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시인의 디카시 <우주>

 2021 제14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상하는 제7회 디카시작품상에 김규성  시인의 디카시 「우주」(계간 《디카시》 2021년 봄호 발표)가 선정되었다.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개막 오프닝 행사일인 2021년 5월 22일(토) 오후 2시 경남 고성 마암면 장산숲에서 열린다. 

 디카시작품상은 2015년부터 고성군(군수 백두현)의 후원으로 한국디카시연구소가 제정하여 매년 시상일로부터 1년 이내에 디카시 전문지 계간 《디카시》에 기성 시인이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디카시의 글로벌화와 디카시의 전범이 될 만한 디카시 작품 한 편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고 있다. 제1회는 공광규, 제2회 김왕노, 제3회 송찬호, 제4회, 리호, 제5회 이운진, 제6회 이정록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제7회 디카시작품상 본심 심사를 맡은 김종회 평론가와 오민석 평론가는 수상작 김규성의 디카시「우주」 에 대한 심사평에서  “가뜩이나 짧은 디카시의 형식을 역으로 이용하여 단 두 행으로 그는 순식간에 상투적인 스투디움(일반적, 평균적)에 구멍을 내고 독특한 “상처”의 푼크툼(강렬함)을 생산한다. 디카시는 예술이므로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상투성과 반복은 디카시의 적이다. 뻔한 사진에서 뻔한 스투디움을 읽어내는 것은 예술로서의 디카시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김규성 시인은 디카시의 문법과 기능과 효과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라고, 디카시 고유의 장르적 매력을 뿜어내는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했다.  

 디카시는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로써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하여 주로 스마트폰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발견한 시적 영감을 찍고 5행 이내의 짧은 시적 언술, 즉 영상과 언술을 하나의 텍스트로 하여 SNS를 통해 실시간 소통하는 것을 비전으로 한다. 디카시는 언어 예술이라는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2004년 경남 고성에서 지역 문예운동으로 출발하여 2016년에는 국립국어원에 문학 용어로 정식 등재되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작품이 수록되며 디카시의 저변이 날로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오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심사평]

상투성을 뒤집는 디카시의 힘

 2004년 무렵, 이상옥 교수를 중심으로 시작된 디카시 운동이 근 2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그 대중적 저변을 크게 확대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종 디카시 공모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시민들의 반응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기성 시인들도 디카시 운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쇠락의 길을 걷던 시 장르는, 이제 디카시를 매개로, 대중들을 기반으로, 시인들을 전위로 하는, ‘예술(문예)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계간 <디카시>는 이런 운동의 중심에서 매년 디카시 작품상을 운영해왔고, 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이다.
 까다로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여러 시인의 작품들은, 디카시의 ‘문법’을 이해하는 단계를 훌쩍 넘어서 디카시 고유의 장르적 매력을 뿜어내는 높은 수준들을 보여주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이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는 김규성의 「우주」에 주목했다. 김규성은 사진이 보여주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정서(스투디움 studium)를 뛰어넘어, 작가만의 고유한 정동(情動)을 찌르는 우연, 바르트(R. Barthes)에 의하면, 일반성의 의도와 계획을 벗어나는 “상처이자 찔린 자국”, 즉 푼크툼(punctum)을 읽어낸다. 사진의 동그라미는 일반적(평균적)으로 통일성, 부드러움, 완성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 마주 보고 있는 한 쌍의 새는 통상 행복, 사랑의 스투디움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규성 시인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의미소를 갖는 동그라미(원)에서 “감방”이라는 부정적 푼크툼을 끄집어내고, 서로 사랑하며 내미는 것처럼 보이는 새의 부리를 그것에 갇힌 것으로 읽어낸다. 일반적인 정서가 날개가 상징하는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읽어낼 때, 김규성은 반대로 그것에서 “제발 날개가 돋지 않기를 기도하던 때”의 처절한 상처를 잡아낸다. 가뜩이나 짧은 디카시의 형식을 역으로 이용하여 단 두 행으로 그는 순식간에 상투적인 스투디움에 구멍을 내고 독특한 “상처”의 푼크툼을 생산한다. 디카시는 예술이므로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상투성과 반복은 디카시의 적이다. 뻔한 사진에서 뻔한 스투디움을 읽어내는 것은 예술로서의 디카시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김규성 시인은 디카시의 문법과 기능과 효과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김규성 시인의 제7회 디카시 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외롭고 고단한 글쓰기의 길이 늘 화창하기를 빈다.
본심 심사위원: 김종회(평론가), 오민석(평론가)

[당선소감]

김규성 시인

 긴 시보다도 짧은 시를 즐겨 써 온 평소의 과묵과 게으름이 이 상을 받게 된 직접적 요인인 것 같습니다. 나이 들며 언어가 낡아지고 긴장이 느슨해지는 시적 안일을 늘 경계해 왔습니다. 이 상을 계기로 시의 함축미와 성찰적 내밀을 추구하는 데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의 새로운 영역을 의욕적으로 개척해 나가시는 한국디카시연구소 관계자 분들과 계간 <디카시> 편집진, 그리고 졸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수상자 김규성 시인 약력]
전남 영광 출생.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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