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복지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같은 나라들을 비롯하여, 이른바 후생복지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세계 각국이 일하지 않고 보호만 받으려고 하는 수많은 피 부양 국민들 때문에 골치를 썩여 온지 오래다. 그들 국가의 예산에 국민부담이 너무 크다고 아우성이지만 그 속에는 엄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살림살이도 예외일 수 없지만 국민 소득이나 조세 등의 세입은 별로 늘지 않는데 아무 대책 없이 복지 예산만 늘이겠다고 목소리 높이는 것은 내심 그 국민 모두가 공멸해도 알 바 아니라는 앙탈이거나 득표를 위한 사탕발림이거나 또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국민 모두는 행복을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 그 어떤 국민에게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어야 함은 마땅한 일이나, 여기에는 추호도 그 정도를 넘지 않는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만히 놀아도 먹고 살 수 있는데 무엇 하러 뼈 빠지게 일 하느냐 라는 분위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싹수나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되어 자멸이 빤하다는 말이다. 모든 성취와 성공,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이 독소중의 독소인 공짜에 대한 기대를 슬기롭게 누를 줄 아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어느 나라 왕이 하루는 현인들을 모아놓고 ‘모든 백성들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성공 비결을 적어 오시오’하고 명령하였다. 현인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토론도 하여 국민이 다 잘 살 수 있는 비결을 12권의 책에 적어 왕에게 바쳤다. ‘12권의 책을 백성들에게 다 나누어 줄 수 있겠나 ?’ 하고 왕은 줄여 올 것을 명령했다. 현인들은 그것을 또 절반인 여섯 권으로 줄였다가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두 권으로 줄였다. 그런데도 왕은 그보다 더 줄여 오라고 명하였다. 그래서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줄였다. 그것도 길다고 하여 현인들은 이제 한 페이지의 글로 요약했다. 그러나 왕은 또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못마땅해 했다. 현인들은 할 수 없이 그 한 페이지의 글 중에서 가장 핵심 있는 한 마디만 적어서 왕에게 바쳤다. 그제 서야 왕은 ‘바로 이거야 !’ ‘이거면 누구나 잘 살 수 있을 거야’. 하면서 기뻐했다. 왕의 기지로 마침내 얻어낸 백성들이 다 잘 사는 비결 ! 그것은 ‘공짜는 없다’ 바로 이 한 마디였다. 왕은 즉시 이 비결을 온 백성에게 펴 실천하게 한 결과 얼마 후 모두 잘 살게 되었다. 가히 세계 제일의 명언이라 할 만 하다.

 과학 정신은 과거 200여 년 간 서구 문명을 배후를 지탱해 온 근본정신이다. 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부조리, 마법, 미신 등에 기초를 두는 관념들은 배척되고 과학에 위배되는 여러 가지 방법과 과정들이 자리를 내어놓게 되어갔다.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을 시발로 하는 과학의 정신이 다른 비과학적 다른 요소들을 완전히 압도해 버린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 분야에 눈부신 장족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인구의 팽창과 부의 축적은 과학에 의해 자연 현상이 한층 더 잘 이해된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확실히 지식의 폭은 넓어졌다. 그러나 그와 함께 곧 예지까지 심화되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다만 자연력을 지배하고 그것을 이용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왜 그 사실이 생겼는지 조금도 생각지 않고 철도나 비행기나 무선전신이나 휴대폰이나 컴퓨터 또는 그 밖에 수많은 과학의 소산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진보한 시대에 살며 우리자신이 진보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 현 시대가 과거에 비해 의미를 달리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을지문덕 장군이나 이순신 장군이 요즈음 누구나 하는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운전도 할 줄 모른다 해서 그 현대인이 두 장군보다 진보해 있다거나 훌륭하다고 하는 따위의 얼빠진 소리를 하는 사람이야 없을 것이다.
 지식의 팽창이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며 또 우리를 현명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식을 취하기에 앞서 그 지식을 올바르고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삶의 목적과 목표가 어떤 것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들은 과학의 시대에 살면서도 우리들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이 낡았거나 퇴폐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모순이나 당착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현대의 지식은 대단히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수많은 연구가가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하여 지식의 단편들을 쌓아올린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공짜가 없으니 일을 해야겠는데 기왕이면 보다 수월하고 능률적으로 일 하는 방법을 찾아 나선 산업혁명 이야말로 이러한 과학 정신의 소산이다. 맨 먼저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에서는 혁명의 도화선이 될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다른 나라보다 가장 빨리 봉건주의가 해체되고 도시와 농촌에서 점점 독립적인 소상품들이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 그것이다. 이들 소상품 생산자 층은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와 더불어 산업경영의 규모가 확대되어 나갔다. 또 당시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식량 수요의 급등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영국은 종래 섬유 산업이 가내 수공업에서 공장제 규모로 확대되어 갔다. 직조 기술도 발전하여 수차례에 걸쳐 개량된 직조기를 연이어 선보이게 되었다. 면공업(綿工業)의 부차작업에서 가장 큰 곤란을 받았던 것은 원면의 섬유와 씨를 분리시키는 일인데, 엘리 휘트니(Eli Whitney ; 1765-1825)의 조면기(繰綿機) 발명으로 해결을 보았다. 이러한 새로운 기계들의 발명으로 영국 경제의 기반이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섬유산업 외에 철광석의 수요가 급등했는데, 여기에는 종전의 숯으로는 제대로 철을 다룰 수 없어 고심하던 중 석탄에서 분리된 코우크스를 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석탄이 무한대로 많은 영국이 산업혁명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원시시대 이래 자연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인간이 동력으로 이용한 것은 인력과 축력 이외에 수력과 풍력이 있다. 이에 더하여 이 때 증기기관이 발명됨에 힘입은 인간의 새로운 동력 이용은 인간이 이룩한 가장 빛나는 업적의 하나였으니, 이는 결코 돌연히 이루어질 수 없고 장구한 세월과 누적된 과학적지식의 소산인 것이다. 산업혁명의 진전과 더불어 대공업이 발달되면서 원료의 수입, 제품의 수송을 위해서 종래의 범선에 대신하여 증기선의 요구를 증대시켰다. 증기선이 범선의 속도에 비해 훨씬 빠르고 편리함이 입증되자 세계의 교통이 더욱 밀접해지고 세계의 일원화에 크게 박차를 가하는 수단이 되었다. 좋은 원동력이 있을 때 좋은 결과물이 있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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