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지게에 지고 부모님을 산속에 버렸지만 요즘에는 승용차로 부모님을 버리러 간다)

남 덕 현(法勝: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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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지자 산천에는 붉고 노란 갖가지 색깔의 단풍이 아름답게 절정을 이루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즐겁게 한다. 그렇지만, 곧 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떨어져서 발길에 뒹굴며 정처 없이 날려가다가 결국에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의 늙음도 이와 같다.
 이 세상에 영원불변한 것은 없으며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소멸하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 육신도 그렇고 정신도 생각도 그렇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변화를 애써 부정하려 하며 지금의 생각과 모습이 영원불변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모습도 나이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다가 인연이 다하면 소멸한다. 당신은 이런 현상들을 인정하며 시급히 받아들여서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제 현상들을 늙는다고 말하며 노화라고도 한다. 늙는다는 것은 인생을 쇠잔하고 초췌하게 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치닫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늙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거울 속엔 어느덧 늙어 버린 자신의 모습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불로초를 구하려 애썼던 중국의 진시황도 노화 끝에 죽음을 맞이하였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세도가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방도가 없어 모두 늙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의학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노화란 세월이 감에 따라 신체에 모든 생리적 변화가 발생하여 현저한 퇴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여성호르몬,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등의 활성이 저하되어 근육의 질량은 줄어드는 반면, 지방과 수분은 오히려 증가되어 운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피부, 근육, 뼈, 폐, 혈관 등에 분포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도 새로운 합성이 감소되고 이미 생성된 물질들마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따라서 피부의 탄력성이 없어지고 주름이 지는가 하면, 뼈가 쉽게 부러지고 폐와 혈관 벽이 탄력을 잃어 혈압이 높아지고 심장이 약해진다. 또 눈이 나빠지고 청취능력이 저하되며 식욕이 떨어진다. 대뇌피질의 세포감소로 인한 기억력 저하로, 특히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며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과 수분의 양이 많아져 허약한 체질이 된다. 늙어 꼬부라진 노인네들을 뒷방 늙은이라 하듯 허리 굽은 할미꽃 역시 뒷동산에서 피어나니 노화란 정말 서러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팽팽하던 얼굴에 저승꽃이 피는가 하면 이마에는 기러기 같은 주름이 진다. 거뭇거뭇 잡티가 눈에 띄면서 늙은이 티가 완연해지며 탄력은커녕 소가죽처럼 늘어진 피부. 잘 나가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간데없고 자신감마저 없어진다. 눈 아래 맺힌 덧 살이 팽팽하던 피부에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가고 노인으로 변한 모습이 무정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젊었을 땐 치열한 생존 훈련도 다 이겨내었지만 이런 것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스멀스멀 해질 때쯤이면 모여진 시간들이 세월로 변한다. 마음 편한 가까운 친구들은 오늘도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자며 수많은 건강 정보를 전해주지만 이제는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늙고 병들어 죽을 날 만을 기다리며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실을 재빠르게 파악한 사회현상들은 노인복지라는 이름하에 현대판 고려장제도를 번창시키고 있으니 인생무상이다. 자식들은 부모님 모시기를 꺼려하며 자기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등에 업어다가 양로원으로 내쫓고 더러는 노인 요양병원이나 노인요양원으로 갖다 버리기도 하는 세상이다. 현대판 고려장이 떳떳하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일상화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모두들 생각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장이란 낱말 그대로  병들고 늙은 부모를 처치 곤란하여 자식이 외딴곳 산속 깊은 곳에 움막 같은 것을 지어 놓고 거기에 부모를 버려두고 죽을 때 까지 밥이나 겨우 주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힘없고 병들고 늙은 부모를 버리는 풍습으로 알려지고 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져다 산속 깊숙한 곳에 버렸는데, 지게를 두고 돌아가려 하자 따라온 어린 아들이 그 지게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도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에 지고 와서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뉘우쳐 늙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유사한 사건들이 현 시대에 실증적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한 노인요양원(療養院)에 다녀왔다. 