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가 도입된 지 66년 만에 법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처를 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 낙태는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했다. 일명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등 여성 차별 소지도 많았다.

 이번 헌재의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그동안 낙태를 범죄시해온 법 수용인식과 정서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됐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변화를 들어 생명과 관련한 규범을 소홀히 다룬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선 낙태를 결정하는 임부의 결정 과정, 숙려기간 등에 대한 기술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낙태죄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면 무분별한 낙태가 이뤄질 수도 있기때문이다.
 여기에다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 2012년 재판관들의 구성과 달리 진보성향 재판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생아수 감소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이번 헌재의 결정은 옳고 그름을 떠나 왠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부와 입법부는 내년 말까지 헌재 선고의 취지를 존중해 하루빨리 법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해당 형법 조문을 삭제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마련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무런 제약이나 낙태를 가능하도록 두어서도 안 된다. 낙태를 결정한 미혼모들은 형편이 안 된다거나 남성 혹은 부모가 반대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제도도 최대한 정비해야 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생명이나 임신부의 아픔이 덜하도록 감싸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낙태하지 않고 출산하는 여성과 태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 시스템 마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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