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원 법학박사
고성미래연구원장
(사)아시아교류협회장
(사)한국기업법무협회장

 연말 날씨가 추워지면서 고향을 오가는 많은 분 중에 가슴이 미어지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지내기 불편한 고향집에 고령의 부모를 홀로 둔다는 불효자의 죄스러움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이라, 대부분의 노인은 요양보호시설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노인은 요양보호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극히 두려워한다. 요양보호시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슴에 죄인의 멍에를 안고 사는 이는 또 있다. 바로 장애아동을 둔 부모이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게 한 원죄에다 가족·사회에 대한 미안함까지 가진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신의 모든 꿈과 일상을 포기하고 자식을 돌봐야 한다. 장애아동을 사랑으로 가정에서 양육해 보지 않은 이는 그 고통을 갸늠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고향의 어르신과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장애를 갖게 된 장애아동의 삶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무한책임으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북 안동의 공공실버주택사업 

 장애아동과 어르신을 함께 아우르는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을 고성군에 건립하자. 고령의 어르신과 양육이 까다로운 장애아동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돌봐주는 돌봄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이러한 시설을 통해 노인요양시설은 죽음의 돌봄시설이 아니며, 장애아동돌봄서비스가 부모처럼 사랑으로 돌봐준다는 인식이 생기게 해야 한다.

 시설은 경북 안동시의 ‘공공실버주택사업’을 벤치마킹하면 될 것이다. 안동의 공공실버주택사업의 경우 사업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주택 및 복지관 건립은 LH공사에서, 부지제공 및 운영은 안동시에서 각각 분담하여 운영되고 있다. 주택과 시니어케어서비스가 결합되고, 알찬 프로그램 운영, 인근 주민과의 협력 등을 통해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도 보건복지부와 LH공사 등의 예산과 지원을 받아 고성군 관내에 얼마든지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시설은 다인실의 병동 같은 요양원이 아니라, 가구당 별도의 독립 공간을 제공하는 실버타운식으로 지어야 한다. 그리고 1층에는 공동 식당과 의료시설과 복지관 등을 갖추게 하고, 주말농장 수준의 텃밭과 산책로 등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운영이다. 고령의 노인과 비정상적인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과 봉사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일반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일 지도 모른다.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에는 입소한 노인이 다른 노인이나 장애아동을 돌보는 서비스를 도입해 보자. 요양하면서 일하고, 베풀고, 사랑을 전하는 노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보미를 자처하는 입소자에게는 기본적인 돌봄서비스 업무를 가르치자. 돌보미와 돌봄을 요하는 사람을 하나의 공간에 배정하여 생활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고성군이 파견한 전문 사회복지사와 의료인력을 상시배치하여 모든 입소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텃밭 가꾸기로 활기찬 요양보호시설

 적당한 일거리와 애정을 쏟을 대상이 있다면 노년의 요양보호시설은 그야말로 활기찬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텃밭 수준의 농사일과 편지봉투 접기 등 생산적인 소일거리를 제공하여 소유와 목표 등의 의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삶의 활기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과 종교를 결합해 보자. 특히 장애아동을 돌보는 것은 고도의 인내와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고성군 관내 수많은 종교단체가 있다. 은퇴한 종교인이나 신앙심이 깊은 종교인이 적지 않다. 이  중 다수가 갈 곳이 없어 대부분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근근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에 입소시켜 적절한 생산적 노동과 장애아동을 양육할 기회를 준다면, 본인들은 만족하고 장애아동을 헌신과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은퇴한 종교인에게 한두명의 장애아동을 붙여서 생활하게 하자. 이들에게 놀라운 삶의 변화와 기쁨이 생겨날 것이라 확신한다.

 ‘고성형공공케어전용시설’은 가족이 면회 올 시간만 기다리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죽을 시간만 기다리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오로지 생명을 키우는 보람 특히, 사회가 외면하는 장애아동을 돌보는 숭고한 헌신이 있는 삶을 통해 환하게 웃고 있는 노인들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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