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밑으로 한 장 남은 달력이 쓸쓸하고 애처롭다. 그래서인지 다들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회식·모임 등이 이어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흥청망청' 망년회가 주류를 이루어 힘들거나 수고로웠던 일, 아픈 기억을 잊자며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송년회로 명칭이 바뀌면서 뜻있는 한해를 보내는 것으로 뜻을 모으고 있다. 실제 송년회는 지난 일들을 반성하며 한 해를 보내자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장기화된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조촐하게 송년모임을 갖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술 위주의 송년회 대신에 함께 영화나 공연을 보고, 술 대신 따뜻한 차를 두고 담소를 나누는 '문화 송년회' 등으로 연말을 보내는 곳도 적지 않다.
 더 반가운 것은 한 단체에서 송년회를 일반 음식점에서 조촐히 하고 남은 경비를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하는 '기부 송년회'를 가진 곳도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이처럼 뜻 있는 활동으로 경기불황 한파를 녹이고 내년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아주 바람직스러운 일로 기부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기부문화도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해 본 경험자는 26.7%로 조사됐다. 국민 4명중 한명 꼴이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2011년 36.4%에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불과 6년 사이에 9.7%포인트나 낮아졌다. 향후 기부의향 응답비율도 41.2%로 2013년(48.4%)보다 7.2%포인트나 떨어졌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기부 의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기부단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상당수다.
 얼마전 알토란같은 후원금을 착복한 사례가 바로 그러하다. 그 단체 간부들은 그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기부금을 탕진해 공분을 샀다. 결국 공동체 사회의 연대의식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씁쓸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누구를 막론하고 스스럼없이 선행을 할 수 있는 신뢰 사회 구축 시스템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고귀한 기부자의 의지를 살릴 수 있어야 기부문화가 살아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세제 특례 등 시스템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아쉽기만 하다. 사회공감대 확보에 나서는 일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어쨌든 지금까지 우리의 연말은 획일적으로 먹고 마시는데 주력해 왔지만 '음주 송년회' 대신 문화활동이나 사회공헌으로 송년모임을 대체하는 것은 연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의 다양화란 점에서도 평가할 만 하다.
 물론 쓸쓸한 연말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처럼 경기가 나쁘고 특히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연말대목까지 이렇게 보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꼭 먹고 마시는 송년회만 연말을 연말답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문화나 레저활동으로도 얼마든지 조직의 단합을 꾀하고 소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년모임을 뜻 깊게 보내고 싶다는 뜻에는 공감한다. 나눔과 배려로 희망을 보태야 한다.
 작은 정성도 더없이 소중한 사랑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반갑고 고마움으로 가득한 ‘송년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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