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낳는 비극 중 하나는, 타자[他者]의 불행을 자기 행복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이며 경쟁이 낳는 최대 비극은,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모두 공멸[共滅]한다는 점이다. 적폐[積弊]의 관습[慣習]에 안주[安住] 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사회와 병든 사회에 저항[抵抗]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지식인이 할 일이다.
전 초등학교장
그러나 적폐의 관습에서 안주하려는 집단과 적폐의 관습을 깨트리려는 민주시민의 끝없는 논쟁 속으로 국민들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그 동안 군에서 사망한 대부분의 군인들이 이런 폭력문제로 의문의 사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병역문제가 이 시대의 화두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국토방위를 위해 피 같은 자식을 군에 보냈는데 폭력에 의해 살해되어 주검으로 돌아온다면 어느 부모인들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언론매체를 통한 윤 일병의 주검은 아주 비참했고 보호자 되는 분과 국민의 가슴에는 치유할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남겼다.
적과의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의 무기가 아니라 전우끼리의 단결된 마음이다. 부하병사를 이와 같이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병사의 총부리는 북을 향하지 않고 남으로 향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남의 일이라고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당신 자식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자녀 군대 안보내기 서명운동도 벌인다고 하니 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물론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는 자녀를 출산 할 때 외국에 가서 하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가능하다.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은 마치 조직폭력배 문화를 방불케 한다. 아무리 기강이 중요하고 상명하복인 군대라 해도 최소한의 인권과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부당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은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비민주적, 반인륜적 집단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선임 병이 후임 병을 마치 죄인이나 하인 다루듯 하는 잘못된 군대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이런 잘못된 군 문화에 길들여져서 사회에 나오면 마치 자신의 후배를 부하 다루듯이 하려는 것이 군대문화의 병폐이다. 군대문화는 선임 병에게 복종하고 명령에 따 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주종관계만 습득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윤 일병의 사건은 썩은 대한민국의 군대 문화의 한 단면이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국토방위란 이름으로 끌려가서 서로를 감시하고 폭행하고 계급이란 이름으로 폭행을 일삼는 전근대적 폭행문화다.
선임이란 이름으로 차근차근 설명해도 될 것을 군기를 잡는 목적으로 사병들을 반병신으로 만들고 더불어 윤 일병 사건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아무런 억제력이 없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폭행, 살인사건이다. 이런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의식은 군대에만 한정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전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정당화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말하고 싶다.
이런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의식은 어디에서 출발했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이런 기회에 살펴보고자 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은 1864년 영국의 철학자인 허버트 스펜서가 처음으로 사용한 인간들의 사회적 생존경쟁의 원리를 함축시킨 사회-철학 용어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생물은 생존 경쟁의 결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약육강식(弱肉强食: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지배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거나 지배된다.) 이라고도 한다.
때때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규칙이 적용되는 동물의 세계와 비교하기도 한다. 또한 짐승 같은 표현을 쓰며 악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에는 동물의 세계에서 빚어지는 일보다 더욱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인간에게서는 ‘짐승’을 넘어 ‘짐승’보다 못한 모습을 발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연은 평화와 협조보다 물고 뜯는 잔인함이 난무하는 곳이다. 약자의 소멸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투쟁은 진화의 수단이며, 자연계에는 도덕적 선악의 표준은 없다. 유일한 표준은 성공이며,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곧 성공한 자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물적 습성을 말하는 것이며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므로 인간을 동물들의 삶과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데 문제는 자연적인 생존경쟁이 아니라 인위적인 생존경쟁구도를 조성하여 국민들의 정서를 아주 타락시키는 행위를 위정자들이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적 적폐에 대한 수정과 비판을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반국가적 탄압수단으로 삼으려는 자들이 정권의 실세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저항은 불가능해졌고 국민의 정서는 더욱 타락, 피폐해가고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 사회와 병든 사회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지식인의 몫이지만 적폐에 대한 저항은 불가능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들을 인위적으로 서로 경쟁시키면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사회를 조성해놓고 그들만의 행복을 꿈꾸는 정치권력꾼들의 모략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경쟁이란 낱말 그대로 남을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서는 것을 말한다. 남은 어찌되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필수적이다. 우리국민은 이런 사회에 살고 있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의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는 삶을 유지해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살기 좋은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행복한 사회란 여러 가지 조건이 많겠지만 사람사이의 관계가 좋은 사회를 말한다.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경쟁구도가 사라진 사회를 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유치원 때부터 경쟁교육이 시작된다. 학교는 동물의 세계가 아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교는 인간을 만드는 곳이지 동물의 습성을 훈련하는 곳이 아니다. 다함께 어울려서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생활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부터 교육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경쟁의 최후에 살아남는 것은 오직 혼자이다. 그러나 교육의 현실은 인재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지능이 우수한 학생은 특권의식과 차별화된 교육을 받는다. 대다수의 둔재를 멀리하고 소수의 인재라 일컫는 아이들에게 특별대우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사회에서는 수긍할 수 없는 차별인 것이다. 이때부터 인위적인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시작 된 것이다.
