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 날에 ‘반야심경’ 이야기 1편 )

남 덕 현
고성읍 동외로

 종교가 인류역사에 끼친 영향중에서 가장 위대한 공적은 천국(극락)과 지옥 론이다. 선한 일을 많이 하면 천국(극락)에 가고 악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는 종교학설이다.
 만일에 천국(극락)과 지옥 론이 없었다면 인간들은 잔인무도하고 교활한 스스로의 폭력행위에 의해 멸망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며 인간의 삶은 살인과 타락으로 생지옥처럼 비참했을 것이다. 천국(극락)과 지옥의 존재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신(神)이라는 이름은 인간의 불안한 정서적 삶을 극복하기 위해 창조해낸 인간 최고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창조해낸 신(神)이라는 가상적인 존재를 인간 스스로 섬긴다는 것은 매우 우스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는 인간의 정신적 부분에 작용하여 성취 욕구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종교인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살아있을 때 보다 죽은 후를 염려한다. 죽어서 극락(천국) 가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확실히 갈지 안 갈지는 누가 보장해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극락(천국)이라는 비현실적 세계의 실상을 누구도 증명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사람은 죽은 후의 오색찬란한 헛된 꿈에 인생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의 현실적인 삶 속에서 이상세계를 꿈꾸어야 한다. 인간의 무한한 욕구충족을 위해 신(神)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 불교의 핵심적 경전인 반야심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유의할 점은 불경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자는 소리글자가 아니고 뜻글자인 관계로, 불경을 소리글자 관점에서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핵심적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사전에 알려드린다. 아울러 뜻글자는 그 문자가 의미하는 해석이 매우 깊고 깊으며 다양해서 그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수준과 불교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다. 본래의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이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요약된 해석) 관세음보살이 큰 지혜로 저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는 깊은 수행을 하실 때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를 이루고 있는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물질적 현상과 느낌, 생각, 의지, 인식작용은 모두 고정된 실체가 없이 텅 빈 것임을 훤히 비추어 보시고 모든 괴로움과 불행에서 벗어나셨다. 
구체적 해석)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은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부처님으로 자신 안에 혜안(慧眼)이 있어 진리(열반의 세계)를 타(他)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보는 깨달은 성인(聖人)을 말한다.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은 진리를 깨달아 성불(成佛)하신 부처님을 말하며 관음(觀音)보살, 관세음(觀世音)보살 등의 다른 이름이다. 진실 된 마음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소리 없는 것을 듣게 된다. 보고 듣는 것은 스스로 존재하는 본래의 한 주체이니 눈이나 귀가 보고 듣는 것이 아님을 알면 곧 관자재보살이 되는 것이다. 행심반야바라밀다시(行深般若波羅密多時)는 관자재보살이 깊은 수행의 완성을 할 때에 라는 말이다. "바라밀(波羅密)의 실천으로 반야를 행할 때 피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이때의 바라밀은 6바라밀(六波羅密)을 말하는데 보살이 열반에 이르기 위하여 실천해야하는 여섯 가지 덕목이다.
 첫 번째로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인데 남에게 베푼다는 말로써 재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재물을 주고,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법을 주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위안과 용기를 주는 것. 그러나 한없이 베풀면서도 조건을 세우거나 보답을 바라지 않아야하며 베풀었다는 생각마저도 갖지 말아야한다. 두 번째로 지게 바라밀(持戒 波羅蜜)인데 계율을 지킨다는 말로써 살생하지 않으며 음란한 짓 하지 않으며, 거짓말이나 이간질 하지 않으며, 남을 괴롭히는 나쁜 말 하지 않는 것이며, 탐욕을 부리지 않으며, 화를 내지 않으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로 인내하고 남을 용서하며,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좌절하지 않는 자세를 말하는데 더 깊이 들어가면 나의 마음이 외부의 객관적인 경계를 만났을 때 움직이지 아니하고 무심 하는 것이다. 인욕(忍辱)은 욕된 일을 당하여도 잘 참은 것을 말한다. 