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병으로 인한 지옥 같은 가족들의 절규는 어떡하려고? )

남 덕 현
(佛名:불명<法勝:법승>)
kbs491015@hanmail.net

 나이가 들수록 오래살고 싶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자식을 불효자로 만드는 지름길이니 욕심 버려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섭섭하겠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 중년이나 노년층 사이에 한창 유행하던 이야기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드러눕고는 훌쩍 떠나면(죽으면) 제일 좋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 99세까지 살고 말고는 하늘에 달린 일이지만, 이 유행어의 의미는 오래 살라는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면 자신의 몸조차도 스스로 건사하기가 힘드니 건강관리를 잘 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한 자신의 집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뒤 이삼일 앓다가 떠날 수 있으니 노인요양원 같은 전용 시설에 입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쇠하고 돌볼 사람이 없으면 결국 노인요양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젊은이가 당신에게 “백세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라고 인사한다면 그것은 당신을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말이 될 수도 있으니 기뻐하지 않아야 한다. 도대체 오래 살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노인이 존경받던 시대는 저물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노인이 되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모두들 싫어하고, 그 모습 또한 추해진다. 머리카락은 희어져서 빠져버리고, 얼굴빛깔은 검푸른 색으로 변하며, 눈은 멀어지고, 귀는 어두워졌는데 말이다. 얼마 전에 가까운 지인이 잠자다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은 일이 있다. 슬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한 죽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몹시 부러워했다. 늙어서 고생하기 전에, 노병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어려움 끼치기 전에, 조용히 떠났으니 얼마나 복이 많으냐?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다가 죽는다고? 어림없는 생각이다. 그 나이 되면 집에 있으나 무덤에 있으나 다를 바가 없게 된다. 허황된 개꿈 깨고 정신 차려야한다. 늙어서 질병에 시달리는 고통과 간병으로 인한 불편함이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길거리 노인들 한 번 쳐다봐라.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종합병원이나 노인요양병원에 한 번 가봐라. 지옥이 따로 없다. 링거 병을 박 넝쿨처럼 몸에 매달고 휠체어에 의지하며 다니는 사람뿐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다 죽는 것이 인간의 욕망일지 모르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늙고 병들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에는 죽는다. 누구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당신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병들고 편안하게 죽는 게 아니고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말이다. 질병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을 몹시 괴롭히다 고통스럽게 죽게 한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다. 본인도 그렇고 질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의 가족의 괴로움은 차라리 더하다. 당신이 치매에 걸려 시시때때로 헛소리를 한다면 누가 변함없는 사랑과 친절로 맞이할 수 있는가? 당신이 질병의 고통에 못 이겨 밤새도록 신음소리를 지른다면 누가 날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주겠는가? 당신이 질병으로 불편해 하면 누가 당신을 세수시키며 목욕시키고 하루 세끼 음식을 입에 떠넘겨주겠는가? 누가 당신을 하루 세 번씩 화장실로 데려가며 대소변을 치우겠는가? 당신이 노인성 질병을 앓으면 그 치료비는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가? 당신에게 매달려 간병하면 가족의 생활비는 어떻게 되는가? 당신이 병들었을 때 누가 휠체어를 밀어주며 씻겨주고 입혀주고 먹여주며 간병해줄 것인가? 그러니 오래 산다는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만인의 고통이다. “옛 말 에 효자 10명보다 악처 한명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배우자의 건강이 나의 건강이고 가정의 건강이며 행복이다. 먼저 질병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에 대한 예화를 들어보자. "콧 줄 식사에 혼자서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하세요." 큰 병을 앓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고생한다. 특히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경우 배우자, 자녀들의 고충이 더욱 커진다. 치료가 되었더라도 큰 후유증에 시달리며 남은 노후를 보내야 한다. "귀찮아요. 병 생기면 귀찮은 일이 몇 배 많아져요." 저희 아버지가 뇌경색 후유증을 앓고 계신데, 3개월 넘게 콧 줄 식사를 하세요. 한쪽 몸이 마비되어 혼자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환자 본인과 지켜보는 가족까지 그야말로 지옥이다. 콧 줄 식사를 하고 반신불수로 간병인 없으면 한 걸음도 못 옮기는 당신의 장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본인도 힘들지만 가족들은 무슨 '죄'인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당장 음식을 가려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 최고의 가족사랑은 본인이 건강한 것이다. "진짜 미리 챙기세요. 40대 초반인데, 올 여름에 어지럽고 잠깐 얼굴에 마비가 오고 두통으로 병원 가보니 뇌졸중이랍니다. 다행히 초기에 잡아서 생활에 문제없지만 ”얼굴 마비되면 일도 그만두고, 남은 인생 어찌 살지 캄캄했어요." 위의 사례는 뇌졸중의 질병에 대한 고통의 일부분 일뿐이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다양한 질병이 있는지는 당신들에게 맡기겠다. 아픈 부모를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으니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병상에 누운 노모는 연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손을 꼭 잡아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구순을 넘긴 어머니가 낙상으로 한 달째 입원 중이다. 좀체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차라리 안 보면 나으려나. 주말에 어머니를 보고 오면 한 며칠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대학병원에서는 오래 입원을 못 한다고 한다. 상처가 아물고 원기를 되찾아 퇴원하더라도 당장 어디로 모셔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 문제로 가족 간의 갈등이나 불화는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당신은 상상을 해보아야 한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집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수발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분명한 것은 당신에게도 이런 문제가 닥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환자를 누가 돌보느냐다. 노인 간병 문제는 어느 가정에나 닥칠 수 있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대 등으로 노인요양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에서 전적으로 맡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세상이다. 설령 사정이 되는 집이 있다 해도 중병환자 간병을 배우자의 '도리'나 자식의 '효심'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더욱이 독신노인의 간병은 해결방법이 없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한 노인의 치매와 뇌혈관성 질환 및 파킨슨병과 암 등, 노인성 질환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일부 노인요양시설에서 자행되는 학대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족들은 불안과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환자를 당장 집에 모실 수도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혼자 지내다 죽음을 당하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번 뉴스에 “팔순 부모 홀로 간병, 치매는 효자를 무너뜨렸다.” 라는 내용이 나왔다. 매일같이 일으켜 세우고 눕히고를 반복하는가 하면 가족이 더 이상 신체수발과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는 동반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예이다. 노인의 질병을 간병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부모를 극진히 모셨던 자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치매였다. 자녀는 부모님께 매일 직접 밥을 떠먹여 드릴 만큼 효심이 깊은 아들이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차례로 치매를 앓게 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아버지가 경증 치매에 걸렸을 때만 해도 견딜 만했다. 그러나 지난해 폐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중증 치매까지 앓으면서 자녀는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가족들이 때로는 이렇게 호소하기도 한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맞벌이 가장입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아버지 노릇, 남편 노릇, 아들 노릇까지 열심히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예상치 못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노모께서 기력이 점점 쇠하시더니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남의 집 일이라 생각했던 일이 저희 가정에 닥치니 난감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두 아이 교육자금과 우리 부부 노후자금을 만들어 가기에도 벅찬 터라 재정적 부담도 큰 상황입니다. 현재 삶을 유지하면서 자식 된 도리를 다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특히나 노인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심리적인 고통은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다.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심리적 육체적 고통의 규모는 측정할 수조차 없다. 이런데도 100세까지 살 거라고? 자식 죽일 일이 있나? 정신 차려야 한다. 어리석은 욕심이다. 그것은 가족에게 천대받다가 죽겠다는 생각과 다를 바 없다. 노인성 질병으로 가족들을 피곤하게 하기 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 사고방식이며 큰 복이다. 물론 그것이 뜻대로 될 가능성은 없지만 말이다.

