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직업의식과 삶의 고민 ]

남 덕 현
고성읍 동외로
 결혼이란 관습이나 법률에 따라 부부 관계를 맺는 제도다. 결혼과 관련된 기본적 기능으로는 생식, 성적인 충족과 조절, 자녀 양육과 교육 및 사회화, 혈통 정하기, 성별 분업, 경제적 생산과 소비, 그리고 애정과 같은 개인적 욕구충족 등이 있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든지 결혼하여 자녀도 출산하며 부부간에 행복하게 살기를 꿈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결혼을 안 하려는 젊은이들이 점차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너무 냉혹한 이야기지만 자연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우수한 종만 살아남는다. 우리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그렇지 못한 인간의 탄생은 고통과 괴로움의 삶에 가까울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생태계에서 자연 도태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강자에겐 매우 온후한 반면, 약자에겐 매우 가혹하다. 그 결과 사람 사는 세상이 누구에겐 천국이나 누구에겐 지옥이 돼버렸다. 편안한 삶과 더 높은 지위와 자본이익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늘도 적자생존, 약육강식,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치열한 투쟁을 벌인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첫머리에 명시해 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임 명제일 뿐, 과거의 신분제를 대체한 자본계급 앞에선 무력해지고 만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이 자녀를 함부로 낳지 않으려는 현상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번 인도의 한 젊은이가 다음과 같이 외친 말이 세계적 뉴스가 된 일이 있다. “부모들이 아이를 마음대로 낳아서 세상에 내던져놓고 직업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납치해서 노예 살이 시키는 것과 같으며 자녀들을 장난감이나 애완견 대신 가졌을 뿐이다. 빚진 것도 없는데 어린자녀들은 그저 오락거리일 뿐이다.” 정말 힌두교의 발생지 인도의 청년다운 철학적인 외침이다. 우리들도 이 젊은이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봐야할 때가 되었다.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갖가지 고통을 강요하며 평생 죽어라 일해야 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을 위한 경쟁과, 갈등과, 사회적, 인간적 차별에 직면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왜 내 의사에 반해서 해야 하는 것인지? 인도 뭄바이의 직장인 라파엘 사무엘(27)은 모든 것이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지 쾌락을 좇아 자신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부모 탓이라 여겼다. 물론 그 역시 부모들이 자신의 동의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태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만약 라파엘이 동의를 구하기 위해 우리들이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내 잘못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엘은 모든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참다 참다 “태어나서 불행하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그의 답은 이렇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그러나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내 인생은 좋다. 하지만 여기 이렇게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존재일 수 있었다. 태어나면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 것은 잘못이며 아기를 낳은 것은 노예화하기 위한 것." "부모는 장난감이나 애완동물 대신 아기를 낳는다." "부모에게 어떤 것도 빚진 것이 없으며 우리는 단지 부모의 오락거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조: 뉴시스. 2019.02)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도 젊은이들이 자녀 갖기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혹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들이 외치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들어보자. 이것은 바로 당신 자녀의 문제일수도 있다.

 그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현실과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싱글 맘(남편 없이 젊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자녀를 양육하는)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가며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자. 생산직에 취업했던 C씨는 “취업 합격 뒤 등본을 가져오라고 해 가져가면 ”어? 아이가 있네. 아이 아프면 봐줄 사람은 있냐?“ 고 직접 말하는 회사가 많았다. 라며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건 맞다.” 고 하면 ‘그럼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미취학 아동을 양육 중인 10~40대 싱글 맘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싱글 맘 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가 현재 무직 상태라고 답했다. 이들 취업자 중에도 정규직에 재직 중이라고 답한 이들은 31.6%에 불과했다. 계약직 32%, 일용직 31.6%가 가장 많았다. 1명의 자녀를 양육하는데도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는 예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세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N포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뜻하는 ‘삼포세대(三抛世代)’에서 유래했다. '삼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오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구입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청년실업 등의 문제에 시달리는 20대~30대 한국 젊은이들의 암울한 현실을 일컫는 단어이다. N포세대란 주거·취업·결혼·출산 등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하는 20~30대 청년층을 일컫는다. ‘88만 원 세대’나 ‘민달팽이 세대’처럼 경제적·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불안정한 청년 세대의 상황을 보여주는 신조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극심한 취업난과 함께 노력해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삼포세대는 2010년 이후 청년실업 증가와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등장한 20~30대 청년 세대다. 취업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 세대(五抛世代)’, 인간관계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칠포세대(七抛世代)’ 등의 신조어도 나타났다. N포 세대는 해당 신조어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N포세대의 원인으로는 높은 주거비용과 교육비, 낮은 임금 상승률, 불안정한 고용시장 등이 꼽힌다. 학자금 대출이나 높은 주거비용에 시달리면서도 임금 상승률이 낮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증가해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늘어난 것도 N포 세대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사회 안전망과 복지 부재 역시 N포 세대를 만드는 문제로 지목된다. 결혼한 청년층의 경우 출산 휴가나 경력 단절 문제, 사교육비 등으로 부담을 느껴 출산을 미루거나 피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신조어를 살펴보면, ‘이구백’은 ‘20대의 90%가 백수’라는 뜻이고, ‘십장생’은 ‘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등장했다. 이 외에 ‘이태백’은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의미이고, ‘삼팔선’은 38세 정년, ‘사오정’은 45세 정년, ‘오륙도’는 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이라는 뜻으로 취업 불경기가 빚어낸 이 시대의 서글픈 단상들이다. 기약 없이 얼어붙은 취업환경이 열악한 것은 서울보다 지방이 더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구직자를 가리키는 ‘나 홀로 서울 족(인 서울 족)’, 취직 못한 신세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빌빌 세대’, 장기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구직자가 늘면서 탄생한 ‘공시(公試)커플’ 등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생겨난 안타까운 신조어들이다. 채용전형에서 학벌, 학점보다 실무경험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취업 5종 세트’라는 풍자어도 나왔다. 취업 5종 세트는 몇 년 전만해도 취업을 위해 자격증, 토익, 토플 성적에만 매달렸던 것과 달리, 요즘은 여기에 덤으로 ‘인턴 십’,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등이 필수과목으로 입사지원서에 따라붙는다.