네 번째로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게으르지 않는 것을 말하며, 끝없는 번뇌를 끊고, 무수한 중생을 피안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보살은 게으르지 않고 힘써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 번째로 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한곳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며, 번뇌와 망상에 의한 산란한 마음을 진정시켜 정신을 통일하는 수행방법이 선정이다. 여섯 번째로 지혜 바라밀(智慧 波羅蜜)로 진실한 지혜를 얻는 것을 말하며, 지혜(般若:반야)는 분별을 떠나 진리를 직관하는 깨달음의 지혜이다. 보살은 이런 지혜(반야)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에 이르는 다섯 바라밀을 행하면서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 이런 바라밀을 행할 때 사물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바라밀의 지혜로 오온(五蘊)을 비춰보니 모든 것이 공(空)이며 그래서 일체고액에 묶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의 오온(五蘊)이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의 몸은 크게 정신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신은 다시 수(受-느낌), 상(想-생각), 행(行-의지), 식(識-판별)으로 나누고, 육체(색:色)는 다시 지(地-흙), 수(水-물), 화(火-불), 풍(風-바람)으로 나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몸을 불교에서는 오온(五蘊)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온(蘊)’은 쌓을 온(蘊)자로서 쌓다. 저축하다, 저장하다 이다. 즉, 덩어리란 뜻이다. 그리하여 오온(五蘊)은 우리 몸을 이루는 다섯 가지의 덩어리로 곧, 색수상행식<색(色-육체)수(受-느낌)상(想-생각)행(行-의지)식(識-판별)>을 의미한다. 그리고 색(色-육체)을 이루는 요소인 지(地-흙), 수(水-물), 화(火-불), 풍(風-바람)을 불교에서는 4대(四大)라고 한다. 4대<지수화풍(地水火風-(空):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몸>가 원래 주인이 없으니 수(受-느낌), 상(想-생각), 행(行-의지), 식(識-판별)은 공(空)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온(五蘊)이란 이 사바 세상에서 잠시 빌려 입고 다시 돌려주고 떠나는 일종의 껍질과도 같은 것이 된다. 우리 몸에는 몸 안의 수(受-느낌), 상(想-생각), 행(行-의지), 식(識-판별)이 드나드는 6개의 문이 있는데 바로 안(眼;눈으로 보고)이(耳:귀로 듣고)비(鼻:코로 냄새를 맡고)설(舌:혀로 맛을 느끼며)신(身:피부의 감촉)의(意:마음의 작용)의 경계이며 이것을 6근(根)이라고 한다. 수(受-느낌), 상(想-생각), 행(行-의지), 식(識-판별)이 머무는 곳의 6가지 경계를 색성향미촉법<色(보는 대상)聲(듣는 음성)香(맡는 향기)味(맛)觸(감각의 대상)法(생각의 대상)>이라고 하며 이를 6경(境) 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 몸을 기준으로 몸 자체에 6근이 달려 있고, 몸 밖의 삼천대천세계에 6경이 있게 된다. 그리고 몸 안의 세계(경계)에는 6경에 해당하는 장소가 있는데 이것을 6식(識)이라고 하여 눈으로 판별하는 식을 안식(眼識:색의 경계)이라고 하고, 귀로 판별하는 식을 이식(耳識:소리의 경계)이라고 하고, 코로 판별하는 식을 비식(鼻識:향의 경계)라고 하고, 혀로 판별하는 식을 설식((舌識:미의 경계)이라고 하고, 몸의 감촉으로 판별하는 식(識)을 신식(身識:촉의 경계)이라고 하고, 마음으로 판별하는 식을 의식(意識:법 경계)이라고 한다. 이는 결국 몸 밖의 색성향미촉법(聲香味觸法)<色(보는 대상)聲(듣는 음성)香(맡는 향기)味(맛)觸(감각의 대상)法(생각의 대상)>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 몸의 안(眼:눈으로 보고)이(耳:귀로 듣고)비(鼻:냄새를 맡고)설(舌:맛을 느끼고)신(身:몸으로 느끼고)의(意:생각과 뜻)는 결국 몸 밖의 색성향미촉법(聲香味觸法)<色(보는 대상)聲(듣는 음성)香(맡는 향기)味(맛)觸(감각의 대상)法(생각의 대상)>과 몸 안의 색성향미촉법(聲香味觸法)<色(보는 대상)聲(듣는 음성)香(맡는 향기)味(맛)觸(감각의 대상)法(생각의 대상)>과 연결되고, 대칭되는 경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실제로 수상행식<수(受-느낌), 상(想-생각), 행(行-의지), 식(識-판별)>이 일어나는 내면의 세계에도 6곳의 장소(경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리해보면 모든 것은 변하므로(諸行無常) 항상 하는 실체가 없고 그러하므로 공(空)이 되며, 따라서 아무리 6근<안이비설신의(眼:눈으로 보고)이(耳:귀로 듣고)비(鼻:냄새를 맡고)설(舌:맛을 느끼고)신(身:몸으로 느끼고)의(意:생각과 뜻)>과 6경인 색성향미촉법<色(보는 대상)聲(듣는 음성)香(맡는 향기)味(맛)觸(감각의 대상)法(생각의 대상)>과 6식<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을 통하여, 색수상행식(색(色-육체)수(受-느낌)상(想-생각)행(行-의지)식(識-판별)의 오온(五蘊)을 동원하여도 일체의 생각과 감정은 허상이어서 그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감정과 생각과 의식은 역시 공(空)과 같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空)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깨달음을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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