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으로 만나 짧은 한평생 잠깐 지나가니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사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니 )

남 덕 현
(佛名:불명<法勝:법승>)
kbs491015@hanmail.net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나면 부부[夫婦]의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남은 인생을 친구[親舊]처럼 상대방을 존중하고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부[夫婦]보다 더 중요란 말이 어디 있으랴마는, 나이가 들어도 걸핏하면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다투고, 마음 비틀어지고, 상대방의 실수를 추궁하며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나이 들면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가 고집이 엄청나게 세며, 자신의 주장은 무조건 옳아서 누구에게도 굽혀지거나 설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습득되어진 자신만의 경험들이 뇌 속에 저장되어 굳어진 것이 그 원인이다. 주변의 이야기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불통이 된다. 이런 고집불통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잔소리가 많아지고 타인의 일에 비판이 많아지며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자기 생각대로 쉽게 결정해버린다. 그러니 변화되어가는 현실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고집불통의 습관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게 된다. 그런 결과로 노인들에게 붙여진 이름이 ‘꼰대’이다. 이런 ‘꼰대현상’은 여자 노인들이 훨씬 더 병적인 증세가 심하다.  늙은 노인이 되면 입은 다물고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귀만 열어두라고들 충고한다. 그러하니 이런 ‘꼰대’ 부부들 사이에는 나이가 들수록 간격이 벌어지며 동질감이 사라져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부사이가 돌아누우면 남이라고 하지만 마주보고 앉아도 남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겉으로는 부부의 흉내를 내고 있으나 허울 좋은 부부인 셈이다. 그러니 노인부부들 사이에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서로의 주장과 주장이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며 친밀감에서 차츰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부부 중 한 사람이 죽을 때는 인생이 불쌍해서 눈물 한 방울 흘릴 뿐이지 따뜻한 정과 미련은 거의 남아있지 못하게 된다. 불쌍하고 어리석은 인생살이이다. 그러면 이런 노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간단하다. 부부관계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친구관계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님은 틀림없다. 이날 이후로 나는 집안의 가장이니 하는 생각과, 아내이니 하는 의식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까지 내려놓으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교적 관습이 남아있어서 남편과 아내의 사이에는 묵시적 종속관계가 존재한다. 즉 결혼이 성립되는 날을 기준으로 남편이 위가 되고 아내가 아래가 되는 구조이다. 그런 까닭으로 남편을 가장이라고 부르며 아내를 집사람 혹은 안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종속관계는 갈등의 원천이다.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자들끼리의 영역다툼이 끝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갈등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가치관이 부딪힐 때 일어나는 심리적인 불안을 말한다.

 그럼 부부관계와 친구 관계란 무엇인가? 살펴보자. 부부[夫婦]란 한자어를 살펴보면 부(夫)는 지아비를 말하며 부(婦)는 아내를 나타내는 말이다.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부터 남녀차별이 시작되는 것이다. 남녀 성 평등을 부르짖는 여성이라면 이런 용어부터 수정하는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 그럼 어떤 사유로 부부[夫婦]라는 용어가 성차별인지 살펴보자. 부부[夫婦]라는 용어는 남편과 아내라는 기본에서 출발하므로 당연히 남편의 할 일과 아내의 할 일이 분리되며 그곳에서 부터 부부[夫婦]사이의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것으로부터 남편의 의무와 아내의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며 그 의무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갈등은 증폭되어 부부싸움이 발생하며 심지어는 이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현 시대에는 남편이 할 일이 따로 있고 아내가 할 일이 따로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함께 의논해서 구분 없이 해야 하는 시대이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평등적인 사회적 규범 속에서 어느 곳에도 속박되지 않으며 자유로워져야 한다. 남편과 아내의 구분은 조선시대 남존여비사상인 유교문화의 산물이다. 그런 구시대적 산물을 현 시대까지 답습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럼 남편과 아내의 전통적인 관계를 실제적으로 살펴보자. 결혼 이후로 가정에서 아내에 대해서는 남편으로, 부모에 대해서는 아들로, 자녀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되는 동시에 가정을 대표하는 가장으로 그 권위를 부여받게 된다. 