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명절인 정월대보름이 3-4일 앞으로 바싹 다가왔건만 썩 내키지 않는다.
 난데없는 코로나로 인해 정월대보름날 축제가 수년째 밀려가고 있어선지 당최 흥이 나질 않는다. 지금쯤이면 마을 어귀에는 ‘달집태우기’ 행사에 쓰일 대나무 등이 한 아름씩 쟁여 놓을 법도 하건만 눈에 뛰질 않는다. 연 날리는 아이들을 만나기란 정말 힘들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로 상원, 혹은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네 조상들은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로, 보통 그 전날인 14일부터 행하는 여러 가지 풍속들이 있다. 원래는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15일 동안 축제일이었으며, 이 시기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 축제였다. 새 학년이 시작하는 날은 3월 1일이지만 3·1절이 있어 본격적인 새 학기는 3월 2일부터 시작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또한 세배를 드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이 날에는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 및 제철 생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빈다. 또한 고싸움, 석전과 같은 행사와 다양한 놀이를 하였는데, 이 풍속들은 오늘날에도 일부 이어져 행해지고 있다. 지역별, 마을별로 제사를 지내는 곳도 있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한 해의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한 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세시풍속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임인년 새해에는 다들 복된 나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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