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암
(시사문학)평론가·연구인

 정부수립 이래, 대한민국 최고의 점술가(?) 유시민의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촉새가 간만에 월척을 낚은 격이다. 그리스에는 어떤 일을 앞두고 갈구하는 자의 소원에 대한 응답을 신이 내리는 점(占)의 일종인 신탁(神託, oracle)인 델포이 고대유적지가 있다. 그걸 받으려고 머나먼 지중해를 지나 에게 해를 소리 소문 없이 넘었을까. 그리스 코린트 만(灣) 기슭에 있는 파르나수스 산 속 델포이신전에서의 떡갈나무가 허우적거리는 속에서, 그 신탁이라도 받았을까. 알렉산더대왕까지 정벌에 나서기 전, 그곳에서 신탁을 받았다고 하지 않든가. 그러하지 않고는 이렇게도 절묘하게 압승을 맞출 수가 있었을까. 하여튼 대단한 점괘를 낳았다. 아름다운 여성 점술가인 시빌(Sibyl)과의 사랑에 빠진 신탁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애써 좋았다고 보자.

 반면, 300의석 중 180석, 더 나아가 범여권의 의석수 190석에 압도된 야당은 할 말을 잃고 드러누워 신음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당명조차 아름다울세라, 연동형비례대표까지 강탈한 위성정당의 한축인 여권의 비례대표 당선자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국민을 향해 겁박했다. 조국사태에서의 인턴활동확인서 허위작성죄로 법망에 있으면서도, 검찰과 언론개혁까지 하겠다고 내질렀다. 이름하여 ‘내로남불’이 넘쳐도 너무 넘친 처사를 볼 때, 개헌을 제외하고는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오만방자함이 끝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강원도의 어느 대학 교수를 지냈다는 이른바 친노(親盧) 노인은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단체장들 거느리고. 귀하들의 주인나라 일본, 다카키 마사오의 조국 일본이 팔 벌려 환영할 거다”고 말이다. 너무나도 찰나적인 삶을 사는, 그 춘추이면 죽음을 대비할 연륜이 아닐까. 마냥, 튀는 노이즈마케팅으로 ‘낭랑 십팔 세’의 젊음을 희구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애달픈 입은 닫자.

 패배한 야권을 두둔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야권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놓쳤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눈물바다 속으로 더 깊이 빠져야 한다. 집권여당도 3년간, 딱히 잘한 것도 없다. 착각은 금물이다. 어쩌면 단군이래, 대통령의 엄청난 운에서 대승하였음에 감사할 일이다. 또한 애초에 마스크 값도 못 잡고 허둥대던 코로나19사태가 많은 배지를 잉태하였음도 아닐까.

 승자 그들만의 이익만을 챙기는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로의 불판을 지피겠단 건가. 그러나 이건 아니지 않는가. 승리의 축배를 조롱 속에서 드는 이들에 대한 찬성은, 총유권자 수에서 그렇게 많지 않았음이다. 반대표를 던진 유권자도 집권층의 동지다. 국민이기 때문이다. 반대파도 국민으로서 납세·국방 등 4대 의무를 지고 있다. 만에 하나 반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이러한 의무까지 그대들만이 질 것인가. 분명 함께 그 의무를 지는 다 같은 국민임을 상기하면서 균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으로 갔으면 한다.

 함께해야 하는 이 세상, 단합된 대한민국 땅은 우리네 삶이 잠깐 쉬었다가는 여관에 불과하거늘, 누가 누구를 조롱하고 겁박하는 것은 인륜에 대한 배반이다. 바람결에 곧 사라질 한줌도 안 되는 권력 잡고, 오만방자하면 성난 반대파의 민심으로부터 린치도 가해지는 법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국민의 저항권을 낳는다. 이러함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겸허한 자세로 국론분열은 떨치는 전 국민이 함께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

저작권자 © 고성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