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암
(시사문학)평론가·연구인

 인류의 재앙은 끝없다. 카인(Cain)이 자신의 동생인 아벨(Abel)을 죽인 그 피의 대가가 전 세계를 뒤덮는 듯하다. 그 후예들은 봄은 봄인데도,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강타한 이른바 팬데믹(Pandemic: 대창궐)이 인류가 저지른 죄에 대한 혹독한 시련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B·C 430년경, 도시국가였던 아테네에서 발생한 역병에 이어, 중세유럽을 강타한 흑사병과 20세기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홍콩독감에 이어서다. 

 21세기를 질주하는 이 시점은, 조물주가 하사한 이 지구를 인간의 탐욕으로 혹사한 탓도 크다. 즉 편리성에 따른 마구잡이 환경파괴에 있는 원인에서 찾을 수 있는 게 무리가 아니다. 후대에 온전하게 물러줘야 할 지구의 몸살에 기여하였음에, 전 인류 자신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에 300만 명 이상이 생명을 잃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잃을 줄 모르는 형국이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세계인은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펜데믹에서 벗어나고자 지구촌은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전 세계 인구 7~8명당 1명꼴이라는 통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령층과 의료진, 사회필수요원 등 우선접종대상자 위주인 현재 겨우 4~5%선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백신 접종의 58%는 미국과 중국, 인도 3국에 집중됐다. 백신 접종의 47%가 세계 인구의 16%가 사는 부국인 고소득국가들에 국한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백신협력체인 코백스(COVAX)를 통해 빈국에서도 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률은 0.2%에 그쳤다. 이에 빈국이 아닌 이 나라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경제대국 10위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국력과 경제력을 믿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이 정권을 지탱하는 국가에 질타를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6일 “여유가 있을 때는 모든 나라가 한 목소리로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지만, 국제적인 연합이나 공조는 뒷전이고 되레 국경봉쇄와 백신 수출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백신의 생산부족과 백신개발 국가의 자국우선주의,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가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4~5%대 백신 접종률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러다가 금년이 지나고, 내년이 와도 전 국민의 접종이 어렵겠다. 잘못하다가는 저승에서나 접종이 이루어지려나. 국가의 대응능력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소국(小國) 타령에 중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좋다. 그래 보자. 접종률 49%인 영국과 42%인 미국은 빼자. 인구대비 최소 1회 이상 접종률은 이스라엘이 60%대, 아랍에미리트 51%, 칠레 41%, 바레인 38%, 우루과이 32%란 수치인데도 ‘사과할 일도 아니다’면서 주야장천(晝夜長川) ‘내로남불 찬가’를 부를 것인가. 

 국제정치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아직 백신 접종도 시작하지 않은 북한의 세습왕조 김정은 정권과 보조를 맞추는 것도 아닐 텐데, 각자도생이 힘들면 나서라. 국민들은 국가, 이 정권에 밥을 주고 있다. 그러면 머슴답게 밥값을 하라. 아직도 외교부 수장과 외국에 파견된 외교부요원들은, 각자의 위치가 꽃방석에 앉아 피리나 부는 유희의 장인가. 

 우스운 말로 소는 누가 키우긴, 국민이 키운다. 국방의 의무도 국민이, 그것도 정직한 국민의 아들·딸들이 지킨다. 세금도 잘 낸다. 이제 지치고 지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등록금을 내고도 취업 창고에 불과한 대학에도, 본전을 뽑고자 가고 싶어 한다. 백신 부족은 외부에 있지 않다, 이 정권에 있음이다. 내로남불 찬가는 이제 귀가 따갑다. 그래도 국민은 국가를 믿고자 한다. 백신 확보에 실패하고도 국민에게 사과도 없는 오만불손한 이 정권은 환골탈태하여,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백신 확보에 나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 게 국가의 존재 의무임이다. 

 *본고는 서울일보와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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