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이 멀지 않았다. 한가위라고도 불리는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명절과 절기를 고루 헤아리며 시절을 알리고, 때에 맞는 갖은 별식과 놀이를 만들어 즐겼다. 농경생활의 건조한 식탁과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 발상은 조상들의 멋이요 풍류였다.
 신에게 풍년을 감사하고 다음 해의 풍작을 기원한다는 뜻으로 지내던 농경시대의 명절이 유교 문화를 접하면서는 조상께 드리는 보은(報恩)의 의미로, 세시풍속이 퇴색해 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흩어져 사는 혈연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협력하고 화목을 다지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 추석은 예년과 달리 코로나19로 반가운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각지자체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보다는 이동 자제를 권유하며 가족을 위한 명절이 되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달리 실제 이번 명절에는 시내 곳곳은 물론이고 마을 어귀에는 고향방문을 자제 해달라는 문구의 이색적인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매년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는 이전의 문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는 코로나 19의 재확산을 막기 위해 부득이 내린 조치다. 얼마 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추석,고향방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67.9%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같이 살지 않는 가족 및 친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문 계획이 있는 시민은 전체 응답자 중 28.1%였다. 
 특히 지난 명절에 가족·친지를 방문한 사람들 중 절반이상(56.5%)은 이번 추석에는 방문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고향과 친지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석 연휴 동안 고향 방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금은 쓸쓸한 한가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본부에서도 이번 연휴기간을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한 최대의 분수령으로 삼고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로서도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더 이상의 확산은 막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사태가 이러니 만큼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아픔을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가족 간의 따뜻한 추석인사를 통해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되돌아보고,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사랑을 실천했으면 한다. 
비록 아쉽고 힘들기만 한 명절이지만 마음만은 환한 보름달처럼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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