 취업해서 자신의 생존적 문제마저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이낸셜 뉴스(2019.01)에 의하면 우리 국민 40·50대가 은퇴 후에도 자녀를 위해 평균 2억1000만원 써야 한다고 예상했다. 보험개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개 특별·광역시 거주자 40·50대는 은퇴를 해도 자녀부양을 부담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자녀가 더 있을 경우 지출 비용은 더 클 것"이라며 "자녀부양 부담은 노후준비에 가장 큰 부담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는 어미 배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을 뜻하는 '캥거루족' 현상과 맞닿아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는 대학을 졸업하거나 취업을 한 뒤에도 생활비가 모자라 부모의 집에 얹혀살거나 높은 렌트와 생활 비 등 경제적 독립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부모의 도움에 의존하는 사회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자녀 한 명을 키우는데 지출되는 양육비가 모두 2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행한 보건·복지 이슈 앤 포커스에 실은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에서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졸업까지 자녀 한명에게 지출되는 총 양육비는 2억6204만4000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양육비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휴학, 재수, 어학연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출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더 많은 양육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녀 2명을 양육하는 데에는 약 5억2408만원이 들고 자녀 3명을 양육하는데 7억8613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2016.12 뉴시스)
 현 시대가 요구하는 절대적 현실 앞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국가경제가 고속 발전하던 시대의 풍요로움은 이제 끝났음을 자각해야 한다. 기존의 안정화되고 보장된 직업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에 하루빨리 적응해야 한다.  젊은이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의 문제와 젊은이들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실업의 현장, 결혼과 이혼이 반복되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의 규율에 따라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며 사랑을 하고 욕망과 자유를 저당 잡힌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명한 것은, 현대의 실업은 경기후퇴에 수반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용의 축소는 현대사회에서 기본적으로 항상적인 현실이며, 그 주된 원인은 생산의 기계화, 자동화이다. 생산의 기계화, 자동화는 자본주의의 사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이 극에 달한 시대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인구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불안정 고용과 빈곤은 젊은이들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파견노동자도 간단히 목이 잘리는 사례들에서 보듯이 불안정 고용조차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인 것이다. 글로벌화의 압력 밑에서 기업 간 경쟁이 격심해지는 것과 함께 이러한 기계에 의한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자동화가 더욱 진전된다면 기업이 다수 노동자를 껴안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사명은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지, 고용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노동력이 종래처럼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게 더욱 어려워졌고, 중년이 갖는 안정된 기반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게다가, 획일적인 학교 교육은 그들이 졸업한 후 자신의 일을 찾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20여 년 동안 죽도록 공부했지만, 결국 젊은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는 차가운 현실뿐이다. 그래서 더욱 더 젊은이들은 대부분 생각과 꿈이 없이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일은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의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악화될 것이며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의 대기업 입사 문이 좁아지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견 가능하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특히 연봉뿐 아니라 복지 혜택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이와 같은 변화는 또 다른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대학 입학 경쟁 이후의 취업 경쟁, 그리고 여기에 더해 대기업 경력 입사까지 끝없는 전쟁만 이어가야 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젊은이들의 결혼과 자녀출산은 더욱 어려워지며 인구는 감소의 폭을 급격하게 높여갈 것이다. 젊은이들의 독신세대도 늘어갈 것이며 기업의 자동화시설은 더욱 현대화 될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직업선택의 ‘페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값싼 임금으로 기업체를 유지하던 제조업 위주의 시대는 지나가고 빠른 정보 검색으로 각종정보의 통합 활용 능력이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며, 가족사회는 가족해체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고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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