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암 아투 기고 】

정 종 암
(시사문학)평론가·연구인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소득재분배효과의 한계가 드러난 지금이다. 대선정국을 맞아 기본소득(basic income)에 관하여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소득이나 노동의 유무와 관계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달리말해 자산이 많고 적음에 따른 차별이나 자산조사도 없이, 근로의지 유무나 근로조건의 부과도 없이 국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이는 현재 미국 알래스카, 마카오, 이란 등지에서 이름만 다를 뿐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부분적이나마 2년간 시행한 바 있고, 여타 국가에서 시험 중이거나 활발하게 논의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2019년 기본소득당과 국가혁명배금당까지 창당됐고, 2020~21년 현재, 펜데믹을 구실로 한시적이나마 이와 유사한 기본소득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부자도 빈자도 따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선별적 복지를 주구장창 부르짖던 부자나 신자유자주의 신봉자들도 지원금을 덥석덥석 받는 ‘한국적 야누스판’이 자행됐다.

 이에 대한 기원을 보자. BC460 고대 그리스의 급진적 민주주의 지도자인 에피알테스와 이로부터 한 세대 후 플라톤의 『국가』에서도 찾기도 하나, 16C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공유제로 기본소득, 공공주택, 6시간 노동, 경제적 평등에 의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에서 찾을 수 있다. 18C 미국독립운동과 프랑스혁명에 기여한 토마스 페인이 기본소득의 원형을 구체화했다. 즉,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그 가치의 10분의 1은 징세하여 공공복리를 위한 제안이었다. 일부 정치권에서 말하는 토지보유세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한국의 조지 예찬론자(조지스트)들의 교과서격인 19C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서 주장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분의 공유이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인구대비 미국 다음으로 신도 수가 많다는 기독교의 정신이다. 즉, 성서의 정신에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안식년이나 희년이라는 제도이다. 이 중 구약성서 레위기 25장에서 희년은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내면 다음 해인 50년으로, 이때는 소유권이 원래의 주인에게로 귀속되고 노예들은 자유인이 되고 사람들은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하도록 하는, 평등과 자유를 누리게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헌법 제10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국민이 행복추구권, 인간존엄성, 기본적 인권을 향유함에 있어 국가는 지켜줘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실현해야 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이 일을 대체하거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위기는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있다. 이에 세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인가. 이건 기우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가 2,000조원으로 중국을 제외한 세계 8위권에 육박한다. 여기에 문재인정권이 이룩한 성업인 웃지 못 할 행태가, 이러한 GDP보다 약 5배나 많은 땅값을 자랑하고 있는 마당이다. 세수확보는 크게 어려운 게 아니다.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으나, 여타 선진국이나 유럽에 비해 세금이 많은 것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라, 상식선에서 보자.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도 아니다. 세수확보는 공무원의 탁상행정의 폐해와 나눠 먹기식의 세금누수를 최소화한다. 지하경제의 세원확보와 하나님이 하사한 땅은 공유로, 노동이 가미되지 않은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원천차단과 함께 고율의 과세 부과이다. 필요에 따른 국가화폐 발행과 미래세대와 함께할 지속가능한 환경을 저해하는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환경세 부과 등으로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

 8월말 경, 정부는 88%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러면 세원조사는 끝난 셈이기에,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더는 없겠다. 이로써 국민은 서류공화국을 방불케 하는 대한민국 관공서의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는 피할 수도 있겠다. 영국의 늙은 노동자의 삶을 그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인 이러한 관행에, 자신의 권리임에 돌직구를 던지게 한 폐해가 없어질까 만은, 이에 대한 행정비용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더라도 절약이 되겠다.

 각국의 기본소득 시험에서 보듯이, 수혜자가 구직활동을 게을리 하거나 범죄도 잉태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이는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자유주의시장경제 옹호자인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마저 기본소득인, 저소득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의 소득세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선 빈곤선을 50~70%대로 하여 순차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최소한의 생활보장인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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