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호
전 인하대학교 겸임교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령 등 하위 법령 제정과 후속 작업을 거쳐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 전국의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국민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고향 등 타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 등과 함께 답례품을 제공 받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고향을 떠나 외지로 이주한 출향인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실정에서, 고향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도시와 농촌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상생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데  취지와 목적이 있다.   
 법이 통과되자 인구감소와 재정 악화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뭄의 단비 같은 제도’라고 평가하면서 지방재정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으며 시행 시 나타날 폐단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우여곡절과 갑론을박이 많았다.
 고향사랑 기부금제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당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으며, 18대 국회에서 ‘고향세’란 이름으로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되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 이후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고향세법’,‘고향사랑 기부금법’ 등의 명칭으로 잇따라 유사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번번히 처리가 무산되었다가 21대국회 들어 지난해다시 발의되어 지금에 이르러서야 제정되었다. 
 이와 같이 오랫동안 법 제정이 지체된 것은 수도권 의원들의 견제와 반대 탓도 있었지만, 정책 목적 달성 불투명, 지자체 간 과열 경쟁,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오남용 우려, 답례품 제도의 역기능 등과 같은 폐단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과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제기된 이러한 논란과 우려들을 하나하나 불식해 나가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정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법을 수정·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고향사랑 기부금제의 성공 여부는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건수와 기부액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다. 따라서 출향인 등이 기부하고픈 마음이 내키도록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만드는 데 법 제정의 방점이 찍혀야 함에도 오히려 기부의 오남용 방지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어 아쉬움이 크다.
 이번에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2008년도부터 시행 중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도’를 모델로 하고 있음에도 일본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일본은 고향세 기부금 한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부금의 거의 전액을 되돌려 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더불어 일본은 2015년 ‘클라우드 펀딩형 고향세’, ‘고향 창업가 지원 프로젝트’, ‘고향 이주 교류 촉진 프로젝트’ 등 납세 방식을 다양화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등 고향납세제도를 확대 개편하여 시행함으로써 실적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향납세제도 시행 첫해인 2008년 기부액이 814억 엔(한화 약 8675억 원)에 불과했는데 13년만인 2020년에는 6725억 엔(약 7조 1486억 원)으로 82배나 증가했다.
 반면에 우리는 개인별 기부액을 연간 5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준조세적 강제모금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기업·단체 등 법인은 기부할 수 없도록 했다. 관련법 개정으로 기부자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긴 했으나 추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기부의 강요는 철저히 금지되고 모금 방법도 엄격히 제한하였다. 업무·고용 등 관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기부 또는 모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공무원이 그 직원에게 기부 또는 모금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소속 공무원이 기부금을 낼 것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하여 법을 위반할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은 다음 회계연도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해당 지자체의 기부금 모금·접수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모금 방법도 대통령 령으로 정하는 광고매체를 통해 정해진 범위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개별적인 전화·서신·전자적 전송매체 이용, 호별 방문이나 향우회·동창회 참석·방문 등 사적 방법을 동원한 모금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앞으로 기부금의 상한을 상향 조정하거나 폐지하고 기부 주체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기부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 나가야 하고 모금 방법도 규제 및 징벌 일변도에서 융통성 있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행정 절차도 기부자 편의 위주로 간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은 고향세 이용 후 확정신고를 하지 않아도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특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 일부 지방에서는 고향세 기부 수속과 답례품 수령이 가능한 자판기를 설치하여 기부를 희망하는 사람이 면허증 등 개인 정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스캔한 후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바로 골라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하위 법령 제정과 법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을 반영,개선하여 일본을 능가하는 ‘한국형 고향사랑 기부금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방의회,관련 단체 등이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나가야 한다.

 고성군도 고향사랑 기부금제도의 성공적인 활용과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홍보전략 수립과 세부사업 설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막연히 출향인의 선의와 애향심에만 기대기 보다는 출향인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과학적 통계와 근거를 바탕으로 기부금 수익에 대한 정확한 에측을 하고 기부금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답례품 특화전략도 제대로 강구해야 한다. 답례품 개발과 구성에 창의력을 모으되 주민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여 주민 간의 갈등이나 반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기부금의 관리·운용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부작용 발생에 대한 방지 대책도 세밀하게 강구해야 한다. 지자체는 모금·접수한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하여 기금을 설치하고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을 위해 조례 제정 및 기금운용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하여 관리·「감독 하도록 했다.
 고성군과 의회는 기금 설치, 조례 제정, 기금운용심의위원회 구성 등 일련의 과정이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모금 총액, 사용처 등 정보도 상세히 공개하여 불필요한 마찰과 잡음이 일어날 소지를 없애야 한다.
 고향사랑 기부금제가 열악한 지방재정의 숨통을 트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지방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지방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들이 속속 강구되어 돈과 사람이 우리 고성을 비롯한 지방으로 몰려 오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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