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 현
고성읍 동외로
 우리 지역은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가정생활에서의 노인의 처신과 역할에 대해서 독자들과 담론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나이가 많다고 노인은 아니다. 꼰대 짓을 하면 노인이다. 노인이 되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신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노인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낡고 허약하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 노인답지 않은 행동을 일삼으며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고 그런 사건들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노인들이 높은 산에 배낭을 메고 등산을 가서 실종되는 사건이라든지, 고급 승용차를 함부로 난폭하게 운전하면서 교통사고를 내어서 사람을 죽게 한다든지, 갯바위 낚시에 몰두하여 외딴섬 갯바위에서 구조요청을 한다든지, 사회의 다양한 조직의 감투를 둘러쓰고 권위를 부린다든지, 마을 이장자리를 젊은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수 십 년 동안 독차지 한다든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낙후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탓이기도 하다. 노인을 비하하려는 말은 아니다. 노인은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처지에 알맞은 삶을 이어가야 한다. 새로운 미래의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뒤로 물러앉아 그들의 일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지역이 발전되고 사회가 깨끗한 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사람을 노인이라 부르며 비하하는 말로 꼰대라고 부른다. 이런 노인은 외적 조건으로 매우 권위적이며 자기 자랑을 자주 하고 남의 인생에 충고를 자주 하는 특징이 있다. 노인은 배려심, 이타심, 성실함 같은 내적 덕목을 쌓아서 진정한 권위로 존경을 받아야 한다. 자식이나 젊은이들에게 천대받지 않으려면 제발 자기 입으로 자기 자랑하지 마라. 자랑이 넘쳐나서 거리마다 현수막을 내걸거나 심지어는 신문광고까지 칼라로 내고 있다.
 걸핏하면 남의 행동과 인생에 함부로 충고하는 사람이 있다. 노인들은 양기가 입으로 올라와서 입으로 충고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지혜도 말뿐이면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남에 인생에 콩 나라, 팥 나라 하거나 끼어들지 말고 자기 인생이나 잘 챙겨야 한다. 노인은 인생의 마지막 시기로 매우 중요한 때이다. 인간발달의 마지막 단계로서 여러 가지 퇴화와 종말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인간의 노화는 자연적이며 필연적이다. 끝없는 고통과 공허의 경험을 극복하는 시기이다.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상실감도 경험하고 자신의 죽음도 인식하며 준비해 가는 시기이다. 노인은 생활과정의 최종 단계이며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제 측면에서 그 능력이나 적응성이 퇴화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인에게는 신체적으로 노화현상, 즉 신체의 소모로 기능의 마멸 손상이 일어나고, 심리적으로는 권태와 고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지위와 역할구조의 변화로 지금까지 차지했던 가장권이나 사회생활 영역이 축소되며, 경제적 임금 중심의 사회적응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특별히 자녀들에게는 노인문제가 심각하다. 부모와 자녀 부부가 동거하는 복합적인 가족에 있어서도 부모가 노령에 이르면 그 부양과 공경(恭敬) 같은 문제, 혹은 노령화(老齡化)에서 오는 자기중심성, 자기 폐쇄성, 활동성의 감퇴, 고독감·시기심·질투심의 왕성화, 불평, 불만과 같은 심리적 행동적인 것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충돌과 같은 가족관계의 불안정성의 문제가 있다. 현대가족에 있어서는 부모와 자녀 부부가 별거하는 부부 가족적 경향이 높아지면서 부양에 대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현대의 가족에 있어서의 노인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노부모와 성인자녀의 갈등이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노인들은 성인자녀와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불만, 외로움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런 요인이 노인들에게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증상을 더 쉽게 유발한다. 성인자녀와 노부모간의 갈등의 원인은 세대차이, 노인의 의존성, 핵가족화 및 부모세대로부터 자녀세대의 경제적 독립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가정과 사회로부터 역할축소 및 상실을 경험하게 되는 노인들은 고독,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자녀세대들의 행동과 의식이 구세대의 노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되었다. 노부모가 성인자녀에게 의존하는 것은 노년기의 건강 약화와 경제적 취약성이 주 요인이며 이 요인들이 세대 간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제까지 자녀에게 물질적 원조의 제공자로서, 권위의 상징으로서의 역할에 익숙해 왔던 노인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물질적, 정신적 원조를 성인자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것에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성인자녀 또한 실제로 노부모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느끼게 된다. 기혼 성인자녀의 경우 자신의 자녀들의 부양도 함께 감당해야 하므로 어려운 입장에 있다. 특히 노부모가 과도하게 의존적이며 개입적이고 자녀가 한 가정의 가장인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갈등을 느끼게 되고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산업이 발달해가며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성인자녀들은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식은 약화되는 반면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녀만 바라보고 있던 노인의 소외감과 고독감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고, 가족 내에서 권력자로서의 역할도 점점 축소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활동과 가사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기혼 여성들에게 있어 노부모와의 갈등은 서로의 이해가 없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기혼 여성의 경우 사회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의 욕구와 그런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부모 관계에서 갈등이 많으며 가족의 도움 없이 사회활동과 가사활동을 모두 해내야만 하는 기혼 여성의 경우 부양에 대한 스트레스가 노부모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갈등으로 인한 노인의 심리적 욕구는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급격하게 변화는 노년기에는 친근한 사물이나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에 대해 애착심이 증가하여 친근한 물건을 이미 물체가 아니라 인격체로써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기도 하고, 유산을 남기려는 마음도 강해 자신의 유한성을 인정하여 자녀 양육이나 생산적인 여러 활동을 통해 성취한 일들에 대한 자취를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또 이 시기에는 의존성도 증가하는데 특히 노년기에는 신체적 및 경제적 의존성이 강해진다.