출발점부터 달라진 이상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황당하게도 우리나라보다 인재가 많은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들 중에 특별한 인재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인재교육은 불평등교육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에디슨은 인재교육을 받지 않아도 유명한 발명가가 되어 인류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런 경쟁교육 구도 하에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병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인재교육을 받은 특혜의 학생들은 인재가 되었는가? 인재가 되었다면 지금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결국 인재교육의 결과는 특권층과 인간차별의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인재라는 명분을 둘러쓰고는 갑의 위치에 올라가 인재에서 멀어진 을의 위치를 억압하고 착취하는데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 그리고 경쟁지상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꽃을 피우며 끝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 자본주의의 격렬한 상업적 경쟁의식과 전대미문의 과학기술과 생산력의 발달을 이용해 인류에 대한 강력한 파괴력을 발전시켰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발전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은 인간을 비인간화 만들며 오로지 물질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끝없는 물질추구는 경쟁을 통해서 성취된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사회에는 예의도, 윤리도, 도덕도 없다. 동물적인 감각만 존재할 뿐이다. 사회병리현상만 증폭되어 부유한 공포현상만(물질적으로 풍요로우나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회를 지배할 뿐이다.
이러한 결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며 인간들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하여 가는지 그 실체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사회현실은 사람들이 성공하고 물질적 부를 쌓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하며 수시로 방황하고 고통스러우며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결과 정신적 의지 처인 종교를 찾게 되고 종교가 번창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종교가 번창하여 대기업처럼 부를 축적하고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은 자기만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한다.
시사 신문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갈수록 자기와 돈 밖에 모른다. 선한 것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을 원망하며 모든 일에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 사치와 향락, 타락에 깊숙이 빠져가고 있다. 지금 이 세상은 사람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사람은 모두 돈으로 평가 받고 힘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있는 자는 교만하고 사치하며 없는 자들, 약한 자들은 삶의 희망이 없다. 여기에 고통이 있고 괴로움이 있는 것이며 그래서 개인이, 사회가, 절망과 좌절감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건 아니면 뒤떨어졌건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울증과 절망감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죽음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수많은 가정들이 파괴되고 있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행복의 질서가 파괴됨으로써 고통과 괴로움의 현장이 되고 있다. 사람은 동물이 아니다. 그저 먹고 마시고 자고 육체적 쾌락을 즐김으로써 끝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닌 것이다.
이제 인간의 참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 힘써야 한다. 인위적이고 조작적인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경쟁을 이 사회에서 추방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앞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시사 신문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행복한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니 자랑스러운가? 경쟁에서 뒤떨어진 사람은 어리석고 멍청하니 사회에서 도태되고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가? 한평생동안 경쟁사회 속에 파묻혀서 치열한 싸움만 하다가 인생을 끝낼 것인가? 도대체 당신의 삶의 목표는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삶과 동물의 삶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냥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것인가? 오늘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넌 잘할 수 있어 다른 아이들을 이기고 일등 해야 해! 성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라고 외치며 경쟁 교육을 부추기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게 해서 얼마나 많은 당신의 자녀들이 경쟁의 정글 속에서 정신적 방황을 하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그리고 행복은 혼자가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낀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 사회적 고민거리인 폭력, 폭행, 살인, 범죄, 패륜, 방황, 자살, 정신질환 등등 반사회적 결과들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과도한 경쟁의 부산물임을 깊이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결국에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 남 덕 현은 1949년 고성읍 동외리 정동(솟골)에서 출생하여 고성 초. 중학교 및 통영고와 진주교육대학교를 거쳐 초등학교장으로 재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