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황금돼지해라고 외쳤건만 모든 걸 뒤로한 채 10일을 채 남기지 않고 있다. 이맘때면 누구든지 한 해를 보내면서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그렇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매번 소회는 다르지 않다 해도 세밑은 왠지 허전함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황혼 빛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슬픔이 짙게 묻어 있을 것이다.
 유난히 올 한해는 큰 뉴스가 잇달았다. 우선 남북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한미일 동맹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동맹국들이 자국 이익우선주의에 빠져 우리나라를 더 압박한다.
 모든 게 살얼음을 걷는 듯 불안하고,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끊임없이 요동쳐 국제사회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수도권 집값 급등과 지방 집값 하락 부동산 대책, 고용불안, 경기하강, 조국 전장관 비리 등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소원성취(所願成就)’를 올해 희망 사자성어로 꼽았었다. 이는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 되고, 걱정이 없도록 나라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기도 했다.
서민층이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불안했으면 이 같은 희망을 꼽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이런저런 속에서 기해년 ‘황금 돼지’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저마다 희망을 품고 힘차게 출발했던 즐겁고 행복했던 일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도,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아름답게 마무리 했으면 한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크고 작은 일들과 힘들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기는 하지만 한숨이 앞선다.
 다들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희망마저 사라진 새해를 생각한다면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이제는 분노로 바뀌었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민생경제에 대해 ‘나아지고 있는 중이며, 엄중한 상황이 아니다’며 현실과 먼 이야기를 쏟아낸다. 청년과 자영업자, 직장인들의 한숨과 한탄이 이제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국민이 정치판을 걱정하는 10분의 1만이라도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한다면 그 정치인은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 해 정치판을 보면 짜증만 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한 목소리다.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판을 두고 막 대놓고 욕한다.
 백성은 백성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따로 노는 나라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단 말인가라는 푸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국민을 위하라고 선출했지만 그 역할은 어디로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연일 수도권에서의 집회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 추운 겨울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그들의 염원이 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무리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해도 낙제점을 면할 수 없는 게 정계의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기는 너무 이르다. 하루빨리 마음을 다 잡고 맡은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하면 우리의 희망찬 미래는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피고하고 지친 기해년 이었지만 경자년 새해는 모든 국민이 소망하는 그런 날이 될 수 있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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