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은 기원 전 4세기 말에 태어난 제나라 왕족의 후예로 재상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사람을 잘 골라 적재적소에 쓰고 현자를 우대하여 그의 식객을 위해 전 재산을 아끼지 않아 그 식객의 수가 3,000명에 이르렀다. 식객들이 새로운 식객이 되어 문을 때 마다 병풍 뒤에서 비서가 일일이 기록하였다. 특히 식객의 가족사항을 빼놓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그 식객이 작별인사를 고하기 전에 일찌감치 사람으로 보내어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식객들은 이처럼 주도면밀한 맹상군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은 식객들에게 맹상군은 똑 같이 대우하면서 내심 그들도 같은 보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루는 수 천 명과 어울려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 때 불빛이 가로막히는 바람에 맹상군과 그의 식구들이 앉은 자리가 상당히 어두웠다. 반찬이 달라서 일부러 불빛을 가린 것으로 오해한 한 식객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맹상군은 즉각 자신의 반찬과 식객의 반찬을 나란히 놓고 확인시켜 주었다. 그 식객은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간관계란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내가 상대방에게 잘 해줘야 상대방도 내게 잘 해 준다는 이 이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질되곤 한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맹상군이 제나라 왕의 의심을 사 벼슬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식객들은 하나 둘씩 맹상군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식객들의 마음만큼은 확실하게 사로잡았다고 굳게 믿었던 맹상군에게 큰 충격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행히 풍환 이라는 식객이 남아 제나라 왕의 의심을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수 천 명에 이르는 식객 중에서도 주모 받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자신을 몰라준다면서 긴 칼을 붙들고 계속 투정 섞인 노래를 불렀던 풍환, 그런 풍환이 못마땅했지만 마지못해 좋은 밥과 수레를 내주었던 맹상군이었다. 그러던 풍환 만이 남아 외로운 맹상군을 지켜 준 것이다. 이러한 풍환의 기지에 힘입어 복직한 맹상군에게는 떠났던 식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추파가 날아들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게 정녕 그런 것인가 라는 데서 탄식이 절로 나온 맹상군은 다시 풍환을 붙들고 하소연했다. ‘이 몸이 늘 빈객을 좋아하여 손님을 대우하는 일에 늘 실수가 없었으며 식객이 3,000명에 이르렀던 것은 선생이 잘 아시는 바요. 그런데 내가 한 번 파면되자 빈객들은 나를 저버리고 모두 떠나버리고 돌보는 자 하나 없었다오. 이제 선생의 힘을 빌려 지위를 회복했는데, 빈객들이 무슨 면목으로 나를 다시 볼 수 있단 말이요 ? 만약 나를 다시 보려는 자가 있다면 내 그들의 낯짝에 침을 뱉어 욕보이고 말겠소이다.’‘대체로 세상의 일과 사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과 본래부터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이 몸이 어리석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소.’‘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사물의 필연적인 이치입니다. 부귀할 때에는 선비가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천하면 떠납니다. 이는 본래 부터 일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군께서는 아침에 시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못 보셨습니까 ? 아침에는 어깨를 부비며 서로 먼저 가겠다고 다투어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해가 저문 후에는 팔을 휘휘 저으며 시장을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아침에는 좋았는데 저녁이면 싫어서가 아닙니다. 기대하는 물건이 거기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께서 벼슬을 잃었기 때문에 식객들이 다 떠난 것입니다. 이를 원망하여 빈객이 돌아오려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빈객들을 전처럼 대우하십시오.’ 그러자 맹상군은 풍환을 향해 정중하게 ‘삼가 가르침에 따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관계는 이해관계를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것만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권력과 자리, 그리고 금전이라는 이해관계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완전히 붙잡아 둘 수는 없다. 식객 3,000을 자랑하던 맹상군이 한 시대를 풍미한 주인공이었지만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 즉 새로운 흐름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던 것이다. 세상사 모두 그렇게 되는 것과 본래부터 그런 것의 차이를 읽어내지 못한 맹점을 맹상군은 안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남녀노소, 상하관계 등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순기능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역기능적인 면에서 위협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주변에서 맴돌게 되고 도움이 될 사람들로 부터는 오히려 점점 멀어지게 되어 있다. 또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하기 위하여서는 자기 표준으로 화를 내어서도 안 될 일이고, 작은 일을 참지 못해서도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