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줌의 재만 남기고 떠날 인간에게 재물과 명예와 지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

남 덕 현
고성읍 동외로
 필자가 이런 글을 쓰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에만 너무 집착하다가 하루도 제대로 행복하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근심걱정만 하며 떠나는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고자 함이다.
 구정(명절)을 맞이하여 자신의 명예와 물질적 충족만 바라지 말고, 진정한 행복이 모두 내 자신으로부터 나오며 나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바로 당신이어야 한다. 필자는 젊은 시절에 강둑을 지나치면서 하루살이의 방해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쫓아버려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하루살이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해질 무렵에 주로 나타난다. 하루살이의 한평생이 하루라고 한다. 아침에 태어났다가 저녁이면 세상을 떠난다. 생명의 기간이 너무 짧은 하찮은 곤충이라고 치부해버렸지만 인간도 이런 하루살이와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나이 들어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으니 우둔하기가 표현할 길이 없다.
 삶이란 마치 아침에 피어났다가 저녁에 지는 한 송이 꽃이라고나 할까. 세상만물도 내 몸도 끊임없이 변하고 그걸 바라보는 내 생각도 쉬지 않고 변하니 도대체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그럼에도 만물은 고정불변하며 나라는 존재가 실존한다고 믿고 행동하며 내 의견이랍시고 주장하며 생각에 몰두하고 있으니 허망하기기 이를 데 없다. 한평생동안 부질없는 집착을 되풀이하며 그걸 대단한 것처럼 행동한 ‘나’라는 존재가 무지하기 짝이 없다. 이런 존재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오늘도 병원에 가고 건강식품을 섭취하는 그 어리석음에 한심할 뿐이며 오래 살 거라고 발버둥치는 한 마리 미물에 불과하다. 내가 배웠다고 하나 아는 것은 없고 남은 것은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망상과 근심걱정 뿐이니 지식과 지혜가 내게 무엇이 유익하며 무슨 소용 있으랴. 태양은 오늘도 동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변함없이 반복하고 있을 뿐 그대로인데 나는 아침에 나타났다가 저녁이면 사라지는 한 마리 하루살이 인가?
 나의 마음에는 욕심이 가득하여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볼지라도 더욱 아름다운 것을 찾고, 귀로는 즐거움과 위로의 말을 들을지라도 끝없이 위로와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내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큰 지식을 얻어서 내 마음이 즐겁고 삶에 만족함을 느낀다고 하였으나 이것 또한 미친 짓임을 알았고, 지식과 깨달음이 많을수록 걱정과 근심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도 알았다. 내 몸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술을 즐거이 마셨고 그러므로 기고만장하여 그것이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하였으며, 한평생을 부지런히 노력하여 아름다운 집을 지었고, 내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집 안에는 온갖 종류의 꽃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며, 내 눈이 원하는 것을 내가 금하지 아니하며 내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을 막지 아니하였으나,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다 헛되이 바람을 잡는 것과 같음을 알았다.

 지혜가 있어서 눈이 밝고 편안한 곳으로 다니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무지하고 우둔한자가 어두운 곳을 다니며 피해를 입을 지라도, 그 결과는 똑 같음을 나는 알았고 결국에는 한 곳으로 간다는 사실도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과 몸을 다하여 노력하였으나,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 아니고 때와 시기가 있음도 알았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으며 병들 때가 있으면 치료될 때가 있음도 알았다. 슬플 때가 있으면 즐거울 때도 있고 실패할 때가 있으면 성공할 때도 있음을 알았다.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도 있고 전쟁할 때가 있으면 평화로울 때가 있음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인간의 인생에 무슨 유익이 있으랴. 그리고 그 때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인간의 미래는 도저히 알 수 없음도 알았다. 사람의 죽음이나 짐승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았고, 모두가 흙에서 왔으므로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 이부자리에서 잠자는 부부도,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도 생각과 마음과 나아가야 할 인생살이가 나와 다름도 알았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땀 흘려 일하고, 그런 수고함으로 인하여 내가 누리는 즐거움이 행복임을 알고 감사해야 함을 알았다. 두 사람이 마음을 다하여 함께 있으면 따뜻하나 한 사람이 혼자 있으면 춥고 외롭다는 것도 알았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함부로 입을 열면 안 된다는 것과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면 후회한다는 것도 알았고 그러므로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도 알았으며 말이 많으면 무지한 사람임을 알았다. 상대방에게 함부로 말을 해놓고 그걸 실수라고 변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았다. 돈을 사랑하면 돈으로 만족함이 없고, 부자를 소원하는 자는 부자가 되어도 만족하지 못함도 알았다. 일이 고된 노동자는 비록 힘들어도 잠을 꿀처럼 자지만 부자는 편안함으로 불면증에 시달림도 알았다. 사람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벌거벗고 태어났으나 결국에는 그 나온 대로 돌아가고, 땀 흘려 한평생 열심히 일하여 재물을 산처럼 모았으나 죽을 때는 아무것도 손에 가지고 가지 못하니 그런 수고가 아무런 유익도 없음도 알았다. 훌륭한 자녀를 낳고 천년의 갑절을 산다고 해도 마음속엔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사람이 평생 동안 힘써 일하고 재물을 모은다고 해도 결국에는 배부름의 만족을 위해서이며 그렇다고 만족을 한다 해도 그 입을 모두 채울 수 없음도 알았다.

