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암
평론가

 집값 폭등으로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을 최고조로 야기한 것도 모자라, 집권여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자 불경이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처사에 불과하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는 알고는 있는지 낯짝이라도 있어 ‘가짜뉴스’를 들이댄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진실뉴스이고, 그들에게 가하는 비판은 맞지 않는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내로남불의 찬가’는 끝없다. 곧 도래하는 이 가을에, 실체 없는 으악새 슬피 피우는 찬가는 낭만이라도 있겠다만, 그러하지 아니하다.

 세계 속 경제력 9위권, 군사력 6위권의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해괴망측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저급하다. 이 법의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피해자 아닌 피해자의 문제제기만으로 기사를 차단할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민·형사소송으로 그 보도에 진위여부가 판단되기 전에도, 사실상 기사 삭제가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말, 글, 상형에 의하여 자유로이 표현하고 전파하는 것이고, 언론의 자유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 주관적 공권의 효력으로 국가권력을 직접 구속한다. 이는 국민이 개진하는 의사가 자유롭게 표현되고 통치자에게 전달되는 표현의 자유,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알 권리, 사실을 전달할 수 있는 보도의 자유, 사이버공간 등을 통해 자신이나 단체를 알리거나 정부나 기업체의 소유 정보 중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액세스권(access權)이 포함된다.

 이 자유는 표현·소통의 자유로움을 국가의 방해가 없이 향유하는 권리로, 민주주의와 사회의 다원화를 형성하는 기본적 성질을 갖고 있다. 1776년 버지니아권리장전 제12조와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고, 약 250년 전에 이 땅을 살다간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그의 저서 『자유론 On Liberty』에서 언론의 자유를 역설했다. 즉, 자신에 대한 반대의견까지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그리고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어떤 의견이 왜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올바른 의견 못지않게 그릇된 의견을 통해서도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기자들이 겁이 나서 취재하고 보도를 하겠나. 언론보도로 피해가 발생 시는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과 가짜뉴스를 처벌한다는 이 법의 주요 개정안이다. 열악한 언론사는 5배란 숫자에 오금이 저리겠다. 더구나 가짜뉴스는 어떤 잣대를 대겠다는 말인가. 그들만의 법인 ‘내로남불법法’이 작렬할 수도 있겠다. 집권여당 국회의원 그들, 본래의 직을 내팽개친 율사들이 우글거리는 민의의 전당이 무색하다. 지금 언론의 피해에 대해서 현행 헌법 및 형법은 너무 충실하다는 점을 망각한 것인지, 무지나 무식함의 발로인지 의아할 뿐이다.

 언론의 자유를 설파하던 대통령도, 헌법상 부여된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묵시적 동의를 취하고 있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가 모두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다는 아니다.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며 알권리가 수반하기 때문이다. 형법 제310조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할 때에는 처벌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권과 언론단체, 의식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이라 하여 헌법소원과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반대성명을 낸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ères; RSP)’에 집권여당 대표는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어. 뭣도 모르니까”하자, 알비니아 지국장은 사과를 요구하면서 “RSF가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은 전적으로 맞지 않다. 특파원이 3명이나 있다.”고 맞받아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말 바꾸기에 능한 집권여당 관계자는 문제가 되자 “뭐 또 모르니까”로 해명하면서 언론이 오해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반론에 답이 있다. 즉, "언론피해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선진국, 더구나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법은 국격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또한 "나중에 두고두고 이런 법은 해외에서도 교과서에 사례로 소개할 수 있는, 부끄러운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헌법학자와 법학도들은 이 법에 주목하면서 비웃고 있음이다.


 *타 매체와 함께하는 본고는, 헌법학자이기도 한 필자가 헌법적 가치에 따른 기고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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