여자 역시 남편에 대해서는 아내로 시부모에 대해서는 며느리로 자녀들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되는 동시에 가정의 살림살이를 조직하고 운영해 나가는 주부로 그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남편과 아내로서의 역할과 함께 가장과 주부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남편은 가장으로서 가정을 대표하고 가족성원들을 지휘통솔하며 집 재산을 관리하고 농사일을 비롯하여 주로 바깥일을 맡아 보았고 아내는 주부로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위로는 시부모를 모시고 음식을 만들며 집안의 살림살이를 맡아 보았다. 부부 사이의 이러한 분담과 거기서 나오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주로 남녀 간의 성적 분업에 기초한 것으로서 육체적으로 힘이 센 남편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아하였다면, 연약한 아내는 힘은 덜 드나 섬세하고도 품이 많이 드는 가정 일을 맡아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남편을 가리켜 바깥주인이라 하였고 아내를 안사람이라 하였던 것이다. 자급자족적인 가정경리가 기본이던 사회에서는 생산 활동을 비롯한 가정살림을 통 털어 경직(耕織))이라 하였는데, 그것은 남자가 맡은 바깥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경(耕)이라 하였고, 여자가 맡은 집안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직(織)이라고 불렀다. 가정에서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불평등한 관계가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지배하던 지난날 착취사회의 지배계급의 가정에서는 토지를 비롯한 기본 생산수단들이 모두 가장인 남편의 소유로 되어 있었고, 주부인 아내까지도 남편의 재산에 얹혀서 놀고먹는 순수한 소비자로 취급되었다. 남편은 집 재산의 소유자였고 가정을 대표하고 가정생활을 지휘 통솔하던 가장으로서 권리만을 부여받았고 아내에게는 남편에게 복종하는 의무만이 지워져 있었다. 그러므로 아내에게는 남편의 재산을 소비하면서 자식 특히 아들을 낳아 가정의 대를 잇게 하는 것이 주되는 임무로 간주되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일방적인 정절과 순종을 강요하였고 아내는 남편에게 얽매여 멸시와 구박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봉건사회의 혼인이 일부일처제 혼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그렇지 않다. 부부사이에서도 재산의 소유문제가 내 것 네 것이 있다. 각자 벌어들인 재산과 소득의 구분과 소유권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만 지우치지 않는 공평성이 존재하며 또한 상대방에게 요구한다. 어느 한쪽이 재산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려는 의도는 용납되지 않는 시대이다. 심지어는 성의 평등까지도 주장하는 시대이다. 그러하니 봉건주의 시대의 남성 우월주의 관습을 과감하게 내던져야 화목한 가정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인들이 아직도 이런 관습에 얽매여있다면 가정불화의 갈등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 외롭게 죽어 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 심각한 깨우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 친구관계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친구사이는 좁게는 신뢰성이 있어야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 부부관계도 이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행복한 친구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덕을 베풀어야 한다.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인사하고 대화하고 돕는 것이 친구이고 대등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친구가 되는 길이고 행복의 길이다. 오히려 덕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서로 인사하고 대화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내가 어려울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친정한 친구임을 알고 친구가 어려울 때 외면하지 않고 돕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친해진 만큼 신중한 언행을 보이는 것이 우정을 더 깊게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양보하고 져주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친구의 잘못이 있다면 비난하지 말고 서운하다는 감정표현만 있으면 된다. 친구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며 내가 먼저 사과하는 것이 자기사랑이며 친구 사랑이다. 특정한 능력을 친구와 비교하여 우열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신은 부부와 친구에 대해서 잘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니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친구관계로 새 출발 하기를 기대한다. 평생 동안 당신의 뒷바라지만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또한 그럴 가능성도 적으니  과감하게 인생의 설계를 다시 짜기 바란다. 나이 들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자연현상이니 너무 기대하지도 말아라. 잔소리와 간섭이 많아지는 현상은 고칠 수도 없고, 또한 자신의 욕구 표현이다. 그러니 부부사이에는 웬만하면 내 주장 하지 말고, 이야기를 듣기만 해주는 것이 지혜이니, 잘잘못 너무 따지지 말고 친구처럼 보내라. 화를 내면 내는 대로, 짜증내면 내는 대로 내버려둬라. 모두가 잠깐 지나간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와서 반복하여 되풀이되기도 한다.
 그런 일에 맞대응해서 당신의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살이 잠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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