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아무에게 방해도 받지 않는 꿈속이라면 자신이 왕이 되거나 자유자재로 물속을 헤엄치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 술이나 마약 따위에 의존하는 취중 또는 환각과는 달리 꿈 그 자체는 부작용도 없고 남들에게 끼치는 부작용은 별로 없다. 또 꿈이란 비용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는 명석몽(明晰夢)은 적절한 훈련만 하면 누구나 꿀 수 있다. 꿈속에서는 원하는 대로 나비가 되기도 하고, 왕이 되기도 하고, 밤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기도 하니, 인간이란 참으로 신비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든다. 명석몽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이와 비슷한 방법이 있으니, 예술에 심취해 보는 것이 그것이다. ‘인간은 머릿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듯이 언젠가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꿈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문명이나 과학에 낙관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도 인간의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능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만사 인간의 뜻대로, 아니면 명석몽 속의 꿈대로 실현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거기에는 늘 어디에나 피해 갈 수 없는 역경(逆境)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이 역경을 인간 자신의 명석몽 속으로 끌어넣어 그 속에서 인생의 즐거움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하는 것이 우리 인간 모두의 삶인 것 같다. 옛 사람들이 생각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신의 경지를 ‘하늘(天)’으로 표현하였다. 그들은 이 하늘을 호신부 삼아 살아온 것이다. 이처럼 공경하는 하늘을 원망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 이때가 바로 인간이 역경에 처했을 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속에는 자신의 책임을 뒤로하고 다른 사람의 탓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만년에 공자님이 ‘아아, 나를 이해해 주는 이가 없구나’하고 한탄하자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그를 위로하자.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다. 공부해서 많은 발전을 했구나. 나를 알아주는 이는 하늘뿐인가 !‘ 라고 풀이하듯 답했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있다. 역경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나 하늘에 책임을 전가한다면 언제까지나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다. 서두르지 말며, 소란 떨지 말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면서 새 출발하는 것이 바로 그 역경을 이기는 길이다.
 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슬픔과 역경을 통하여 신(하늘)은 인간에게 지혜를 더해준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재앙과 병이 있다. 재난이란 예기치 못한 불행이고 병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신은 인간을 사랑으로 대하지만 반드시 애정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인생 목적에 대한 수단을 알고 그 수단을 포착하여 이를 활용할 줄 아는가에 따라 행. 불행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고통과 번민은 위대한 자각과 깊은 심정을 가진 사람에게 필연적인 과정이다. 젊은이가 깊은 슬픔과 고민에 빠졌을 때 항상 그를 깨끗이 씻어 주는 것이 망망대해다. 젊은이는 이 고뇌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맨 밑바닥에서 뒷받침 하고  있는 지주이며 가장 보편적인 고뇌가 그를 굳게 안고 그 고뇌를 긍정해 줌으로써 이 세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자신의 위치, 위대한 자각과 깊은 심정을 알게 해 준다.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불행이란 없다. 불행을 방치해 두거나 아니면 용기를 내어 쫓아내느냐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행과 고통이 떠나지 않을 때 자아를 포기하고 눈앞의 안락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어둠 속에 파묻는 약자의 인생이 아닌, 불행과 고통을 의지와 신념으로 극복해 나가는  강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신념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괴로움도 참고이기는 강자라는 말이다.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혼자 자기의 생각대로 선한 생활을 하는 것은 평지에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만큼이나 쉽다. 그러나 세상을 위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온갖 사악한 무리들이 다 모인 듯 한 사회생활 속에서 당당하고 용감하게 인간답게 용감한 길을 따르며 악에 물들지 않을 때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위대한 사람인 것이다. 장애나 고통이 인간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분투와 노력으로 타파하지 못할 역경이란 없다. 고통보다 인간에게 더 위대한 교사는 없다. 고통의 숨결이 살아있을 때 영혼의 생명이 자라난다. 아름다운 육체를 위해 쾌락이 있듯이 아름다운 영혼을 위해 고통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나 자기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시간이며, 또 시간이 무진장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 자신도 모르게 허송세월을 보내면서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기 쉬운 것이 시간이다. 아무리 귀중한 시간일지라도 흘러가 버린 시간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다가오는 시간은  절대로 그냥 보내서는 안 될 일이다. 인간에게 고뇌 없이 참 사랑을 알 수 없고 고뇌 없이 진리를 배울 수도 없다. 인간이 사랑과 진리 없이 살 수 없듯 고뇌로부터의 해방 또한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이 고뇌라면 단연코 받아들여 밑바닥 까지 맛 볼 일이다. 이것이 곧 그 고노의 치유법이 된다. 인간은 슬픔의 밑바닥 까지 떨어졌을 때 비로소 허영도 잊고 마음껏 슬퍼함으로써 뜻하지 않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 손에 황금의 관을 들고 다른 한 손에 고뇌의 면류관으로 들고 있다는 말이다. 위대한 사상은 반드시 커다란 고통이라는 밭을 갈아서 이루어진다. 갈지 않고 둔 밭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사람도 고통을 겪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나 평범하고 천박함을 면할 길이 없다. 고통의 입김이 서려올 때 비로소 마음이 풀어지고 거기서 얻은 교훈이 인간의 넋을 즐겁게 해 준다. 고통을 밑거름으로 하지 않은 성과가 있다면 토대 없는 집과 같아 언제 허물어질지 모른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불평하는 운명은 인간을 위한 보다 훌륭한 성공을 준비해놓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항상 안락을 탐하고 고생을 싫어하며 게으른 것을 좋아하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남을 이기는 자라면 남보다 힘이 센 사람이겠지만 고생을 싫어하고 게으름을 따라가려는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진정 강한 자 아니고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인생의 싸움 중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내가 나를 이기는 싸움이고, 인생의 승리 중에서 가장 어려운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승리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장애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있다. 우리의 희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희망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약한데 있음을 잊지 않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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