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사회와 세계를 위한 지역의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낼 것인가?

 우리의 아이들은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섭취하고 자라난다. 청소년기를 거치며 세상에 눈을 뜨고, 보다 넓은 세계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발견하게 된다. 동시에 한국인 그리고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거친다. 지역의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한국 사회를 이끌 미래의 인재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인재들은 지역의 성원으로 한국을 위해서, 나아가 세계를 위해 더 많은 경험과 학습을 하게 된다.

 과거 대학의 역할은 대학입시를 통해 입학한 지역의 인재들을 가르치고, 다시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수준이었을 때에는 열심히 선진국을 따라가야만 하였고, 우리 대학은 선진국의 대학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고, 학생들에게 그들의 정보를 신속하게 수입하여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의 일원이고 국제사회의 리더로 변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따라서 이제 대학의 역할과 기능도 그러한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지역은 끊임없이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사회는 그러한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들은 놀랍게 발전한 과학과 기술을 통하여,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넓은 인터넷 세상을 통하여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이들이 더 큰 인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고, 그들이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끌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은 이전보다 지역에 더 가깝게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의 인재를 보다 먼저 그리고 가깝게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지역의 인재를 먼저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고민은 이미 한국사회의 명문대학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지역의 인재를 경쟁적으로 발굴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노력하고, 지역사회가 가진 인재육성이라는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지역인재 발굴과 육성에 빠른 발걸음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대학들이 지역밀착형 전진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많은 지역사회와 지방정부가 명문대학들과 손잡고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성과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유한다. 지역사회와 해당 지방정부가 지역의 어린 인재들을 대학과 함께 키워 한국 사회를 이끌고, 나아가 세계 사회를 이끌어 갈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경남 고성은 서울/수도권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 동안 경남 고성이 감당해야 할 장애요소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경남 고성은 한국사회를 위한 휼륭한 인재를 무수히 배출해 왔다. 이제 과학과 기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과거의 장애요소는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서울/수도권과 ‘거리가 멀다’는 답답함도 곧 개통될 KTX로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지역인재 발굴과 양성의 과제를 서울/수도권의 명문대학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가까워졌다.

 지금은 이와 같은 ‘좋은 상황’에 불씨를 던질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지역 인재 발굴과 양성이라는 숙제를 대학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 경남 고성에서 자라고 그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리더가 서울/수도권의 명문대학의 전진기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더 가깝고 빠르게 지역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은 이미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다. 지역사회와 리더가 대학과의 ‘주파수 맞추기’를 통하여 그러한 기회를 창출하고, 빠르게 지역의 아이들이 명문대학이 원하는 인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명문대학을 통해 대한민국이 필요한 인재를 넘어,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지금은 지역과 대학이 함께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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