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요, 그 밖의 민족은 중국에 예속된 오랑캐에 불과하다는 중화주의(中華主義), 이것이 공자가 주창한 유교의 중심사상에 자리하고 있다. 유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고려와 조선의 존화(尊華) 사대주의자들이 이 중화주의 사관을 그대로 답습하여 그 독소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혀 왔다. 고려의 유학자들은 한민족의 국통(國統) 맥이 기자조선에서, 위만조선, 남(후)삼한, 신라로 이어지는 것으로 비틀어 놓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왜곡에 앞장선 인물이 고려 중기의 김부식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저술하면서 고구려를 계승한 대진(大震 또는 渤海)의 역사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같은 시대 신라 역사는 망하는 날 까지 상세히 기술하였다. 그러면서도 신라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론까지 붙였다. 그리고 백수한, 묘청, 정지상 등이 고토(古土) 회복을 위한 발판을 삼기 위해 서경(평양) 천도운동을 벌였을 때 김부식을 대표로 하는 집권층 유학자들은 이 운동을 권력 장악을 위한 음모라고 몰아붙였다.
 유교를 국교로 신봉한 조선은 개국 초에 춘추(春秋)와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만을 사필(史筆)로 여기고 한민족의 고유 사서를 이단(異端)이라 하여 모두 압수해서 소각하였다. 태종은 서운관(書雲觀)에 보관 되어 있는 사서들은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하여 소각하였고, 세조에서 성종까지 3대에 걸쳐 전국 관찰사에게 사서 수거령을 내렸다. 이처럼 우리의 정통 사서가 소실된 것이 오늘날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데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조선 중기 광해군 때 누루하치가 보낸 국서에 의하면 ‘요동은 본시 너희 조선의 땅이다. 지금 명나라 사람들이 그 곳을 빼앗았는데 너희는 명나라가 원수인 것도 모르고 도리어 신복하고 있다.’ 라고 비웃고 있으니 조선시대 사대사상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종 때 최만리는 훈민정음 제정 당시 반대 상소를 올리면서 ‘조종(祖宗)이래 지성으로 대국을 사사(師事)하고 모두가 이를 본받아 왔는데 만약 이 훈민정음이 대국에 전해지는 날에는 사대모화에 부끄러운 일입니다’.라 했다. 조선시대의 역사관에는 ‘단군시대는 아득한 태고시대라 증명할 수 없고 기자(箕子)가 봉해지고 나서야 겨우 문자를 통했다. 삼국시대 이전은 별로 논할 가치가 없다’로 요약된다. 중국에 대한 사대모화 사상은 조선 말기까지 이어져 실학자들 까지 무조건적 중국 찬양 일색으로 흐르게 하였으니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은 ‘명나라는 우리의 상국이다. 상국에서 속국에 내리는 물건은 비록 터럭 같은 미미한 것일지라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이 그 영광이 온 나라를 움직이고 경사가 만세에 끼칠 것이다.’ 라 하였다.

 고려의 승려 일연은 한민족과 인류 시원국가인 환국의 초대환인천제(BC 7197년)를 한낱 불법의 수호신으로 둔갑시켜버렸다. 우리의 환국(桓國)을 제석(帝釋)환국으로 만들고 환인천제를 불교에서 받드는 제석환인(帝釋桓因)이라는 신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사찰에는 으레 석가모니를 모신 본전이 있는데 이 본전에는 대웅전(大雄殿), 곧 큰 성인을 모시는 성전이라는 의미의 현판이 붙어있다. 사찰의 이 대웅전은 우리 조상들이 환웅전(桓雄殿)을 지어 배달국을 개국한 초대 환웅천황을 받들어 모신 전통을 본 떠 변질시킨 것이다. 조상들의 환웅전에 석가모니가 들어앉으면서 환웅숭배사상에서 석가숭배로 변질되었다는 말이다. 또한 이 불교는 북부여의 시조인 해모수 단군의 건국을 기리기 위해 등을 달아 경축하던 민족 전래의 대 축제일인 4월 8일을 석가모니 탄신일로 변조시켰다. 당시 낯선 인물인 석가의 생일을 한민족에게 친숙한 해모수 단군의 북부여 건국일과 동일한 날짜로 잡음으로서 이 땅에 불교를 빨리 정착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단군왕건이 천제를 올린 유서 깊은 마리산(麻利山)을 마니산(麻尼山)이라 개칭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대표적 외래 종교 가운데 가장 오래 된 불교는 전래 초기부터 우리의 전통신앙인 신교를 퇴화시키면서 한민족의 역사를 불교사관으로 잘못 기록하여 전통문화와 역사를 잘못 인식시켜 온 피해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초 국가이자 세계 최초의 국가인 환국(桓國)은 월지국, 양운국, 개마국, 구막한국, 비리국, 일운국, 매구여국, 구다천국, 사납아국, 직구다국, 우루국, 수밀이국 등 열 두 개의 거수국(제후국)을 두고 있었는데 이 중 하나인 수밀이국이 기독교의 뿌리가 된다. 이 수밀이국(수메르) 백성 중 한 사람인 아브라함이 우르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였다. 수메르문화가 환국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동북아 환단 시대로 부터 내려오는 신교 문화의 원형이 기독교의 가르침 속에 보존되고 있다. 19세기 이후 물질문명과 함께 밀려들어온 기독교는 이 땅에 발을 붙이는 순간부터 한민족의 고유한 정신문화와 시원 역사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환국, 배달국, 단군조선이라는 삼성조(三聖祖)의 유구한 역사와 환인천제, 황웅천황, 단군성조를 인정한다는 것이 기독교의 유일 신관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의 이스라엘에 수호신인 야훼를 온 인류의 하느님이자 우주의 유일신으로 섬긴다. 그리고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사라에게서 이삭을 낳고, 이삭은 리브가에게서 야곱을 낳고, 야곱은 레아에게서 유다를 낳는 등의 계보를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낳아 준 조상 환인, 환웅, 단군은 모르고 잇을 뿐 아니라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다. 혹 이야기 속의 단군이 눈에 들어오더라도 신화속의 인물로 치부해 버린다. 외래종교와 외래사상에 물들어가면서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와 역사를 다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신채호님은 이렇게 통탄했다. ‘조선 사람은 매양 이해(利害) 밖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므로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아 !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우리는 어떤 종교나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선조들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마음가짐을 잃어서는 혼을 잃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왜곡된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고 바로잡힐 때 진정으로 과거의 종말이 올 때 오늘의 현실과 인간의 문제를 바르게 보고 희망 찬 미래를 창조적으로 건설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작과 왜곡으로 얼룩진 과거에 대해 세계인과 우리 자신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놓아야 할 일이다. 동북아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오늘의 인류에게 닥친 수많은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밝혀내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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