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경찰서 여청계장
경감 김 정 선
 늦은 퇴근 후 소파에서 빨래를 개는 나에게 고1학년인 딸이 내게 질문을 한다. “엄마, 엄마는 우리나라가 여성의 인권이 높다고 생각해요?”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아니.”라고 답하고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하니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독서록을 쓰면서 엄마생각이 궁금해서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뉴스에서 여고 기숙사 불법촬영 기사를 봐서인지 화장실에 가서도 주변을 둘러보고 또 변기도 한번 더 살피고도 혹시나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볼일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바쁘게 개고 있던 빨래를 보면서 왠지 모를 답답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딸을 둔 40대 중반을 넘긴 대한민국의 어머니로서 답답함과 20년 이상 근무한 대한민국의 경찰관으로서 미안함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편안해야 할 화장실도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성·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커 등 여성 피해자는 덜 공감 받고 이로 인해 더 깊은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우리 경찰에서 조차도 성폭력 사건에서 짧은 치마 등 피해자가 범죄를 유발했다거나..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아내가 말대꾸를 하니까, 맞을 짓을 했지..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취급하는 데이트폭력.. 너는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어 좋겠다며 스토커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고 처벌도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겁지 않았다.
 
 이러한 조금 느슨한 수사관행이 더 큰 범죄로 되는 경우는 종종 볼수 있고 결국 큰 범죄가 발생한 후 이슈가 되었다가 다시 잠잠해지기를 반복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보다도 시대가 변했고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커 등이 중대범죄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경찰관인 나부터가 깊은 반성과 각성을 해야겠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해 나갈 때 우리나라 여성이 좀 더 안전하게 화장실을 사용하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와 아울러 경찰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적극적이고 신속한 전문수사로 여성범죄를 처리하고 그러면서도 세심함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경찰의 도움을 필요할 때 경찰은 반드시 도와준다는 절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 초 미투(MeToo)캠페인부터 최근 홍대누드 및 여고 기숙사 불법촬영물 유포사건으로 여전히 대한민국은 불안하고 힘들다. 
 물론 한 번에 완벽하게 인식의 전환이 될 수가 없다. 가랑비에 옷이 서서히 젖듯이, 차츰차츰,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경찰관으로서 딸에게 우리나라의 여성인권은 높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로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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