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이라도 숨을 멈춘다면 당신과 당신이 소유했던 모든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남 덕 현(法勝: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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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영원하지도 않으며, 오랫동안 그것이 유지되도록 누군가가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건강하다고 해서 오래 산다는 보장도 없으며 오늘아침 일어나서 눈 뜨고 숨 쉬면 살아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삶이 끝난 것이다.
 당신이 숨을 쉬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당신의 살아있음이 판명되는 것이니 살아있는 것에 대해 하늘과 이웃에 항상 감사해야 하며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존귀하고 위대하지만 한편으로는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살아있는 것에서 죽어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젊고 건강하다고 큰소리치며 거리를 활보하던 당신이, 당장 오늘밤이라도 숨을 멈춘다면 당신과 당신이 소유했던 모든 것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당신은 바쁜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가끔씩은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래야만 당신이 지금쯤 인생의 고행 길을 어디 메 쯤 가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며 삶이 좀 더 겸허해지고 삶의 속도조절도 가능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짧은 인생에서 고장 난 브레이크처럼 막장인생을 살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니더냐. 그러니 세상의 모든 것은 태고 적부터 그대로이니 탐욕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천 년 전에도 이대로 존재하였고 천년 후에도 누가 소유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이다. 그러니 내 것이 아닌 줄을 알고 내 것인 것처럼 너무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가 소유한다고 다 내 것이 아니며, 내가 잡고 있어도 놓아버리는 순간 내 것이 아니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 뿐 그 모든 것은 구름과 같은 허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내게 조금 머물다 떠나버리니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필자가 내 고향 고성 읍에 살면서 권세를 쥐고 떵떵거리며 살던 사람도, 재산이 많아 곳간이 차고 넘치던 사람도, 그들이 어떻게 저 세상으로 갔는지 오랫동안 보아왔다. 단돈 1백 원도 가지고 가지 못했으며 몸뚱이마저도 미련 없이 버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한 푼이라도 재산을 긁어모으려고 한 평생을 발버둥을 쳤고, 높은 자리에 앉아보려고 갖은 아양과 처세를 떨었지만 남는 것은 무덤 하나뿐이었으니, 세상에 당신 것이라며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은 한 가지도 없음을 알았다. 이 몸도 잠시 동안 임대 맡아서 바지사장노릇 할 뿐이다. 갈 때는 모두 버리고 가는데 자기 것이라고 움켜쥐고 있은들 자기 것이 되겠는가? 마누라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자식도 그렇다. 문제는 맡아서 바지사장노릇 하면서 마누라도 자식도 재산도 자기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으니 고통과 갈등과 불화가 끊이지를 않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집도 내 것이 아니다. 잠시 임대했다가 떠날 때는 남겨두고 그냥 간다. 재산이 많다고 자랑할 것도 못된다. 은행에 맡긴 돈은 내가 찾아 쓰는 만큼만 내 것이고 남은 것은 은행이 주인이며, 부동산은 부동산이 팔려야만 내 것이고 그냥두면 국가가 주인이다. 내 것이라고 자랑할 만 한 것은 한 가지도 없고, 있다면 차고 넘치는 욕심과 고집불통뿐이다. 그러하니 살아있을 때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부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동거인이요. 자녀는 동거 중에 태어난 부산물일 뿐이다. 떠날 때는 힘께 할 수 없는 타인에 불과하다. 사람은 소유물이 될 수 없는 독립된 인격체이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소유에 대해 주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소유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주장은 소유자가 소유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것’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능하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생겨난 모든 종류의 크고 작은 전쟁들 역시 결국 소유를 위한 싸움이었다. 쟁취(爭取)라는 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싸워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싸워서 얻은 것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에게서 빼앗은 것들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마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쟁취의 기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기쁨이고 순간의 뒤틀린 쾌락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자신의 힘으로 이루었다 생각하며 교만의 성을 더욱 높게 쌓으려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이는 소위 경쟁사회라고 하는 세상의 자연스러운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늘 쫓기는 삶, 늘 지키려는 삶, 늘 빼앗으려는 삶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늘 만족할 수 없고 배고플 수밖에 없는 논리다. 물론 이러한 욕망이 오늘의 물질적 발전을 만들어낸 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소외계층들과 정신적 병리현상을 양산해냈다는 것도 하나의 진실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연 내 것이라는 것이 본래부터 있어왔던가? 과연 지금 내 것이라고 하는 것들이 진짜 내 것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본래부터 거저 받은 것이다. 또한 받은 것이라고 해서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들도 아니다. 사실,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해본다면, 이 세상의 어느 것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내 몸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도 쓰다가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처음부터 내 것은 없었다. 소유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거저 받았다는 생각은 무엇보다도 감사의 마음을 허락한다. 감사의 마음은 무엇인가 보답하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 당신 역시 필요한 이에게 거저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러워진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거저 받은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할 것이라 믿는다. 듣는 이에 따라서 비현실적인 망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애착과 회한은 어디에서 생겨날까? 한 마디로 ‘나의 몸’이라는 소유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몸은 본래 내 것이 아니다. 진정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달리 늙거나 병들고 죽어가는 이것이 어찌 내 소유란 말인가? 이 몸뚱이가 내 소유라는 생각은 한 마디로 착각이었을 뿐이다. 나는 이 몸뚱이의 관리자였을 뿐이다. 임시로 관리를 맡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가꾸어 주느라 바쁜 세월을 지내왔다. 그토록 애써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좋은 모습 보여주고 좋은 소리 들려주느라 최선을 다해왔건만 늙거나 병들고 죽음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관리시간이 다해가는 것뿐이다. 얼마나 개운한가?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놓아두고 떠나라 한다면 무척 서운할 것이며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관리하고 있다가 그것을 놓아두고 떠나라 한다면 그다지 서운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소유자에게는 애착이 있기 때문에 미련이 남는다. 떠날 때는 그냥 떠날 뿐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몸뚱이 뿐 아니라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다. 가족과 집, 재물, 심지어는 자신의 마음조차 소유했던 것이 아니라 관리했을 뿐이다. 내 가족도 현재의 가족일 뿐이며  다음 생에는 또 다시 어떤 인연이 되어서 만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못 다한 인연이나 한스러운 사연에 대해서도 너무 애달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우주는 인과의 법칙에 의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른 바 세상과의 인연이 다 했으니 가는 것뿐이다. 진실한 모습과 본마음인 나는 자취가 없어지지만 인연 따라 숨거나 나타나는 것이 마치 거울에 비춰진 형상과 같으며 업(業)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마치 두레박줄이 오르고 내림과 같아서 오묘한 변화는 측량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나. 가난하다고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고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가세.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깜깜한 밤하늘도 있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움켜쥐고 발버둥 칠수록 당신의 삶은 한없이 피곤해진다. 움켜쥔다고 당신 것이 아니며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산다는 게 별거 아닌 것이다. 그토록 애만 쓰고 살아 왔지만 당신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소유가 얼마나 허망한 욕심인지 깨닫기 바란다. 오늘밤이라도 당신이 숨을 멈춘다면 당신이 소유했던 모든 것은 꿈처럼 사라진다.

 당신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고 탐욕에 빠져서 인생이 고달프지 않은지 이 가을날 한번쯤 뒤돌아보았으면 한다. 과도하게 소유하려는 욕심, 그 순간부터 당신의 고통은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나이 들면 당신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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