 하나의 사례를 더 들어보자. 30대 후반인 김씨(여성)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다시 걷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직장도 그만 두고 병원에서 3개월을 먹고 자며 돌봤다. 결혼도 포기했다. 정성어린 간병으로 아버지는 차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몸 왼쪽이 마비돼 지금은 요양원에서 누워 지낸다고 했다. 김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아버지는 아이가 됐다.”며 “과자를 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아버지를 보며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의 어머니가 간암과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부모 한 분이 아픈 것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는데 두 분 모두 아프시니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병원비로 쌓인 빚만 수천여만 원이며, 매달 월세 40만 원과 아버지 요양원비 100만 원을 내고 나면 빚만 남는다. 김 씨도 공황장애가 생겨 장시간 외출도 쉽지 않고 얼마 전에는 집을 비우라는 집 주인 말에 집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이렇게 늙은 부모가 질병에 시달리면 그 자녀까지도 인생을 포기해야 하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온 가족이 함께 무너지는 슬픔을 당하게 된다. 그러니 너무 오래 사는 것도 그렇게 좋아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곧 구정이 다가온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날로 노쇠 하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낄 때가 되었지만, 부모가 늙어가는 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자녀가 많다. 요즘 아무리 젊게 사는 시대라고 해도 환갑을 넘기는 순간 체력은 급격하게 저하된다. 무엇보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백세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평생 열심히 살고 은퇴해 안락한 노후를 보낼 때쯤엔 이미 노쇠하고 병들어 이런 저런 약을 먹고 병원을 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눈치를 잘 채지 못하며 늘 어린 시절의 강인했던 부모님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늙은 부모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아니다. 부모가 스스로 잘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신체활동 능력과 인지능력이 모두 떨어진다. 결국 오래 살게 되면서 본인도 괴롭지만 부모 간병이 자녀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래도 백세까지 사는 것이 좋은가? 당신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인가? 오래 사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깊은 생각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나이 많아도 아직까지 정정하다고? 노인의 앞날은 한 시간 후의 일도 모른다. 사람은 반드시 늙고 병들어서 고통 속에 죽는다는 현실을 깨우치길 바란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일이다. 당신이 지금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 바란다.

저작권자 © 고성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