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디카시 「비상」으로 ‘제3회 디카시작품상’을 수상한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가 디카시 기획선 2번으로 도서출판 디카시에서 출간되었다.
 송찬호 시인은 1959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외 다수의 시집과 동시집을 출간하였다.
 이번 송찬호 시인의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는 디카시 정체성의 시금석을 보여주는 동시에 바른 길잡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찬호 시인이 디카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자 언어에만 갇혀 있다가 영상언어를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게 디카시 쓰기는 세상이 작업실이어서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건 디카시 대상을 만나고 또한 디카시를 찾아다니는 기동성과 현장의 즐거움이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디카시를 창작하였다는 것이다. 송찬호 시인은 디카시가 고도의 사진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는 것이기에 촬영 기술이 서툴다 할지라도 거리낌 없이 자연이나 사물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 밀 수 있어 디카시를 쓴지 1년 만에 디카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송찬호 시인은 디카시가 문자시의 창작 방식과 다른 독특한 창작 미학을 지닌 극순간의 양식임을 밝힌다.
“디카시는 시적 형상이 발견되는 동시에 날것 그대로의 언어와 결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촬영을 마치는 순간 한 편의 디카시도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내 디카시도 그렇게 쓰였다. 구형 폴더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 만에 빠르게 이번 시집 출판으로 이어진 것도, 디카시 작업의 이런 기본 원리가 경쾌하게 작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인은 시집 후기에서 디카시 「관기초등학교」의 창작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한다.

충북 보은에 있는 관기초등학교입니다
농촌 학교여서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걱정입니다
내년에 입학할 새내기 어린이들 어서 오세요
교문 앞 소나무도 저리 반갑게 인사하며 기다리니까요
-「관기초등학교」 전문
 “관기초등학교는 내가 사는 동네에 있다. 내가 이곳에 들어와 살기 전 옛날 한 때 전교생이 천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금은 겨우 마흔 명을 웃돌 뿐이다. 그것도 해마다 입학하는 어린이가 줄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그런데 관기초등학교 앞에는 재미있는 자세로 서 있는 나무가 있다. “어서 오세요”하고, 교문 양쪽에서 마주 보고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듯한 모습의 두 그루 소나무가 그것이다. 누구는 그 소나무를 보고 친절하고 예절 바른 학교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나는 거기서 어린이가 없어 텅 비어가는 농촌 학교의 절박한 현실을 보았다. 「관기초등학교」는 그런 내 시적 의도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시다. 그런데 이 시에서 문자만 따로 떼어 읽으면, 새내기들을 기다리는 교문 앞 소나무가 상상되지 않아 시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허리 굽은 소나무’ 사진 영상이 앞자리에 있어야 문자시의 의도가 선명히 살아나는 것이다. 나는 교문 앞 소나무가 언젠가 재미있는 시로 다가오리란 예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시를 만나게 되었다. 다시 보면 「관기초등학교」의 소나무는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학교를 꿈꾸는 동시에, 자신이 한 편의 디카시로 태어날 날을 오래 기다린 게 아닐까 생각케 하는 것이다.”

 이번 디카시집에 수록한 작품은 시인이 사는 곳인 관기리 일원과 도계 너머 경북 화령에서 대부분 썼다. 특히 화령 시장과 골목에서 다수의 디카시 작업이 이루어졌다. 관기에서 볼 때 화령은 보은 읍내보다 거리가 가깝다. 화령은 면 단위의 시골인데도 공립 도서관이 있어 시인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시인은 관기에서 화령을 오가며 잊히고 사라져가는 삶의 여러 풍경을 스마트폰 신전(神殿)에 담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송찬호 시인은 ‘앞으로 디카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디카시의 운명을 가늠할 능력이 없지만 디카시가 도래하는 문학의 새로운 양식임을 직감하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여 쓰는데 힘을 쏟았다’고 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송찬호 시인이 직감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양식인 디카시가 또 하나의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디카시는 2004년 경남 고성을 발원지로 시작되어 전국적인 문예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에서는 ‘경남 고성 디카시국제페스티벌’을 매해 열며 디카시를 고성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로 소개하고 있는 가운데 디카시가 2016년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새로운 문학용어로 등재되었다. 또 2018년도 중ㆍ고교 국어교과서에 서동균 시인의 디카시가 각각 수록되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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