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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와 신도(臣道)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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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09: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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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성군을 섬길 때 간쟁할 일이 없고, 중등의 치자를 섬길 때 간쟁할 일은 있어도 아첨할 필요는 없으나, 폭군을 섬길 때 결함을 미봉할 뿐 교정할 필요도 없고 교정할 수도 없다.  어지러운 때를 만나 핍박을 당하며 포악한 나라에 살며 곤궁한 때를 만나 도피할 곳이 없다면 치자의 장점만 말하고 그의 단점은 말하지 않게 되어 있으니, 이것이 예로부터의 통례이다. 공손하면서 공경하고 명에 따라 민첩하며 사사로이 결단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사사로이 취하거나 주지 않고 윗사람의 뜻에 따라 순종만한다면 치자가 성군이었을 때 신하가 할 일이다. 충성과 신의를 보이되 아첨하지 않으며 의연한 태도로 결단하되 그 뜻을 굳게 하고 한 쪽으로 치우치는 일이 없으며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중등인 치자에 대한 옳은  충성이다. 조화를 유지해 가면서도 되는대로 흐르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굽히지 않으며, 관용하면서 혼란스럽지 않으며 조화를 잃지 않으면서도 정의로움을 구현해 나가는 가운데 윗사람을 감화시켜 고치도록 하고, 말하는 것이 늘 시기적절해야 하고 윗사람의 마음을 바른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도리이다.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말을 길들이듯 갓난아기를 돌보듯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듯, 윗사람일 때에는 밝게, 아랫사람일 때에는 겸손을 잃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단(田單)이라는 사람은 양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높은 관리였다. 하루는 여러 수행원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려던 참에 노인 하나가 추위에 몹시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전단이 자기 웃옷을 벗어 입혀 주었다. 이 이야기가 양왕에게 전해지자 왕은 전단의 행동을 칭찬하기는커녕 화를 버럭 내면서 ‘역시 전단은 내 자리를 탈취하려는 것이 분명하구나’ 이렇게 소리쳤다. 주위에 있던 신하들은 놀래어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 십니까 ?’ ‘전단이 그런 식으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목적이 무엇이냐 ? 그것은 민심을 자기에게로 돌리려는 수작이 아니겠느냐 ? 그렇다면 내가 언젠가는 전단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먼저 그를 처치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양왕은 이렇게 말하고서도 속으로  ‘내가 너무 과격한 말을 한 것이 아닌가 ?’ 라는 자책감이 들어 가까이 앉은 관주라는 신하를 불러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물었다. ‘너무 짧은 생각이라고 여겨집니다’. ‘짧은 생각이라니, 무슨 소린가 ?’ ‘예, 전하의 생각이 너무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생각을 말해 보라’. ‘차라리 왕께서는 전단의 선행을 자신의 선행으로 삼으시지요’. ‘전단의 선행을 나의 선행으로 삼다니, 무슨 뜻인가 ?’ ‘왕께서는 전단의 선행을 칭찬하여 백성들이 다 알 수 있도록 공표를 하십시오’. 아니 전단의 선행을 공표를 하라고 ?‘ ’이렇게 방을 써 붙이십시오. 내가 백성들의 굶주림을 걱정 하고 있을 때 전단이 거두어 먹여주고, 내가 백성들의 추위를 염려할 때 전단이 자기 것 옷을 벗어 백성들에게 입혀 주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뜻과 똑 같겠는가 라고 말입니다‘. 양왕은 전단의 선행을 시기했던 일이 얼마나 옹졸했는가가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양왕은 관주의 생각이 탄복하고 전단에게 술과 고기를 보내어 그의 선행을 칭찬하고 그의 선행을 백성들에게 널리 공표하였다. 이어 전단에게 명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을 구휼하게 하니 백성들이 모두 왕을 칭송하게 되었고 백성들의 마음이 더욱 왕에게 쏠리게 되었다.

 고구려의 고국천왕이 와의 견제 세력인 계루부, 연나부, 절노부, 관노부, 순노부 등의 세력이 너무 커져 횡포가 심화됨을 견제하자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고 어렵게 이들을 진압한 후 신하들에게 영을 내렸다. ‘현재 나라의 중요 직책을 귀족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능력 잇고 어진 사람들의 벼슬길이 막혀 있소. 그 뿐 아니라 귀족들은 자신들의 신분과 지위를 내세워 백성들을 괴롭히고 나아가 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소. 이것은 모두 임금인 내가 무능한 탓이오. 그러니 나를 도와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 나갈 인재를 추천해 주시오’, 고국천왕의 지시를 받은 신하들은 서로 의논한 끝에 안류라는 사람을 추천하자 그 안류는 사양하면서 을파소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이리하여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을파소가 고국천왕을 만나게 되었고 왕은 그의 지혜롭고 훌륭한 인물됨에 감복하여 나라의 중책인 우태라는 벼슬을 내렸다. 을파소는 그러한 왕의 태도에 감복하기는 하였으나 내려진 직위가 자신의 뜻을 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왕의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왕마마, 신은 늙고 능력이 부족하여 대왕마마의 뜻을 따를 수 없습니다. 대왕마마께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에게 높은 벼슬을 내려 뜻을 이루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귀족들에 대한 왕실의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고국천왕은 귀족들과 연계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확실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왕의 뜻을 읽은 을파소는 자신의 세력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왕의 뜻에 따르고 자신의 뜻을 펼치기에는 최고 직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리하여 을파소는 고구려 지배세력의 협의체 의장인 국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 일로 기존 지배 세력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들은 을파소가 자신들을 미워하여 왕과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공공연히 모함했다. 그 소문에 왕의 귀에 들어가자 왕은 오히려 을파소를 모함하는 무리들을 크게 꾸짖었다. ‘오는 이후로 국상의 말을 따르지 않고 거역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직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그 가족들 까지 엄하게 다스리겠다.’ 이와 같은 왕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을파소는 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확립하고 사회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었다. 왕과 신하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난 것이다‘ 을파소는 말했다.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으면 숨어서 살고 자신의 뜻을  펼 수 있게 될 때 벼슬을 하는 것이 선비가 할 일이다. 지금 대왕께서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시는데, 내 어찌 계속해서 숨어 살 수 있겠는가 ?. 을파소가 명재상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데는 그의 학문 보다는 그이 백성들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에서 였다. 이러한 그의 마음이 잘 나타난 것이 진대법(賑貸法)이다. 진대법이란 춘궁기인 봄에 곡식을 빌려 주었다가 수확기인 가을에 갚도록 하는 것으로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한 제도이다. 진대법의 실시는 을파소 자신이 농사를 지은 경험을 통해 백성들의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을파소와 함께 사냥을 하고 돌아오던 고국천왕은 길가에서 울고 있는 한 백성을 만났다. 왕이 그를 불러 우는 이유를 물었다. ‘소인이 집이  가난하여 지금까지 품팔이로 겨우겨우 어머니를 모셔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흉년이 들어 그나마 품팔이를 할 곳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식량은 점점 떨어져 가는데 제 어머니는 영락없이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는 것입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을파소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 아, 내가 이 나라의 국상으로 있으면서 백성들을 굶주리게 하다니, 이것은 내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냥에서 돌아 온 에게 건의한 것이 진대법이다. 또 이 진대법은 춘궁기만이 아니 사계절 내내 실시되었다.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하던 국상 을파소는 고국천왕에 이은 산상왕 7년(203년) 까지 왕을 돕다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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