 노인의 심리적인 면을 살펴보면 첫째 조기 정년퇴직과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기능 저하가 부적절해짐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하여 심리상태의 불안정 현상이 생기며, 둘째로 나이가 들면서 가족이나 사회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셋째로 늙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언가가 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며, 넷째로 대화 상대가 없어짐을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과 사귀고 싶어 하며, 다섯째로는 오래 살려는 욕망이 있다. 가족사회에서 노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자 한다. 늙은이가 되면 미운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도 말고, 조심조심 일러주며 아이들에게 길게 설교하지 말고 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소. 당연하다고 허리 세우려하지 말고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고마워하시오.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 하다오. 항상 이기려 하지마소. 져 주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그렇지만 다 없애라는 것은   아니오. 얼마의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 만나거든 차  한잔 살 줄 알고, 손자 보면 용돈 한 푼 줄 수 있어야 늘그막에 내 몸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고 하지 않소?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하며 대접일랑 받으려 하지 마오.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갔으니 아무리 돌이키려고 애를 써 봐도 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를 않지 않소? '그대들은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늙은이로 사시구려. 자식은 노후 보험이 아니라오. 해 주길 바라지도 마소. 뛰지 말고 넘어 지지도 말고 감기에 걸리지도 말구려. 고집 부리지도 말고, 시새움도 말고, 당황하지 말고, 성급하지 말고, 의리를 찾지 마소. 수중에 가진 돈 없고 내 한 몸 아플 작시면 '그 누군가 제 몸처럼 날 돌볼까?' 의지 하지마소. 아프면 안 되오. 멍청해도 안 된다오. 늙었지만 속 옷 일랑 날마다 갈아입고 날마다 샤워하고 맛 난 것만 먹으려 입맛 따지지 말고, 한 살 더 먹으면 밥 한 숟갈 줄이고 많이 움직이시구려. 듣기는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시구려. 어차피 삶은 환상이라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구려. 노인이 되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아야 그래도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잔소리 하지마라.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보아도 못 본 척 넘어가라. 맘대로 되지 않는다. 큰소리 치지마라. 내 주장 내세우며 다 가르치려 해봐야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지마라. 가족 중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은 당신의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할 뿐이다. 포기하지 말라.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생의 환희라는 걸 깨달아라.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도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하지마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라. 재산을 모으거나 지위를 얻는 것이 경쟁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노인은 이제 그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권위를 먼저 버려라. 노력해서 나이 먹은 것이 아니라면 나이 먹은 것을 내세울 것이 없다. 나이 듦이 당신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권위도 지위도 아니며 조그만 동정일 뿐이다. 용서하고 잊어야 한다. 살면서 쌓아온 미움과 서운한 감정을 털어버려야 한다. 감수해야 한다. 돈이 부족한데서 오는 약간의 불편 지위의 상실에서 오는 자존심의 상처 가정이나 사회로 부터의 소외감도 감수해야 한다. 신변을 정리해야 한다. 나 죽은 다음에야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사고방식은 무책임한 것이다. 자식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금전적인 독립은 물론 사랑이란 이름으로 얽매인 부모자식 관계를 떨쳐버려라. 자식도 남이다 제일 좋은 남일 뿐이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노인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 친구들은 한사람 두 사람 줄어든다. 설혹 살아있더라도 건강이 나빠서 함께 지낼 수 없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죽기 전에 자신의 물건들을 모두 줄여나가야 한다. 자식들이 남겨달라고 하지 않는 것들은 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즈음부터 조금씩 처분해 가면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재산도 마찬가지다. 아무 생각 없이 남긴 재산은 유족들을 번거롭고 힘들게 한다.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이만큼 살아왔는데 여기서 무얼 더 서두를게 있겠는가? 무엇이든 느긋하게 하고 느릴수록 좋다. 끝으로 오도막집 노인의 욕심 이야기로 끝맺고자 한다. 사막에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노인이 있었다. 그곳에는 우거진 야자수와 맑은 샘물이 있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다. 노인은 야자수 그늘에서 목마른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샘물을 떠 주는 것으로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그네들이 물을 마시고 나서 몇 푼의 동전을 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지만, 동전이 쌓여가면서 욕심이 생겨 나중에는 동전을 안 주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동전을 요구하게 되었다. 노인은 물이 더 많이 나오게 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샘터를 최신 시설로 바꾸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샘물이 점점 줄어들었다. 주변의 야자수가 샘물을 빨아들인다고 생각하고 야자수를 모두 베어버렸다. 얼마 후에 야자수 그늘도 없어졌고 샘물은 말라 버렸다. 노인은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결과이다. 노인이 버려야 할 것은 욕심이다. 가끔씩 욕심이 목에까지 찬 노인들을 보는 경우가 있다. 늙는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고 죽음을 준비 하라고 하는 자연의 섭리다. 노인은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신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그의 늙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옛 선조들도 어린이·청년보다 노인의 욕심을 더 추하게 느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 욕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다. 노후의 삶은 그 전의 삶과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잘 늙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쇠약해지는 것은 죽음을 위한 적절한 준비다. 노탐이란 혈기가 쇠약해지는 자기 몸의 열등감을 보상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밖으로부터 뭔가를 이끌어오려는 노인의 욕심이다.
 노탐만큼 추한 것도 없다. 주책없이 끌어 모으려고 발버둥치는 노인은 추하게 여겨지지만 기꺼이 버리기를 당당하게 여기는 노인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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