나올 때는 마음이 어두웠다. 그곳에 계신 노인 한분은 아들보고 계속하여 집에 보내달라고 졸랐는데 아들은 엄마가 여기서 좀 나으면 집에 가게 해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요양원은 말 그대로 요양하는 곳이지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그걸 잘 알면서도 60이 갓 지난 아들은 그렇게 둘러대며 엄마의 간청을 거절했다. 말이 좋아서 노인요양원이지 현대판 ‘고려장‘ 지내는 곳이다. 옛날에는 지게에 아버지나 어머니를 지고 깊은 산속으로 가서 버렸지만 요즘에는 승용차로 모시고 부모님을 버리러 간다. 많은 입원 노인들이 집에 가고 싶어서,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없던 병이 생기겠다고 푸념을 하고 또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들은 척도 아니하고 제 새끼들 돌보는 데만 열과 성을 다하며 늙으신 부모님 면회 가는 것도 너무나 꺼린다. 맞벌이 하느라 바빠서 혹은 전업주부는 시부모 보는 것이 싫어서, 그래서 아들 딸 며느리가 면회 오는 것조차도 수돗물이 천천히 끊기듯 그렇게 끊어진다. 매달 내는 입원비는 요양원에 송금해 주면 된다. 찾아가서 눈길 마주치는 것조차 괴로워한다. 어떤 자식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노인들이 집에 있을 때 자식들한테 학대를 받거나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온 가족한테 무시와 따돌림도 당한다고 한다. 늙으신 부모가 재산이 많으면 자주 찾고 재산이 없으면 아예 찾지 않는다고 했다. 자식들을 먹이고 공부 시키느라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병들어 누었을 때 자식은 노인요양원이라는 곳에 던지고 가버린 것이다. 세 끼 밥은 나오는데 식반에 담긴 밥은 어린아이 주먹만 하고 반찬이래야 늘 나오는 미역국 아니면 시래기 국 두부 찜 이갠 것 조금, 시어터진 김치 몇 조각이다. 요즘 우리지역에는 요양원, 요양병원이라는‘ 현대판 고려장 터’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노인들을 미끼로 국가에서 그리고 환자 가족에게서 뜯어내는 돈이 쏠쏠하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고려장터에 들어가면 아이 취급을 받으면서 사람대접도 못 받고 갖가지 통제를 받으면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로 서서히 또는 서둘러서 세상을 뜬다. 우리나라의 고려장터는 죽음의 대합실인 것이다. 아직 정신이 멀쩡한 노인들은 집을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며 자식들이 하루 빨리 찾아와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자기를 집으로 데려가는 자식은 없다. 그래도 늙으신 부모님은 고려장터에서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며 자식사랑으로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늙으신 부모님이 고려장터에서 돌아가시면 마치 폐품을 처리하듯이 장례식 치르기에 바쁘다.

 나이 많아서 서럽고도 괴로운 고려장 당할 줄 알면서 누가 결혼을 하고 또 결혼을 해서도 새끼를 낳겠는가? 전 세계에서 부모를 가장 공경하던 나라가 부모를 가장 천대하는 망나니 공화국이 되었다. 어찌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혼자 자유롭게 살다가 외롭게 떠나는 고독사(孤獨死)가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깊은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젊은 부부들에게 말하고 싶다. 늙으신 부모를 고려장터인 요양시설에 버리러 갈 때는 반드시 어린자식과 함께 하기 바란다. 당신의 노후에는 어린자식이 결국에는 당신을 버리러 갈 것이니까. 지금 현재라도 노인들은 자신이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스스로 자각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늙어간다는 것은 당신의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해진다는 것이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실감 있게 경험하려면 노인 요양병원이나 노인 요양시설에 가보기 바란다. 여유시간이 되면 한번쯤 다녀오는 것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늙음의 마지막이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구부정하며 불편한 걸음걸이, 누군가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휑한 눈빛, 남루한 몸차림에 여윈 몸매, 이러한 노인들이 노후를 가족과 떨어져서 외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그런 모습이 바로 당신의 장래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결과가 이러하니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인들도 한 때는 젊음이 창창한 청춘이었다는 점이다. 머리염색을 하고 얼굴 성형을 해서 짙은 화장을 하며 명품 옷을 걸친다 한들 늙음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질병으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늙었다는 말은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이제 끝맺음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문제이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듯이 더 늙기 전에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하길 바란다. 자식에게 기대고 서러움 당하며 불편하게 사느니 웬만하면 차라리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지도 말길 바란다. 인생의 오고 감이 본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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