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 아들 뜨거운 父情, 장학금으로 이어져

김 진
고성고 2학년
 11월 11일 친구들은 빼빼로데이에 들떠 막대과자를 정신없이 돌리고 있던 오늘, 보다 더 크고 달콤한 응원을 한 아름 안고 저희 모교에 찾아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저희학교 ‘천찬호 장학금’의 기탁자이신 천찬호 선배님의 아버지 천상렬님 이셨습니다.

 저희 모교를 졸업하신 천찬호 선배님은 교통사고로 전복된 트럭 기사를 구조하신 후 다른 차량들이 피해갈 수 있도록 수신호를 보내며 상황을 수습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국가에서는 선배님의 숭고한 선의를 기리고자 선배님을 의사자로 선정했습니다. 선배님의 아버지 천상렬님께서 그 때 나온 국가 보상금 1억 원을 학교에 기부하셨고 지금까지 저희학교 학생들 3명에게 ‘천찬호 장학금’ 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11월 11일 천상렬님께서 저희 모교 학생들의 학업과 꿈을 지원해 주시기 위해 장학금 450만원을 기탁하러 저희 모교에 또 다시 찾아와 주신 것이었습니다.

 33회 졸업생으로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한 선배님과 그 선배님의 뜻을 이어주기 위해 저희 모교에 전액을 위탁하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일전에는 단순히 열심히 학업을 하면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여겼던 장학금이 선배님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모교를 향한 애정의 뜻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니 제 짧고 미숙했던 생각이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또한 늘 꿈꾸곤 했지만 학업에 치여 잊고 있었던 ‘이타적인 삶’이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살았던 선배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한줄기의 붉고 긴 불꽃으로 강하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배님의 희생은 저희 모교학생과 고성전지역 학생에게 첫 깃발을 세운 역사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선배님의 삶이 경쟁 속에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위안이 되고 조국과 타인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위대한 꿈에 대해 도전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선배님의 뜻을 이어받은 학생들이 받은 장학금을 통해 꿈을 키우며 건재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면 선배님은 후배들의 모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입니다.

 책임감의 부재와 이기주의로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같은 재앙이 아직도 만연한 우리나라 사회에 선배님의 삶은 저희 모교학생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교정에 자리 잡은 ‘천찬호 추모비’는 세월의 비와 바람으로 헐고 낡을 날이 오겠지만 선배님의 숭고한 정신은 후배들의 가슴속에 붉은 깃발로 남아 영원히 펄럭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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