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뿌린 대로 거둔다. 무엇을 하던지 행한 대로 결과가 돌아오게 되어 있다. 잘못을 뿌리면 잘못을 거둬들이고 좋은 것을 뿌리면 좋은 것을 거둬들이게 되어 있다, 큰 것을 뿌리면 큰 것을 얻고 작은 것을 뿌리면 작은 것을 얻게 되어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가령 실패하더라도 실패의 원인을 통해 도 다른 성공의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모든 행동에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주어진다. 짧은 기간 내에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몇 년, 혹은 평생을 기다려야 그 결과를 볼 수 있거나, 다음 세대 또는 수 십 세대가 지난 후에야 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수확의 결과물이 물질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보람이 될 수도 있다.
 열한 살 때부터 프로에 입단하여 연간 최다승, 최고 승률, 최다승, 최 다관왕 등 온갖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창호 9단을 일컬어 돌부처 바둑, 또는 무욕의 바둑으로 욕망이 칼날처럼 맞서는 승부세계를 평정해 나갔다. 하지만 본인의 말로는 ‘욕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승부욕은 강하다. 다만 욕심을 내면 나도 모르는 길로 가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욕심을 내어 강하게 부딪치면 반작용도 크기 때문에 자제할 뿐이다’라고 토로한다. 인생살이 자체의 원동력이자 엔진인 욕심을 가지되 탁심과욕(濁心寡慾)으로 너무 강하게 부딪치지 말고 청심과욕(淸心寡慾)으로 임할 때 승리가 보인다는 말이다. 무리와 과욕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일할 때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을 하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을 때 초심을 잃기 쉽다. 처음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돈을 벌고 지위가 올라가니 배에 기름이 차서 거만해져 가고 있다’는 비 아 냥을 쏟아 낼 수도 잇다. 세상만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무엇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때 그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여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초심을 잃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가끔 마법지팡이(magic wand), 도깨비감투, 무엇이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보물단지 같이 허깨비 같은 것을 아무도 몰래, 혼자 꿈꾸어 보기도 한다. 화수분 또한 옛날부터 전해오는 보물단지로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두기만 하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온다는 단지이니, 일반적으로 재물이 자꾸 생겨 쓰고 또 써도 줄지 않는 현상이나 그렇게 돈을 잘 벌어 오는 사람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정형(正型)인 화수분은 첫째로 곤경에 처한 사람이 절실하게 보물을 필요로 하는 갈급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둘째는 그 궁핍한 사람이 응분의 대가, 곧 남에게 선행을 베풀고 호의로 대하든가, 이 화수분을 점찍어 두고 대단한 공력을 들인다든지 하는 투자나 자격이 있어야 한다.셋째는 원 화수분의 주인이 이 보배를 알고 있든지 모르고 있든지 간에 아낌없이 선사하여 화수분의 이동이 순조로우며, 넷째는 화수분을 가진 새 주인이 불로소득이나 무 투자 소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공력을 들여야 하고, 끝으로 이 화수분에서 나오는 재산으로는 선용을 해야지 악용을 하거나 악행을 저질러서는 무효가 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쌀을 화수분에 넣어야 쌀이 나오고, 돈을 넣어야 돈이 나온다는 것은 노력 없이는 성과도 없다는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인간은 누구나 화수분을 바라는데, 이러한 설화에서는 위에서 말한 희망,·선행,·노력,·투자·선용 등 인간의 도리를 바탕으로 이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곳에서 삶의 가치가 생겨난다 할 것이다. 될 수만 있다면 남의 등에 업힌 공차타기와 삶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 될 것이다.
 청년이란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삶의 활력으로 폭발할 것 같은 인생의 일정 시기를 일컬어야 할 것이지만, 청춘 또는 청년이란 허리가 구부러지고, 앞이마와 목덜미에 굵고 깊은 주름이 팬다 해서 이미 멀어져간 청춘이 아님을 우리는 잊기 쉽다. 다시 말해 사람에게 목표와 이상이 뚜렷할진대 나이와 청춘은 무관하다는 말이 된다. 삶의 목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아무리 새파란 청소년일지라도 이미 노인층에 합류 한 것이며, 삶의 이상을 잃지 않고 산다면 청년기란 나이와 무관하다는 말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적당한 속도로 바람이 불어줄 때 우리는 순풍(順風)이라 하고 이와 반대일 때 역풍이라 한다. 세상살이에 때 맞는 순풍이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생활태도일 때가 많다. 인생살이란 모든 역풍을 순풍으로 이용하거나 바꾸어 나가는 연속된 노력이고 행복 또한 그 노력의 과정에서 부산물로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다가오기도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뒤늦게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흔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에게서 취미가 무어냐는 질문을 하가나 받을 때가 있다. 그 대답으로 등산, 마라톤, 수영, 영화, TV, 술 마시기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고 아마도 가장 흔한 대답으로 독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농담으로는 숨쉬기운동, 놀고먹기 운동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숨쉬기 운동을 포함한 생리현상을 답으로 내놓은 사람은 물론 웃기려는 말이지만 그래도 ‘ 놀고먹기’라는 대답 속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할 수 만 있다면 누구든 놀고먹기를 싫어 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수분만 있다면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이 되겠는데 과연 그런 신통한 보물이 실지로 세상에 있는 것인지, 그저 따분한 세상을 한 번 웃겨보려는 이야기꾼이 만들어 낸 소리란 말인가. 위에서도 말 했던 것을 거듭 강조하는 말이지만 화수분이란 요행이 아닌 투자의 ‘정직성’ 그 자체를 말함이니 자신의 본업에 더욱 매진하는 열정, 이 식지 않는 응분의 공력을 다 할 때 제 기능을 다해주는 화수분인 것이다. 수천 년이고 만년이고 먹을 것을 생산해 주는 땅, 그리고 바다, 그리고 수많은 화수분이 널려 있지만 우리는 그저 무심코 발길로 툭 툭 걷어차 버리는 화수분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
 우리 말 중에 외국어로 번역할 때 그 의미 손상 없이 전달하기가 극히 어려운 말 중 하나가 ‘멋’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물 또는 남들에게서만 멋을 찾거나 기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바로 그 ‘멋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 이어야 함을 잊고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나 자신이 지상 최고의 멋쟁이가 되리라‘ 하는 이상의 끈을 놓치지 않는 한  꾸부러진 허리, 백발머리, 깊게 홈 패인 목덜미며 이마의 주름살 만 으로 절대 청춘을 빼앗아 갈 수 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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