 지식이 많으며 지혜 있는 자라고 뽐내는 자들이 무식하며 우둔한 자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헛된 생명의 모든 날을 그림자처럼 보내는 한평생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일까? 장례식장에는 날마다 사람이 죽어가고 산부인과에는 날마다 아기가 태어난다.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으니 이런 일에 깊은 생각이 있어야 함도 알았다. 참는 마음이 교만한 마음보다 나으니 급한 마음으로 화를 내지 않아야 하며 화를 자주 내는 자의 품속에 미련하고 무지한 것이 머문다는 사실도 알았다. 세상의 모든 일을 살펴보니 선한 사람이 일찍 죽는 경우도 있고 악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하니 지나치게 지혜 자가 되는 것도 지나치게 무지한 자가 되지 말아야 함도 알았다. 모든 사람의 마지막은 같으며 선한사람과 악한사람과 의인과 죄인의 결국은 같음도 알았다. 가까운 사람의 말을 모두 믿어도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돌아서서 나를 저주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때로는 가까운 사람의 흉을 본다는 사실도 알았다. 세상을 살펴보니 지혜가 있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두뇌가 우수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무지하다고 가난한 것도 아니며 모든 것에는 우연과 행운이 있음도 알았다. 사람은 자기의 때를 알지 못하며 물고기가 재앙의 그물에 걸리고 새가 올무에 걸림같이 인생의 재앙도 언제 닥칠지 알지 못함도 알았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인과에 의해 태어나서 인과에 의해 죽는다. 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예약한다. 태어나는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형태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나도 꼭 죽는다.' 라고 인정하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죽음을 감지하는 속도는 나이별로 다르다. 청년에게 죽음을 설파한들 자기 일 아니라고 팔짱을 끼지만 노인에게 죽음은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림과 같은 것이다. 종교, 부모, 남편, 아내, 누구도 그 길을 막을 수 없고, 대신 가지 못하며, 함께 가지도 못한다. 하루하루, 촌음을 아끼고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나누고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이길 바란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고, 헤어지면 언젠가 만나고, 산자는 언제인가 사라지는 게 인생사다. 사람 사는 것이 거의 비슷하다. 남과 비교하면 다 내 것이 훨씬 작아 보이고 나에게만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비교해서 불행하지 말고 내게 있는 것으로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나 또는 물건들을 오래 곁에 두고 싶어 하고 오래 가지고 싶어 하며 그 소중한 사람이나 또는 물건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해주지 않거나, 또는 자신을 미워하거나 그러면 심각하게 근심하고 탄식하고 슬퍼한다. 누구나 그렇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사람이나 또는 물건들이 죽거나 잃어버리거나 그러면 가슴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중한 것들이 언제나 항상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것이란 것을 깊이 자각 할 때에  평화로울 수 있다. 그러한 것을 받아 들였을 때 진심으로 애착하지 않고 부모님을 사랑할 수 있고 진실로 연인을 사랑할 수 있고, 진실로 자식들을 사랑할 수 있고, 진실로 직업과 취미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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