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 순
삼산면 병산리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력 있는 것은 돈과 그 돈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할 때 아무도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기본적 수단이니, 돈이 있어야 의식주를 마련하면서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돈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며 안락하고 쾌적한 삶을 제공해 준다. 그러기에 경제적인 독립이 없을 때 양심과 사상적 인격마저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격의 자존독립을 위해서라도 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돈은 이처럼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소유가 잘 못 되었을 때 매우 유해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 근원이 황금만능이라는 사고(思考)에서이다. 돈 그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돈은 다루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성질에 선하게 또는 악하게 변한다는 점에서 돈에 대한 참 된 가치와 올바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말해 준다.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대상은 돈이 아니고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또 그 욕심 또한 끝 간 데 없이 불어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인간 심리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교화하기 위한 수단의 대표적인 가르침이 ‘욕심을 내리어 놔라’이다. 하지만 삶의 원동력이자 엔진인 인간의 욕심일진대 ‘가난이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예가 될 수는 없다’를 젖혀놓고 하는 말일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노나라의 애공이 서쪽에 궁전을 증축하려고하자 신하들이 간했다. ‘예부터 서쪽에 증축하는 것은 불길하다고 했습니다. 분부를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애공은 끝까지 고집을 부려 그 곳에 증축하려고 했다. 측근 신하들도 모두 말렸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건설을 담당하는 재철수에게 말했다. ‘이 증축은 내가 오래 전부터 바라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사관들은 옛 예를 들어 반대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이에 재철수가 답했다. ‘예 군주에게 세 가지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쪽에 증축하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애공이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그 세 가지 금기사항이란 무엇인가 ?’. ‘예를 잃는 것이 그 첫째고, 욕망을 억제하지 모하는 것이 그 둘째이고, 셋째는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 애공이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마침내 그 증축을 그만두기로 했다. 결정권이 군주에게 있는 것이기에 그것이 곧 법이다. 하지만 군주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늘 군주처럼 자신이 결정해야 할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군주의 경우와 근원적으로 다를 수는 없다.

 현실로 돌아올 때 욕심을 내려놓거나 처음부터 욕심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없다. 수도자 또는 종교에서 금기시하는 욕심이 있음으로써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또 다른 욕심이 일게 되어 있다. 그 욕심을 버린다면 목표가 필요 없게 되고 도전하려는 의지 또한 사라질 것이며 더 이상 자신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울 의지마저 사라져 갈 것이다. 더 이상 자존심을 높일 수 없게 될 때 인생의 의미마저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욕심이 내 자존심을 높이기 위한 도전 정신이며 이것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들을 갖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욕심을 버리려고만 하지 말고 오히려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욕심을 더 길러서 남다르게 도전하여 그 원하던 바를 이루어 내는 도전정신을 갈러나가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이 때 욕심 낼 가치도 없는 일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 밖으로 던져버릴 필요가 있다. 욕심이 적은 사람은 매사에 의욕이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없어 싫은 소리를 들을 염려는 없을 것이고 호인이라는 좋은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알찬 인생으로 살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그 욕심을 추구할 때 특정 부분에 너무 치우쳐 소중한 다른 것을 잃어서도 안 될 일이니 상황에 적합한 조절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능력이나 상황에 맞게 편안하고 안정된 청심과욕(淸心寡慾)을 벗어나지 않는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인성수양에 큰 도움을 주는 바둑에서 그 실력을 한껏 발휘한 돌부처 이창호 9단의 ‘욕심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승부욕이 강하다. 다만 욕심을 내면 전혀 모르는 길로 가서 큰 손해를 볼 수 있고, 욕심을 내어 상대와 강하게 부딪히면 반작용도 크기 때문에 자제할 뿐이다.’는 말을 되새겨 볼만한 일이다.
 인생이라는 그릇은 채우고 또 채워도 끝없이 부족하기만 해서 또 채우고 채워야 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한이 없어서 때로는 우리들의 마음을 흐리게 하며 과욕을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바로 그 욕심에 집착이 가해질 때 자신에게 이미 채워져 있는 분량의 욕심이 잊어버린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추악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점을 경계해야 될 일이다. 길을 가다가 힘이 들 때 쉬어가듯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번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미 채워져 있는 것에 감사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여유를 두어야 한다. 욕심을 내어 노력할 때 성과가 나타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욕심이 많아야 꿈과 목표를 가질 수 있고 그 꿈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아마도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욕심을 마음에 숨겨둔 사람들일 것이다.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일이 잘 풀리면 어느새 인간의 마음에 자만심이 싹튼다. 잘 되어 왔던 것 또는 성공에 대한 자만심이 지나쳤을 때 인간의 능히 흐려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되고 실패의 길로 빠져들기 쉽다. 자만심과 두려움, 이 두 가지는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 과정에서 늘 적절한 조절을 요한다.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대부분의 성공은 욕심에서 출발하여 먼저 자기 자신을 이기고 밖으로 나아가 당당하게 도전하여 쟁취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자신이 스스로 선택의 중심에 선다는 말이다. 인생의 원동력인 욕심, 버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더욱 종요한 일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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