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원 법학박사
고성미래연구원장
(사)아시아교류협회장
(사)한국기업법무협회장

 나의 고향은 경남 고성이다. 고향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태어나 자라난 곳 또는 자신의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이므로, 나의 고향은 경남 고성이 분명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갔던 분과 후손, 가난이나 정치적 혼란을 피해 멀리 타국으로 이민을 갔던 분과 후손, 공부와 직장, 꿈을 위해 대도시나 해외로 떠난 사람들과 후손들에게도 ‘경남 고성’은 늘 그립고 아련한 고향이다.

 한가위 대보름달이 둥둥 뜨는 추석이 지났다. 타지에 살고 있는 수많은 고성인의 마음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넘쳤을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국에서 찾아온 수많은 고성인들의 가정마다 행복과 웃음꽃이 피어났다. 고향의 마을마다 산골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단장으로 그야말로 고향은 색동저고리가 되었다.

 고성 출향인의 마음에는 항상 ‘固城人’이라는 자부심이 넘쳐나고, 어디든 자랑스러운 ‘固城人’의 품격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러고 보면 ‘固城人’은 현재 고성군에 거주하는 5만 군민과 30만 출향인을 합쳐 무려 35만 명이나 된다.

 고성의 공동체 의식은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서울, 부산, 울산, 창원 등 고성인이 있는 곳은 어디나 향우회가 존재한다. 아마도 수천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소가야의 연대와 동질감이 바탕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고성인의 애향심은 유달리 강하다. 고향의 크고 작은 행사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챙긴다.

 고성아시아교류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고향 선배가 고향의 중고등학생을 가리치는 ‘꿈꾸는 멘토링’을 운영했다. 고향 선배는 바쁜 시간을 쪼개 기꺼이 멘토봉사를 자처하고, 책과 선물까지 자비로 사주신다.

 심지어 서울에서 고성 가는 길에 배고프지 말라며 노잣돈까지 챙겨주시는 사람이 바로 고성인이다. 지난 20년간 수없이 많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이런 모습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출향한 30여만 명의 고성인 중 상당수가 고령이 되었다. 그리고 중년의 고성인은 실직이나 정년 등으로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청년의 고성인은 비싼 주거비와 학비, 취업난과 싸워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출향한 고성인은 고향을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 왔다. 이제는 고향이 출향한 고성인을 응원하고 도와주어야 할 시기이 되었다.

 먼저 출향한 고성인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귀농·귀어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수의 귀농인이 지역민과의 갈등으로 실패하고, 그에 따른 손실도 적지 않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잘 파악하여, 출향한 고성인의 귀농·귀어에 전략적으로 지원한다면 성공확률이 높을 것이다.

 고성 인구가 내년에는 4만 명 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고성군의 소멸위험지수가 전국의 상위권에 있다. 출향한 고성인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한다면 고성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출향한 고성인의 기업을 고향으로 적극 유치해야 한다. 과학기술과 교통인프라의 혁신은 굳이 공장을 도시에 둘 필요가 없다.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공장을 고향으로 옮겨올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일군 기업이 고향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이야말로 최고의 보람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주거비와 학비는 농어촌지역의 학생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고성출신 대학생들이 주거비와 학비 걱정없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각종 장학제도를 마련하고 공동기숙사 등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청년들이 다시 고향의 기업과 기관에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성출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설명회 개최, 취업연계 해외연수 제공, 청년주거공간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고향은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생을 다해 죽어 묻히고 싶은 곳이다. 고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다양한 형태의 묘지공원을 조성하여, 고성인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고향에서 영면하게 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출생한 후손이라 할 지라도 부모의 묘지를 찾을 때마다 자신의 뿌리가 고성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고향을 어머니와 같다’라고 한다. 어머님은 품은 자식이나 떠난 자식이나 언제든지 똑같이 안아주신다. 고성군이 5만의 군민뿐만 아니라 출향한 30만 고성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향이 있어 35만 ‘固城人’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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